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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09. 2022

40대 무자본 창업기 5편

누구나 월 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다.

나는 오늘도 출근하며 계단으로 내려갔다.

606호 살펴기 위해서였다.

간판도 없는 그저 평범한 오피스텔 606호가 다른 집과 다른 점은 곡하게  채우고 신발 박스들이었다. 

나이키 백도어로 문제가 되었던 웨.코.스(출처-헌팅턴포스트 인용, 웨스트 코스트 스트리트웨어 인스타그램)

그렇게 출근하며 1번, 퇴근해 1번, 그리고 지하 3층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606호 스들을 살폈다.

다행히 신발 박스들이 큰 박스에 모아서 려졌기 때문에 기가 쉬웠다.


대략 세어보니 30-40 정도 발들고, 들어왔다 나갔다.  정도면 무재고였다.

신발 모델스토어 판매 가격을 춰보니, 대략 신발 한 개당 3-4만 원 정도 마진이 예상었다.


입고 비용, 간접비용 추산이 확치는 않지만, 대략 계산해도 매일 60만 원, 한 달이면 월 천만 원을  것이다.

모든 직장인의 우상,유튜버 신사임당님(출처-tvN 유퀴즈 캡쳐)

월 천만 원.

슈퍼 주식 개미, 100만 유튜버, 강남 건물주, 대기업 CEO 여야 벌 수 있을 그 정도의 돈을  렇게 나와 같은 오피스텔에서 버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이 걸 배워봐야겠다.

언제까지 직장 노예로 살 것인가.

덜컥했다.

나는 벌써 41세였다.

가진 건 서울 전셋집 하나뿐이었다.

렇게 나이만 먹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었다.


XX 전체 생산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YoY 예상됩니다. 기말재고량이 감소하여 선물 가격이 내년 1분기 +1.2% YoY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가부담 전이가 비교적 용이하고, 저희 브랜드 소비자 선호도 1위를 선점하고 있기에..


그만.

대표가 을 들었다.

저는 긴 회의는 경멸합니다. 우리 효율적으로 하죠.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올해 매출액, 영업이익 성장률 목표 20% YoY에 회장님 제가 +20% 해서 더블 하겠다고 약속했습다. 

저는 업사이드가 더 있다고 봅니다. 


분위기는 건조하고 적막했다.

일요일 오후를 갈아 넣은 보고서는 제대로 읽히지도 안았다.

목표를 더블 해서 달성하라는 대표의 말에 본사 그리고 스크린에 보이는 해외법인장 모두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베트남 법인장 H가 말했다.

흠흠,

평소 위아래로 쓴소리를 마다 앉던 그였다. 차기 대표 후보로 언급되는 능력과 카리스마까지 갖췄다는 가를 받 그.


저희 베트남 법인이 그 선봉에 서겠습니다.

(헐-미친...)

그는 신임 대표와 한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앞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위에서 쪼아댈지, 밑에서는 얼마나 고생할지 눈에 선했다.


보고가 끝나고 기가 빨린 듯 서둘러 회의실을 나왔다. 

회의 이블 위에 놓인 사탕과 초콜릿 미리 주머니에 넣어둔 게 다행이었다.

사탕을 입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월 천만 원 비즈니스.

이걸 어떻게 배울 것인가?

누구한테 배울 것인가?

이때 노래가 들렸다.

선택적 자율출근제로 모든 직원이 모인 10시.


자동으로 TV 모니터들이 켜지고 회사 노래가 흘러나왔다. 발라드의 왕자가 부르는 회사 노래, 화면에 그룹에서 선발된 선남선녀들이 체조를 하고 있다.

모두 그 체조를 따라 했다.

수고가ㅠ많으십니다. (아침 건강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 용산구청, 출처-아시아경제)

두두둑

뼈와 관절 마디에서 격한 소리가 났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노래만 나오면 체조를 하는 통에 계열사 매장에서 그 노래에 맞춰 체조 동작을 했다는 우스개가 생각나 쓴웃음을 지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내 자리 옆  테이블에 B와 T가 앉아있다.

테이블에 놓인 책을 보고 있었다데 표지를 보니 65주년 회사 연보였다.

 창립 기념으로 출간되었다고 부서마다 1권씩 주었단다.

요즘 누가 이런 걸 만들어, PDF로 주지.

한마디 하고 있는데.


 이거 데니스 파트장님 아니에요.

T가 손을 가리킨다.

역시 눈초리가 매섭다.

그룹 공채 1기.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회장과 악수를 하는 건 애뜬 나였다.

모두들 행복하신가요?(신한은행 신입사원들과 은행장님 출처-한국금융신문)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최초의 그룹 공채, 그 1기 교육을 마치고 수료식을 하는 날

회장은 내게 금일봉 봉투를 주었다.

그 순간이 찍힌 사진이었다.

풋풋했던 그 시절.


나는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바로 결혼식을 했다.

그룹 동기들의 축의금을 받아내려는 얄팍한 상술이면 좋겠지만 사실은 당시 미국 유학을 목전에 둔, 조건부 입학허가를 받았던 와이프를 한국에 붙잡으려 했버둥이었으며 선녀 옷을 숨긴 나무꾼을 따라한 것이었다.


신입 교육 후, 결혼식이라는 소식을 들은 인사팀 극적인 드라마 같은 소재라며 두 팔 들어 환영했다.

그리고, 회장이 나를 단상으로 불러 결혼축의금을 는 이벤트가 연출되었던 것이다.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세심하게 신입사원을 챙겨주는 회장님을 본 적 있는가라며 연수원이 떠나가라 회장 이름을 연호했다.

이벤트 덕에 나는 금일봉을, 다른 이들에게는 감동이 전달된 그야말로 윈윈의 순간이었다.


15년

그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프로 불편러가 되었다. 

그리고 회장님은 아들과 딸에게 그룹 승계만을 생각하는 재벌 할아버지가 되어있었다.


TV 체조가 끝나고주간 그룹 뉴스가 나왔다. 대부분 지화 자찬 방송이지만 종종 볼거리가 있었다.

오늘은 그룹 베트남 사업 성공에 관한 뉴스였다.


그때 섬광처럼 후이가 떠올랐다.

후이 내게 귀인이었구.

한정판 운동화를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팔고 있으니 606호의 비즈니스를 내가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로앱을 켜서 후이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뉴발란스 993 그레이 D 275 살 수 있나?

스티브 잡스가 신던 신발로 유명한 신발었다.


지난주 온라인 래플에서 나는 늘 그렇듯 떨어졌지만, 후이가 인스타그램 여러 개 사진을 올렸던 게 기억났다.

(나이키 백도어로 문제 되었던 웨.코.스, 출처-헌팅턴포스트 인용, 웨스트 코스트 스트리트 웨어 인스타그램)

톡톡.

993은 이미 다 팔았고 나이키 사카이 와플 빼둔 게 있어요. 형한테는 정가로 줄게요. 어때요?


오-그래, 수요일 저녁에 시간 되니? 홍대서 볼까?

좋아요. 7시 홍대 CGV 앞에서 봐요.

맙소사.

이거 설레였다.

(소리 질러~~)

월 천만 원, 이제 내게도 눈앞에 현실이 된 것처럼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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