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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bin Park Jan 01. 2023

월말 정산 | 2022년 11월

하고 후회

(Monthly Intro) 작년 연말, 하루 온전히 한 해의 회고를 했다. (2021 연말 정산 회고)


한 해를 돌아보려니 하루로는 사실 매우 부족했다. 다행히 기록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기억의 편집이 크게 왜곡되지는 않았다. 그때 느낀 점은 하루, 한 주는 어렵더라도 한 달의 회고는 꼭 해볼 것. 글도 글이지만, 내 생각을 가지고 10개의 하이라이트를 꼭 뽑아내 볼 것. 아무래도 연말에 이 하이라이트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잘해왔든, 후회되든 어쨌든 내 성장 기록이니 차곡차곡 모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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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찬빈네집 Vol.2 <촌스러운 동네의 낭만> 독립출판물 제작

찬빈네집 Vol.2 촌스러운 동네의 낭만 (우) 디자인을 맡아준 고마운 석현님


#찬빈네집 두 번째 주제는 바로 ‘동네’입니다.


2020년 8월 출간한 <<Vol.1 촌스러운 집의 낭만>>은 제 개인적인 집에 대한 연대기와 집이라는 공간이 삶의 무대가 되어 펼쳐진 만남을 주로 다뤘었는데요. 이번 Vol.2 에서는 용산구 보광동이라는 동네로 집의 시선을 확장한 이야기입니다. 동네를 주제로 삼게 된 이유는 단순했어요. 집이라는 공간은 결코 동네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설명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집'이 '나'에게 소속감을, '동네'가 '나의 집'에 소속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도 던져보게 됐어요. 본질적으로 집을 애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답을 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동네이기도 했지요.


이번 호에서는 동네를 배경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 이 동네가 배경이 되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그들에게 질문하고, 때론 제가 답하기도 했죠. 제가 바라보는 동네와 그들이 바라보는 동네가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다른지를 나눴어요. ‘재개발’, 사라질 동네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떠나야만 하는 운명 앞에 놓인 터전에 산다는 것에 대한 소회도 함께요.


집에서 혼자 써 내려간 독백과 동네 사람들과 함께 나눈 대화 형식의 글을 담았어요. 오래되고 낡았지만 정겨운 풍경과 그것이 결국 제 자신과 어울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여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동네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 온전한 삶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사람이 바로 저 자신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글이기도 하죠.


독자들에게 ‘나와 닮은 동네에 살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그리고 삶을 감싸고 있는 동네에 애정 어린 시선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입고처 정보


2. 서울레코드페어 11회, 그리고 빛과 소금 장기호 선생님

제 11회 서울레코드페어


서울레코드페어로 엘피와 바이닐을 입문했던 나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전해주는 행사이다. 빛과 소금, 장기호 선생님께 사인받는 날이 오다니. 이럴 때 ‘성덕(성공한 덕후)’이라는 단어 외에는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더불어 가방에 챙겨 온 #찬빈네집 Vol.2를 선물드렸어요. 청춘의 시절을 낭만으로 채워준 소중한 음악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더 오래 선생님의 음악을 듣고 싶다는 메시지와 함께.


빛과 소금 6집 예약 판매 LP도 곧 배송 예정이라 더욱 신났던 날. 앨범 구매 후 ‘곧 선생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전해주신’ 사운드트리 셀러분 진심 감사합니다!


3. 맹그로브 소셜클럽(MSC) <나다운 게 뭔데> 김정현 작가 북토크

맹그로브 소셜클럽 북토크 나다운 게 뭔데 김정현


정현님의 신간 <<나다운 게 뭔데>> 를 주제로 맹그로브 동대문 MSC 북토크 모더레이터로 함께 했다. 혜윤 님이 써주신 책의 추천사 문장이 무척 공감되어 인트로에 함께 나누었고, 1) 첫 출간 2) 상경 3) 좋아 죽는 것들에 대하여 4) 에디터의 일이라는 키워드를 뽑아 한 시간 꽉 채워 대화를 나눴다.


한 시간으로 턱없이 부족했던 정현님과의 토크는 올 해에도 꾸준히 이어 나가 보기로. 함께해 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


4. 자덕 라이더들을 위한 카페, HBC(히치바이시클클럽) 커피 성수

HBC커피 성수


성수동 둘레길에 오픈한 HBC커피 좋은 사람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좋은 공간이 되는 조건으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퇴근 후 킥고잉 타고 서둘러 도착한 HBC는 시작을 응원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랜만에 뵌 분들, 처음 뵙지만 내적 친밀감이 높은 분들과 자연스레 이야기하며 껄껄 웃게 만든 저녁. 이게 다 준엽 형, 당신 때문. 다음에는 브롬톤 타고 아침 8시 오픈 라이딩 할게요! :)


5. 서울퍼블리셔스테이블 2022 @무신사테라스홍대 셀러 참가 

2022-11.11~13 서울퍼블리셔스테이블 2022 @무신사테라스 홍대


3일간 홍대 무신사테라스에서 진행된 서울퍼블리셔스테이블 2022 행사. 새로운 분들을 많이 만났고, 아는 분들이 번거로우셨을 텐데 부스를 방문해 주셨다. 생각보다 혼자 부스를 운영하는 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첫날에는. 아무래도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둘째 날에는 어깨에 힘을 좀 빼고 즐기기로 했다. 그 뒤로 조금은 수월해졌다. 


29CM 앱 라이브로 4명의 셀러 Pool에 선택되어 소개하기도 했고, 소중한 동료들로부터 책 표지로 디자인된 케이크를 선물 받기도 했다. 영구 냉동을 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에 조각내어 천천히 맛을 즐겼다. 


인생에 두고두고 회상하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6. 트레바리 <문장클럽> 1회, '하이라이트' 북스톤

트레바리 강남 아지트 <문장클럽>


트레바리를 처음 신청해서 참석해봤는데 진짜 재밌었다. 은경 클럽장님과 함께한 ‘문장클럽’ 모임. 출판사 북스톤의 100번째 책 <<하이라이트>> 의 문장들로 각자의 삶을 꺼내어 놓았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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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끝을 약 50일 앞에 두고 이 책을 접했다. 북스톤의 책을 꽤 오래전부터 챙겨 봤었던지라 “100번째 책”으로 특별 기획되었다고 해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읽기, 쓰기, 나다움, 일하기, 일과 일상 기획하기, 브랜딩’ 총 6가지 핵심 키워드를 그간 출간했던 책들의 문장에서 추려냈다. 단 하나도 거를 것 없었던 키워드들이라 책 읽는 내내 밑줄에 밑줄을 반복하며 읽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의 이름이 보이면 반갑기도 했고, 내게 울림을 줬던 문장이 소개될 때 괜히 뿌듯해했다.


김봉진 작가의 <<책 잘 읽는 방법>>의 문장들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생각이 닮아있는 책, 물음표를 던지지 못하는 책에 더 애정이 가던 나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생각, 가치관, 취향을 담은 책들이 좋은 책이라고 여겨오며 살아왔었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책을 어떻게 찾아볼 수 있을까?’ 시선을 다른 곳으로 확장해 나가는 게 유독 어렵게 느껴졌다. 가보지 못한 길에는 늘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듯, 경험해보지 못했던 책에 노크를 해보고 싶어졌다.


박선미, 오카무라 마사코 작가의 <<커리어 대작전>>의 문장 “좋은 카피라이팅은 곧 내가 쓴 것을 하나씩 버리는 일입니다.”가 울림이 컸다. 단연코 카피라이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거다. 본질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비우는 일은 글쓰기의 팁을 넘어 삶의 태도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소소하게 글을 쓰고, 독립출판 서적을 만들면서 늘 부풀어난 내 글이 미워질 때가 있었다. 이 문장을 접하며 독자와 화자는 책이라는 무대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균형이 무너지면 흐름을 놓치게 되고 흐름을 놓치면 메시지가 흐려질 거라고.


‘북스톤은, 흔적을 남기는 기획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며 더 뾰족해졌다. 밑줄을 치게 만드는 문장들, 그리고 그 문장들이 다시 밑줄을 만나며 마음에 흔적처럼 새겨졌다. 자랑스럽게 북스톤 세대의 책들을 섭렵하고, 흡수하며 더 단단해지고 싶다고 느꼈다. 인생의 여러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읽고, 쓰고, 일하며, 기획하고, 브랜딩 되어 다채로워지리라 믿으며.


7. 방배동 프라이빗 오마카세 토와 

방배동 토와


제이님의 초대로 방배동에 위치한 프라이빗 오마카세 전문점 토와에 방문했다. 공간 기획, 의도와 셰프님의 스토리를 들으니 음식의 맛과 풍미가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접한 오마카세인데 이렇게 과분하고 감사한 기회라니.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준 제이님, 그리고 셰프님 정말 감사합니다. :)


<토와의 문장>

"식약동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뜻입니다. 매일 생선과 밥을 함께 쥐어 내어 드릴 때마다 떠올립니다. 토와에서는 오직 자연과 시간만이 내어주는 식재료를 사용합니다.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몸과 마음이 쉬어 갈 수 있는 스시를 준비합니다."


8. 강원도 고성군 교암리 바닷가마을 책방, 북끝서점

강원도 고성군 책방 북끝서점

짧게 머물렀지만 되려 여운이 배로 커지는 공간을 만날 때가 있다. 여행의 이유, 아니 목적을 삼기에 충분했던 북끝서점이 그랬다. 강원 고성의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이곳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두 권의 시집을 내 방 서재로 옮기는 일로 여운을 더 오래 남겨본다. 다음에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와야지.


9.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 마지막 영업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

이제는 추억이 된 스토리지북앤필름 강남점. 


10. 전주 로텐바움 북토크, 레돔 와인 신이현 작가님 

전주 로텐바움 북토크, 레돔 와인 신이현 작가

전주 로텐바움에서 진행된 27day “Natural Wine Curating” 북토크.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방법>의 저자이자 충주에서 레돔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신이현 작가님과 도미니크와 함께한 시간. 시드르, 청포도/레드 와인 3종을 정성껏 준비해 주신 다과와 함께 즐겼다. 한 시간 몰입하여 레돔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고, 30분 열심히 먹고 마시며 함께 참여한 분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눈 행복한 일요일 오후.


작가님의 시작 인사가 유독 맴돈다. “여기에 모인 분들이 조금은 닮아 있을 거라고. ” 맞았다. 와인, 생활, 삶 다방면으로 이야기가 자연스레 퍼져나갈 정도로 서로 나눈 대화가 참 편안했다. 신기하게도 #찬빈네집 Vol.1 독자님도 만났다. 


내일은 엄마의 생일, 가족과 함께 마실 레드와인을 픽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충주의 레돔 작은 숲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미 레돔의 떼루아, 땅을 밟아본 상우 님과 함께라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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