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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sm Sep 01. 2016

마냥 아름다운 섬 흐바르(hvar)

#6. 여름을 즐기기에 이 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여름을 즐기기 위한 모든것을 갖춘 곳


오늘은 스플리트에서 배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흐바르(hvar)'섬에 가는 날이다. 어제 일찍 잠이 들긴 했지만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로 인해 새벽 4시경에 눈을 떴다. 흐바르로 가는 배편은 어제 오후에 미리 끊어놨고 7시 45분 배편이라 숙소에서 7시에 나가도 충분한데 아직 3시간이나 남았으니 참 난감한 상황이다.


새벽의 스플리트는 어떨까?


어차피 잠을 더 청하기는 틀렸고, 간단히 카메라만 들고 숙소를 나왔다.


숙소를 나와서 숙소 입구를 바라보니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영화에서 본 중세 어느 마을 뒷골목의 모습이 생각날 만큼이나 음침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사실 이 숙소는 호텔스닷컴에서 예약을 했음에도 카드결제가 아닌 현금만 받는다는 직원 말에 은근 짜증이 났지만 그것만 제외하고는 제법 괜찮은 숙소였다. (물론 이 음침한 분위기도 빼고...)


숙소 앞 리바거리는 어젯밤 광란의 파티가 열렸던 것과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른 시간임에도 아침 장사를 막 시작하려는 상인들의 부지런한 모습도 보이고 어제의 그 어지럽고 지저분했던 거리를 밤새 깔끔하게 치우고 새벽녘에 물청소를 하는 청소차량의 모습도 보였다.


궁전 근처 열주광장으로 들어가는 곳도 걸어봤다. 역시나 뭔가 아직은 음침한 분위기....


궁전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길냥이. 근데 일반 길냥이와 다른 뭔가 고급종 같아 보인다.



밤새 사람들로 북적였던 열주광장도 새벽에 마실 나온 한 커플의 모습만 보일뿐 한산했다. 한바탕 둘러봤으니 이제 흐바르로 향할 준비를 해야지....


흐바르로 가는 페리는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페리를 타면 된다. 두브로브니크가 최종 목적지고 그 사이에 몇 군데 섬에 들리는 코스이다. (내일 두브로브니크를 갈 때 또 이 페리를 타야 한다.)


페리를 타고 가는 길에 멀리 보이는 구형 선박의 모습을 담기 위해 줌을 끝까지 당겨보았다.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흐바르에 도착했다. 흐바르는 유명 여행잡지들에서 많이 다루었던 곳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손꼽는 곳이기도 하다. 해안선이 잘 발달되어 있어 여기저기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기에 아주 적당한 곳으로 실제 해변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리고 흐바르 섬은 라벤더 최대 산지로 여기저기서 라벤더 향을 맡을 수 있다.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는 마을버스가 있다고 하여 성스테판광장 근처까지 터벅터벅 걸어갔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얼추 올려다보니 흐바르 전경이 잘 보이는 곳까지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아 무작정 걷기로 마음먹었다.


성스테판광장 근처에 마을 정상으로 향하는 좁다란 계단길이 보였고, 이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날씨가 더운 탓에 굉장히 땀을 많이 흘리긴 했지만 습도가 높지 않은 지역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중간 즈음 올라갔을까? 아래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제법 운치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올라가는 방향으로 언덕 정상 근처에 으리으리한 성곽이 보인다. 이 성곽은 '스페인 요새'로 과거 흐바르 섬에 입성한 스페인 군대가 오스만 제국의 공격에 대비해 구축한 곳으로 이곳에 올라가면 흐바르 섬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터벅터벅... 겨우 스페인 요새에 올라 흐바르 섬의 모습을 담아봤다.


미니어처 모드로도 담아보고


이번에는 HDR 모드로도 흐바르 섬의 모습을 담아봤다. 어떤 모드를 적용하든 참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은 기분이다.


올라오는 동안 셔츠가 젖을 정도로 흘린 땀을 식히기 위해 스페인 요새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셨다.


스페인 요새를 내려오는 길목에 라벤더를 파는 아가씨가 보인다. 최대 원산지답게 흐바르 섬은 돌아다니는 내내 이 라벤더 향기를 곳곳에서 맡을 수 있다.

 

해변 근처로 내려오니 여기저기 보트와 요트가 눈에 띈다. 흐바르 섬은 가까운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지만, 이렇게 보트를 타고 바다를 조금 나가서 해수욕을 즐길 수도 있다. 혼자 온 여행에 수영복 비슷한 것도 하나 못 챙겨 온 덕에 아쉽지만 흐바르 섬에서의 해수욕은 다음을 기약해 본다.


슬슬 배가 고파 온다. 간단히 먹을 게 없는지 둘러보다가 선택한 수제 햄버거. 고기와 베이컨, 치즈와 토마토가 들어간 평범한 수제버거인데 맛.있.다. 크기도 빅맥 1.5배 정도 되는 크기랄까? 빵도 약간 특이한 맛이 나면서 느끼하지도 않은 괜찮은 맛이었다. 결국 이 햄버거를 먹느라 맥주 500cc를 2잔이나 마셨다. T.T


보트 위에서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다시 보트로 올라와 와인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해변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흐바르는 정말 여름을 여름답게 보낼 수 있는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뛰어들고 싶었으나 카메라는 어디에 보관해야 하고 들고 온 짐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망설이고만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이 다 좋은데... 이럴 때는 참 괴롭다.


아쉽지만 다시 스플리트로 향하는 페리를 타기 위해 항구로 발길을 돌렸다.


스플리트.

사실, 이번 여행에서 억지로 구겨 넣은 곳인데 이렇게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최고의 장소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언젠가....

누군가와 함께 뜨거운 여름에 꼭 한번 다시 찾겠다는 다짐을 하며 페리는 어느덧 스플리트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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