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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sm Sep 02. 2016

굿바이! 두브로브니크

#10. 여행, 버리기 위함이 아닌 채우기 위해 떠나는 것.

여행은 버리기 위함이 아닌 채우기 위해 떠나는 것.


숙소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구시가지로 향했다. 내일 저녁 비행기로 다시 이스탄불로 넘어가기에 내일 한나절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짐 챙기고 공항에 가고 하면 아무래도 대부분의 시간을 날리게 될 것이니 오늘이 크로아티아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인 셈이다.


저녁 6시경에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 산에 올랐다. 이곳이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구시가를 비롯해 두브로브니크 전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인 셈이다. 케이블카는 2대가 쉴 새 없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기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도 대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이때 즈음이 스르지 산을 오르기 가장 적당할 때가 아닐까 싶다. (두 번 올라오기에는 케이블카 요금이 너무 비싸니 주간과 야간의 모습을 담는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딱 적당한 시간대)


정상에 오르니 길쭉한 크로아티아 국기가 펄럭이고 그 앞으로 바다와 하늘 그리고 산이 한 군데 어우러져 절경을 뽐내고 있다.


스르지 산 정상에는 요렇게 층이 지어져 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 아래로 한층 내려갈 수도 있고 위로 한층 올라갈 수도 있다.


성벽에 올랐을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두브로브니크 구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스르지 산 정상에는 바다와 두브로브니크를 한눈에 감상하면서 음료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있다. 물론 가격은 비싸고 예약도 필수이다. 한국인 신혼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 이곳만큼 로맨틱 한 곳은 없겠지.


슬슬 해가 조금씩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다.


구 시가지의 모습을 미니어처 모드로 담아봤다.  올망졸망 몰려있는 모습이 블록놀이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절벽에 앉아 절경을 감상하는 어느 커플.

이 녀석은 참 다 가진 것 같다. 여자 친구에 카메라에.... 심지어 맥주도 있다. @.@

네가 짱이다!

 

슬슬 석양이 저물고 있다.


문득 자리를 옮기다 무심코 셔터를 눌렀다.

배낭을 멘 여행자, 아이를 델고 나온 아주머니, 슬리퍼를 신고 나온 중년의 아저씨 그리고 스르지 산 정상 식당에서 일하는 셰프까지 석양이 저무는 순간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이런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제 해는 다 저물고...


두브로브니크에 어둠이 찾아왔고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스르지산을 내려와 다시 구시가지로 향했다. 이곳은 플로체 문을 통해 들어가는 골목길로 늦은 시간에도 스르지산을 내려와 광장으로 향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밤새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 같이 많은 인파가 늦은 시간임에도 먹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쇼핑하며 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매번 먼 곳으로 여행을 올 때면 난 늘 뭔가 버릴 것을 가져왔었다. 잊고 살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잊지 못해 연연하는 그런 것들. 막상 여행지에 와서 이런 것들을 버리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돌아가면 다시 제자리였던.


그런데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여행은 버리기 위함이 아닌 채우기 위해 가는 것이라는 걸. 여행을 통해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일상에서 보지 못한 수많은 새로운 것을 보고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뭔가를 잔뜩 채워갈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터키행 비행기표를 끊고 크로아티아로 오게 된 내 여행은 끝이 났다. 이스탄불에서 하루 쉬었다 가는 일정이 있지만 비행기 내리고 타는 시간이 빡빡하기에 즐기는 여행은 오늘이 마지막인 셈.


저렴한 항공권을 끊었다고 좋아하다 연일 터지는 테러와 쿠데타로 인해 터키를 대신해 오게 된 크로아티아. 운명인지 그냥 얻어걸렸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것을 채워가는 여행이 된 것 같다. 이 와중에 한국에 있는 지인이 톡을 보내왔다.


오늘부로 터키 여행 자제 경보가 해제되었다


그래, 인생은 그런 거야.

지지리 복도 없는 것 같아도 또 다른 운이 따르는 것.


크로아티아는 그렇게 나에게 의도하지 않은 '운'이 되었다.


숙소에 돌아와 작은 만찬을 준비했다. 높은 알코올 도수에 한 병을 마시고는 바로 잠에 들었지만 여행이 끝나가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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