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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04. 2022

40대 무자본 창업기 3편

회사원은 내질러야 산다.

글로벌 업무를 하고 싶습니다.

방콕쇼핑몰,

KFC에 앉 나는 마주 앉은 J본부장에게 했다.

국내 영업에서 차출 대리 중 한 명인 내가 본부장에게 그렇게 얘기한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LA 출장을 본인이 가고 싶다 한 Y는 아마 나를 보고 배운 게 아니었을까.

태국 방콕 전경 (출처-인터파크 투어)

내지르지 않으면 안 되겠다.

국내사업 이미 과장들, 차장들이 넘났다. 승진적체였다. 보직을 맡지 못한 과, 차장들은 언제 잘리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에스컬레이터에 타듯, 그렇게 가만히 손잡고 서있다가는 몇 년 후의 나 역시 그렇게 될게 뻔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뛰어나가야 했다.


태국 치킨 맛있네.

J본부장이 말하자, 박학다식하기로 소문난 L팀장이 거든다.

이 나라 닭이 좋습니다. 예전에 무기를 사고 닭으로 대금을 지불했죠. 태국이 닭고기 수출로 세계 탑 5입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J본부장, 나, L 그날 KFC에서 의기투합해서 로운 사업, 사내 글로벌 비즈니스 시작했다.


국내파라는 이유로 임원 승진에서 고배를 마셨던 J본부장은 다음 해 고대하던 상무가 었고, L팀장뒤를 이어 국내 사업본부장이 되었다.

.

글로벌 업무를 하며 일 년의 반을 모스크바, 이스탄불, 방콕 등 해외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즐거운 시절이었다.


톡톡

주말에 어김없이 울리는 회사 단톡방

이제 또 다른 업무의 시작이다.

신임 대표가 들어가 있는 단톡방었다.

비상.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그 개미지옥.


'XX 원가가 왜 이렇게 올랐는지 원인 분석해서 월요일 출근하면 보고해주세요.' 

넵넵.. 넵넵.. 넵넵..

전무 상무들이 연이어 릴레이로 답변을 단다.

-내 업무가 아.

불구경 모드로 전환다.


톡톡

'해외 법인 XX가격 추이가 어떤지 확인 바랍니다.'

젠장.

 업무였다. 

얼음물 싸대기를 정면으로 세게 맞은 듯했다. 업무 모드로 전환숨을 가다듬고 답변을 단다.

맞춤법 띄어쓰기 틀리는 걸 싫어하는 신임 대표였다.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맞춤법 검사기에 한번 돌려 답변을 올린다.  


글로벌본부입니다. 주요 해외 법인 3개년 XX 가격 추이 및 현지 주요 소싱처별 국내 도입 가능성 확인하여 보고 드리겠습니다.


신임 대표에게는 1-2분 내 카톡에 답변해야 하고, 단한 질문에 조금 과한 듯 준비해야 다는 것을 체득하는데 오래 리지 않았다.

전무 상무방, 파트방, 주재원 카톡방에 차례로 톡을 남긴다. 

그렇게 긴급상황은 해제되었다.


일요일 출근 확정었다.

그날 콜(컨퍼런스콜)도 줄줄이 잡다.

참석자는 나, 그리고 주재원 막내들었다.

어차피 출근할 예정이었다고 답을 단것들을 보면 안쓰러웠다.

주말 카톡 금지법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자가 있다면 기꺼이 후원금도 낼 것이다.


해외 주재원 좋나요?

멘토링 같은 곳에 가면 종종 듣는 질문다.

다 직장인인데요 뭐.

현지인들 다 퇴근하면, 법인장과 주재원들끼리 남아서 일하는 게 보통이, 본사와 미팅이 있을 때는 시차 없이 대기고요. 

VIP나 본사 대표가 오면 국부터 출국 때까지 상시 대기해야 하고요.

자리잡지 않은 법인은 스타트업처럼 업무 구분 없이 1-2인이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해외법인장, 주재원들끼리 갈등이 생기면 답이 없죠. 탈출할 수 없는 지옥도  매일 펼쳐진답니다.


분위기가 엄근진라면 희망적인 이야기도 같이 해야 인사팀이 좋아한다. 

좋은  있어요. 

영어, 현지어, 그리고 한국말 패치까지 장착한 아이들크는 걸 볼 수 있어요. 사 지원으로 국제학교 보내니 용도 크게 세이브죠. 래도 중에 아빠가 한테 해준 게 뭔데 그러면 할 말이 있구나 한데요.  명절 시댁 스트레스받지 않는 와이프가 있죠. 또래들보다 고운 와이프를 보 행복죠.


톡톡

와이프다.

오빠  나 집에 바퀴벌레 봤어.

공포와 긴급함을 와이프의 에서 알 수 있었다.

자식이 없는 나는 와이프를 곱게 케어하기 위해 어떻게든 바퀴를 박멸해야 했다.

이 겨울을 바퀴와 함께 살 수는 없으니까.


콤배트 사 가지고 갈게.

름부터 살벌하지?

요즘 넣으면 터지는 폭탄 같은 것도 있으니까 금방 잡을 거야.

그러면서 재활용실에서 박스를 가져왔던 게 후회되었다. 

탈탈 털고 가져왔어야 했는데..


래플  있던 나는 대표 와이프카톡으로 시간이 꽤 많이 순삭 되었음을 알았다. 다행이었다.

래플경로는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롯데시네마로, 그리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 나이키 매장으로 가는 것이었다. 직원들의 안내가 있었지만, 5-8명씩의  그룹으로  이동하기에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라는 난관이 있었다.


줄이 무너지는 상황이 선착순 래플에서는 제일 위험한 상황이었다. 

종종 신 뉴스에서 나오는 미국발 나이키 운동화 폭행사건, 슈프림 인사건 따져보면 전에 무너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난관이 내게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제가 이 사람 앞인데. 요 하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보아하니 내 앞에는 중국 아주머니가, 뒤에는 베트남 남녀가 있었다.

심히 번거로운 상황이었다.

대만에서 교환학생을, 베트남 직원 교육을 위해 한 달간 호찌민에서 지냈던 나를 알아서 세워둔 것이었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차례를 기다 검색을 했다.

바퀴. 옛말로는 박회.

백악기에 출현하여 빙하기를 버틴 강인한 생명체, 음식 없이 한 달을 살 수 있, 머리가 없어도 일주일을 산다. 살충제가 단맛으로 유혹하자 최근 단맛을 싫어하게 진화하고 있다.

강한 생존력에 환경 적응력까지, 어찌 보면 지구 최강의 생명체 아닐까


사람들이 이동, 우리는 어느덧 엘리베이터 타고 샤롯데 광장 안에 내렸다. 

예상했듯이 줄이 섞여버렸고 앞과 뒤 고성, 혼란의 카오스가 어졌다.

직원들이 정리하려 분주히 뛰어다녔다.

롯데는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롯데에서 (출처-롯데 홈페이지)

중국어가 들렸다.

내 앞에 서있 아주머니가 직원분을 잡고 중국어로 항의, 아니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줄이 없어졌다. 어디서야할지 모르겠다.

도와달라.


줄이 없으시면  내려가셔야 해요.

직원분이 아주머니를 문밖으로 밀어내려고 할 찰나. 보다 못한 가 나다.


저기요 그분 올라오기 전 제 앞에 계신 분이에요. 기 제 앞에 보내주시면 돼요.

직원분이 알았다는 듯 내했다.

40대 후반, 50대 초반 정도, 몸체가 작았지, 단단하고 눈에 총기가 보이는 얼굴이 동그란 아주머니였다.

타국에서 은인을 만난 듯, 아주머니가 내게 미소를 띄었다.


감사-니다.

没关系,辛苦了。

괜찮아요. 생하셨어요.

내가 중국어 대답하니 아주머니가 놀며 더 반가워하는 표정이었다.

학생 때 대만에 잠깐 있었어요. 중국어는 지금 많이 잊었습니다.

아주머니가 흐믓한듯 미소를 지었다.


1가 넘어가고 명동의 햇살은 봄처럼 따뜻했다.

점심도 고 샤롯데의 정원에서 꾸벅꾸벅 앉아서 졸고 있는 사이, 어느덧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들렸다.

유리 창밖으로 이미 나이키 후리스를 구매한 사람들이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내가고 있었다.


Tôi là người Hàn Quốc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라는 트남 말이 기억났다.

기는 너무 지루하기도 했다.

호찌민 출장을 한 달을 갔는데, 기억나는 건  한 문장.

INFP.

맞다. 분명 나란 인간은 국내에서는 내향형 맞지만,  인천공항만 넘으면 ENFP 되는 사람이었다.


굿굿!

남녀 중 남자가 웃으며 영어로 말했다.

알고 보니 둘은 남매였다. 오빠 후이와 동생 안. 후이N대학교 1학년이고, 아직 고등이었다.

오빠는 활달했는데, 여동생은 심하게 낯을 가렸다. 


후이에게 대학생활은 어떠냐고 물더니

키가 작고 못생겼어요.

여자 친구 어려워요.

한국어로 했다.

자기 객관화가 제대로 되어있는 친구었지만 웃음이 나왔다.

안이 웃다 허리가 꺾였다. 베트남 여성의 여장부스러운 기개 느껴지는 웃음소리였다.  


이거 알아요?스니커데일리.

후이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안이 과묵한 여장부라면, 후이는 세심하고 친절한 남자였다. 스니커데일리는 선착순 래플, 한정판 신발을 파는 베트남 서비스였다.


나코탭 굳굳!

후이는 베트남에서 정품에 대한 의심이 있어서 한국에서 파는 나코탭, 나이키 코리아 탭이 달린 나이키를 알아준다고 했다.

맙소사.

나이키 공장이 다 베트남에 있는데, 너네 나라 것보다 한국 나이키를 알아준다고.

아이러니였다. 


ZALO 아이디(베트남 카카오톡) 있어요?

내가 후이에게 물었다.

외국인 친구 추가를 업무적인 것이었다. 무상 주로 한국 주재원과 이야기하므로  시야가 좁아졌다. 그래서 현지 로컬 직원들과 도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했다. 그럴 때 일 말고 다른 이야기도 하면  화제도 풍부해지고 더 재미도 있어졌다..


어플에서 친구 추가를 해보니 신발 사진들이 화려다.

후이, 이 녀석 한국에서 유학 생활하면서 소소하게 용돈벌이를 하나 싶었는데. ZALO를 보니 이거 정말 사업하는 애구나 싶었다.


2시 가까워지자. 다리가 저렸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나이키 매장으로 들어갔다.

도떼기시장. 음으로 사고팔아서 도떼기라 했는데 여기가 그랬다.

1인당 후리스를 3개, 2사람은 6개를 살 수 다.

그래서 그 큰 쇼핑백에 3개씩 넣고 양손에 들고 가는 거였구나.

그 날의 애증의 후리스 (출처-나이키)

엑스라 하나랑 스몰 하나 주세요.

2시간 동안 기다려 이렇게 사고 나니 뿌듯하기도 허무하기도 했다.

바닥에 내다 버린 토요일이라더니 급 피곤했다.

옆에서 쇼핑백 포장을 정리한 중국인 아주머니가 발걸음을 돌리며 내게 인사를 했다.   


아까 고마웠어요. 왕슈잉이라고 합니다.

신세를 갚겠습니다. 

위챗있으신가요?

QR코드를 찍어 가볍게 아주머니 친구 추가를 완료했다.

4호선 지하철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도를 내려가는데, 옆에서 왕씨 아주머니가 보였다.

지하도 한구석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오늘 산 후리스를 모으고 계셨다.


뭐하시는 걸까.

모아서 중국으로 가져가는 건지 궁금했다.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쿠팡 추천마크가 붙은 바퀴약을 1위부터 3위까지 구매했다.

이제는 전쟁이다.

 

로고가 너무 커.

색깔도 그렇고.

와이프의 품평이 그랬다.

3시간 바쳐 산 나의 선착순 래플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가고 있었다.

거 리버시블이야. 뒤집어서도 입어도 되는 거거든.

품을 홍보하기 위해 일일 호스트가 된 나.


뒤집은 건 마음에 드네.

겨우 와이프의 마음을 돌려낸 순간,

톡톡.

핸드폰이 울렸다.

카톡이 아니라 위챗이었다.


스타벅스 쿠폰.

왕입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선물로 드립니다. 받아주세요.

이런 왕아주머니가 준 선물이었다. 작은 호의였는데, 이렇게 선물까지.

谢谢

감사합니다.


톡톡

답을 달자마자 또 울리는 핸드폰.

이번에는 Zalo 메신저였다.

내일 강남에 선착순 있는데 같이 갈래요?

호이가 보낸 메시지였다.

알려줘서 고마워. 근데 나 내일 출근해야 되거든. 다음에 같이 가자.


그럼 다음 주에 같이 가요.

호이가 답을 주었다.

나이 성별 국적을 빼고 선착순으로 모두 친구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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