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인파에 지친 관광객에게 휴식을 주는 곳, CAVTAT
어제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구시가지를 둘러보았고 오늘 오후에는 스르지산에 올라 두브로브니크의 야경을 담을 예정이라 오전 시간이 텅 비게 되었다. 그냥 숙소에서 쉬면서 여행기나 정리해 볼까 하다 그리 땡기지는 않았지만 보트를 타고 45분 정도 가면 있다는 '차브타트(CAVTAT)'로 향했다. 참고로 차브타트는 떨어져 있는 섬이 아닌 버스로도 이동이 가능한 지역이다.
지인들에게 선물할만한 기념품이 있을까 싶어 구시가지를 잠깐 돌았다. 난 왕자의 게임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두브로브니크가 왕자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필레 문 입구 쪽에서 왕자이 게임 촬영지 도보 여행 상품을 광고하는 삐끼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구시가지 한 상점에는 왕자의 게임와 관련된 다양한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저 흠칫하게 생긴 마네킨이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돌아가면 왕자의 게임을 한번 봐야 하겠다.
저녁때 식당 테이블로 가득하던 광장에 시장이 들어섰다. 낮에만 잠깐 운영되는 시장이라고 하는데 싱싱한 과일을 비롯해 다양한 토속 기념품 가판대가 즐비하다. 낮에는 시장으로 밤에는 식당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니 광장을 참 잘 활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구시가지 광장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두브로브니크를 출발하는 차브타트행 11시 보트를 탔다. 차브타트행은 30분~1시간 단위로 한 20여 명 탈 수 있는 보트형 선박이 다니고 왕복 티켓을 끊으면 원하는 시간대에 두브로브니크로 돌아오는 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보트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 덕분에 발 뻗고 편하게 차브타트를 향할 수 있었다.
45분이 지나고 차브타트 해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메라 줌을 당겨보니 여기도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다만 스플리트, 흐바르, 두브로브니크와 다른 점은 규모가 작은 점도 있지만 비교적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 덜하다는 점이다.
해변의 한쪽 부분에만 관광객이 몰려있을 뿐 다른 쪽 해변은 마냥 평온하고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차브타트는 사실 볼 거리가 많지 않다. 해변에 들어서면 보이는 '성 니콜라 교회'가 제일 볼 만한 곳이랄까?
작은 해변이지만 제법 큰 크루즈도 정박해 있다.
이왕에 왔으니 좀 더 높은 곳에 올라서 차브타트의 전경을 담아보기 위해 이어진 길을 따라 언덕을 올랐다. 적당히 높은 위치라 무더운 날씨에도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였다. 막상 언덕 정상에 올라가 보니 묘지가 눈에 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차브타트에서 유명한 선주였던 라치츠 가족의 무덤이라고 한다. 묘지라는 점 빼고는 이곳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다시 해변으로 발길을 돌린다.
골목길을 내려가다 보니 양쪽 옆으로 민가가 위치해 있는데 대부분 숙박업을 하는 곳이다. 성수기가 지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 사람들이 찾는 곳에 이렇게 많은 숙박업소가 있다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에 숙박이 가능해 보인다. 만일 두브로브니크에 와서 조용한 해변을 찾는다면 차브타트도 한번 고려해볼 만할 것이다.
해변에 낡은 보트가 보인다. 실제로 탈 수 있는 보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이 없다면 이거라도 잡아 타고 당장이라도 바다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애초부터 크로아티아를 계획하지 않았던 탓에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했다. 특히 수영복 하나 챙기지 못한 것이 내내 후회되었지만 언제가 여유가 된다면 맘먹고 여름휴가로 다시 오고 싶다는 다짐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차브타트를 돌아보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그만큼 볼 것이 많지 않지만 모처럼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피해 다소 한적하게 걷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 기분을 맥주 한잔으로 만끽하며 그렇게 차브타트의 일정은 끝이 났다.
다시 두브로브니크로 돌아와 오늘 밤 야경 촬영을 하기 전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숙소행 버스를 기다리다 하드 하나를 샀다. 사고 나서 보니 뭔가 한국의 쌍쌍바 같은 모습이다. 샵(#) 모양이니 샵쌍바? 정도 될까?
어쨌든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다 똑같나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