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대행에 부는 유의미한 변화

by 국박사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기준으로 대형 스포츠 행사의 행사대행분야는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간 업계에서 행사대행사들은 그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좀 더 전문적인 업무를 하는 대행업체를 선정해 그들에게 업무를 의뢰하는 형태로 먹고살았고, 그 분야라고 하면 보통 기획, 연출, 운영 등 단순대행이 아닌 크리에이티브한 프로페셔널 업무들이었습니다. 의뢰자들이 비전문가들이었던 20여년 전에는 대행에 대한 수익률이 상당히 높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 광고주가 되어가는 업계 사람들도 생기고, 행사도 10회, 20회, 30회를 진행하며 메뉴얼이 생기면서 업계의 대행영역 및 수익률도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행사대행을 계기로 행사대행업에는 매우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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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조직위원회, 특히 개폐회식을 진행하는 관련부서에 업계 전문가들이 포진을 하며 발생한 변화인데요.


그들은 기획 및 연출 분야의 전문가를 직접 선정해서 진행하기 시작하고
아예 제작 대행사를 선정한다는 공고를 내고
행사대행사의 역할을 제작대행으로 한정하기 시작합니다.


연출 감독단이라는 명명하에 총감독과 연출감독을 비롯해 음악, 영상, 기술, 안무, 미술 등 그동안 행사 대행사에게 전적으로 의뢰했었던 전문 분야를 직접 선정해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매우 큰 변화입니다. 행사대행사 입장에서 보면 이젠 그들의 전문성이 줄어드는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행사대행사의 역할이라 하면 크게 연출과 운영의 2개의 축을 모두 포함하였던 지난 날의 개념에서 연출에 대한 부분이 없어지는 매우 큰 변화입니다. 국가사업이었던 평창에서의 시작은 단지 평창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평창 종료 후 첫 국제 행사이자 2019년 유일의 국제행사인 광주세계수영 선수권 개폐회식에서도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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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수영선수권대회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위 소속으로 총감독과 개폐회식 연출감독, 미술, 기술감독 등 주요 파트의 감독들을 선정하고, 대행사는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행사를 진행하는 역할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보통 축제나 엑스포같은 행사들에서도 주최즉에서 총감독을 선정해서 진행하지만, 이런 변화는 단순히 총감독 한명을 선정해서 진행하는 그것과는 매우 다른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 두 사례보다 더 발전된 일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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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및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폐회식 사업입니다.


100회라는 상징성, 그리고 서울개최, 남북 평화 메시지 등 100회 전국체전은 규모와 상징성에서 그동안의 전국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다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최측인 서울시는 2018년 연말 전국체전을 총괄 지휘할 총감독을 공모해 선정하기 시작하고,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의 연출감독도 선정하었습니다. 그리고 위 두 사례처럼 감독단이라는 명명하에 미술, 기술, 안무, 음악, 구성작가등 13명의 감독단을 사정에 선정합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감독단에게 지급할 인건비 5억원을 행사대행사의 예산 내역에 포함시켜 제안요청서에 명기해 공고를 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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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행사에서는 감독단의 인건비를 대행사에서 지급하지는 않았는데, 행사대행사 입장에서 본다면 평창과 광주때와 비교해서 좀 더 불합리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함께 호흡을 맞춰 일을 할 감독단의 선정에 있어서는 어떤한 관여도 하지 않은채 인건비만 지급하는 상황으로 공고가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행사대행사의 역할에 비하면 정말 큰 변화가 있는 것입니다. 행사대행사의 역할이 매우 축소되고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굴욕적이기까지 합니다. 보통은 감독단을 선정했으면 그들의 인건비는 직접 계약을 하는 주최측에서 지급하는게 합리적인데 말이죠. 서울 전국체전의 공고서를 좀 더 분석하면 위에서 언급한 두 행사보다 더 큰 변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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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기술 감독의 역할에 예산 관리가 있습니다.


예산관리의 주체가 누구냐는 행사 진행의 핵심이 어디에 있냐와 직결됩니다. 감독단 입장에서 본다면 평창과 광주는 역할만 받았지 권한을 준 것이 아니라면, 이번 서울은 역할과 권한을 모두 가진 것이 됩니다. 반대로 대행사 입장에서 본다면 감독단의 서포팅 역할과 단순한 예산관리로 전락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걔중에는 감독과 잘 협의하고 상의해서 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않죠. 행사만 생각하는 감독의 입장과 행사의 성공과 더불어 회사의 운영도 생각해야 하는 대행사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의 공고만을 본다면 서울 전국체전의 공고는 불완전한 형태의 공고입니다. 감독단의 인건비를 대행사에게 지급하게 한다던지, 미술과 기술 감독에게 예산 관리 역할을 맡긴다던지. 역할뿐 아니라 예산관리까지 맞기려면 그 부분은 제외하고 공고하는게 정당합니다. 향후 문제발생시 책임 소재에 대한 부분이 있을 것이며, 미술감독의 디자인팀은 당연히 미술감독이 본인과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을 구성하는게 일반적인데, 대행사에게 디자인팀 구성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궁여지책으로 끼워맞춘 공고로밖에 보이지 않기때문입니다. 시간도 부족했을 것이고, 내부에서 이런 부분을 컨트롤할 사람도 부족했을 수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문제입니다.



평창에서 시작된 이런 유의미한 변화는 앞으로 점점 더 디테일하고 완성도를 갖춘 형태로 진화할 것입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따라 행사 대행업에서 종사하는 사람들도 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동안 행사대행사 입장에서는 기획과 연출을 장점으로 각각의 시스템을 매니지먼트했던 것이 중요했지만, 그 부분의 역할이 주최측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조명, 음향, 무대, 영상 등 그 동안 행사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했던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많이하는 행사대행사의 협력업체가 되어 행사대행사가 일을 수주하면 당연히 함께하게 되는 시대는 점점 사라질 것입니다. 앞으로 행사대행업에 있는 회사들이 어떤 길로 가야할 지 중대한 선택을 해야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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