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언제 어디든 야경은 아름답다
흐바르 섬에서 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숙소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는 어제 피곤하다는 핑계로 보지 못한 스플리트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다시 뚜벅뚜벅 마르얀 공원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천천히 나와서 그런지 마르얀 공원으로 올라가는 골목길은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역시 스플리트는 밤보다는 낮에 더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인가 보다.
마르얀 공원에 올라 스플리트의 모습을 담아본다.
미리 삼각대로 준비했어야 했는데 내 카메라에 맞는 대형 삼각대를 출국 전에 챙기는 것을 깜빡한 게 두고두고 한이 될 지경이다. 그나마 챙겨 온 미니 삼각대를 카메라에 장착해보니 카메라 자체의 무게 때문에 삼각대가 자꾸 쓰러져서 도저히 쓸 수 없었다. 지금도 궁금한 것은 삼각대를 가져간다고 문 앞에 챙겨놓고는 왜 그냥 두고 나왔냐는 것. 분명 치매다. T.T
다시 스플리트 해변으로 돌아오는 인적이 드문 내리막 길에서 빛을 밝혀주는 가로등을 만났다. 이 가로등이 없었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음침한 내리막길이었는데 문득 앞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이 고맙게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혼자서 여행을 해서 그럴까? 뭔가 작은 거 하나에도 생명을 불어넣어줄 정도로 너무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낮에도 밤에도 리바 거리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낮에는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로 붐볐다면, 밤에는 그와는 정 반대로 젊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젊은 혈기를 내뿜기에 이 시간만큼 좋을 때가 없겠지.....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밤 12시가 되니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도 한산해지고 상점들도 하나둘씩 영업을 종료하려고 하고 있다. 밤에 뭘 자꾸 먹으면 안 되지만 출출함을 이기지 못해 저 사진 속에 PIZZA CUT이라는 세로 간판이 보이는 곳에서 문 닫기 전에 조각 피자를 하나 사서 먹었다. 뭐.. 돌아가서 다시 빼면 될 것을. 킁
밤 12시가 넘었음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있었다. 바로 '열주 광장(Peristill)'.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서 캔맥주를 나눠 마시는 사람들부터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젊은이들까지. 여행객들의 열정은 밤늦은 시간에도 지칠 줄 몰랐다.
이로써 두 번째 크로아티아 여행지인 스플리트의 일정도 모두 끝이 났다.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답게 도시의 모습을 뽐냈다면 스플리트는 마치 한국의 해운대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해변 관광지의 모습이었다. 몇 번 유럽을 다녀왔지만 이렇게 해변 휴양지에서 하루 이상 머물기는 처음인 것 같은데 뭔가 여유롭게 쉬어 간다는 느낌? 생각해보니 이런 느낌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한적한 곳에서 귀여운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이 보였다. 남자의 장난기를 거리낌 없이 받아주는 여자. 참 좋을 때다. 싸우지 말고 영원히 행복하길 바랄게.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