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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10. 2022

40대 무자본 창업기 6편

사람만큼 향기로운 꽃은 없다.

나는 수요일 저녁 오랜만에 칼퇴를 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홍대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넘쳐났다.

(역시 젊음이 좋구나)

조던 홍대(출처-매일경제)

괜히 기분이 좋아져 가까이에 있는 조던 홍대를 들러보았다.

(선착순 말고는 갖고 싶은 게 없단 말이야)

시계를 확인했다.


약속 장소로 옮기니, 역시 10분 늦게 호이가 도착했다.

팔라스 재킷과 슈프림 바지, 로고가 넘치는 패션이었다.

(과하구나, 그래도 멋 내고 온 거겠지)


호이는 매장에서 나오는 노랫소리 때문에 평소보다 크게 내 귀에 대고 영어로 말했다.

한 명 더 올 거야.

누구?


낯이 익은 아주머니가 홍대역에서 다가오고 있다.

작고 꼿꼿한 체구, 동그란 얼굴에 검은 안경을 낀 아주머니였다.

아-왕아주머니

여긴 어쩐 일이이세요?


호이가 깍듯이 인사를 했다.

왕아주니가 인사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뭐지-)

둘이 뭔가 내가 모르는 사연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럼 저녁시간이니 우 밥 먹으면서 얘기까요?

우리는 중국어, 영어를 섞어가면서 대화를 했다.

홍대입구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정신이 없어졌다.


훠궈 어때요?

홍대역을 나오며 나는 미리 CGV 2층훠궈집이 새로 생긴 걸 보, 오늘 저녁은 저기서 먹어야지 했다.

훠쿼(출처-다이닝코드)

다행히 웨이팅이 없어 우리는 바로 자리에 앉았다.

지난번에는 정말 감사했어요. 닥터 왕.

호이가 왕아주머니에게 한번 인사를 했다.

(닥터 왕?)


안은 잘 있어요?

왕아주머니가 이 여동생 안의 안부를 물었다.

(호이의 여동생이 어디 아픈 건가?)

이미 퇴원해서 지금 잘 있어요. 


3인분을 주문하고, 호이가 고기와 새우, 나는 소시지  야채와 완자를 집어서 자리에 돌아왔다. 태극형 탕 접시에서 홍탕과 백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나는 궁금하지만 최대한 궁금증을 자제하며 물었다.

호이와 왕아주머니가 서로 번갈아 쳐다보며 누가 먼저 말할까 다.


안이 하이포텐션, 저혈압 쇼크가 왔지요.

호이 야채와 고기를 탕에 넣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하듯 차분하게 말하시니 진짜 닥터 왕처럼 보였다.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가늠이 안되었다.


나는 중국에서 의사였습니다. 금은 잠시 중단했지만요.

왕아주머니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나에게  중국어로 한번, 영어로 한번 설명을 했다.


진짜요?

나는 놀라 집어 들던 엔나 소시지를 백탕에 떨어트렸다.

(역시 눈빛이 반짝반짝하고 기개가 있는 분위기가 뭔가 전문직 느낌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네요.

2년 전 나도 부정맥으로 구급차를 타고 실려간 적이 있기에 감정이 이입되었다.


지난번 강남 뉴발란스 선착순 기다리고 있는데 어지럽다며 안이 갑자기 쓰러졌어요.

호이는 지금도 그때 충격이 시지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대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때 뒤에 서있던 왕아주머니, 아니 닥터 왕이  달려와 안, 여동생을 봐주고 구급차까지 같이 타고 같이 병원도 같이 갔다고 했다.


나중에 응급실 의사 선생님이 왕선생님 덕분에 초기 대응도 잘하고, 병원도 잘 찾아왔다며 칭찬했어요.

훠궈에서 재료들이 익어가며 훈훈해진 분위기에서 호이가 쇼핑백을 꺼냈다.


닥터 왕, 데니스 두 분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했어요.

뉴발란스 신발 박스였다.

뉴발란스 530 SG.

뉴발란스 530 SG (출처-롯데온)

여동생 생명의 은인 왕선생님, 그리고 내 한국인 첫 친구 데니스.

(첫 친구? 그건 이상한데)

어쨌든 고마워.

호의를 가지고 선물까지 챙겨 온 호이가 고마웠다.


그럼 오늘 저녁은 제가 쏩니다.

내가 말하니 닥터 왕과 호이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역시 공짜는 국경이 없다.


근데 지난번에 나이키 사카이 와플 신발 나한테 정가로 판다고  았니?

그거 좋은 가격이 나와서 어요. 미안.

(역시 장사꾼이구나)


한국 훠궈 맛나지만 아직은 중국이 더 맛있어요.

닥터 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친구 구하는 거 어때요?

친구 하는 거 어때요지.

내가 웃자 호이가 콜라 잔을 들다.


못 하이 바! 요!

하나, 둘, 셋, 예-라는 뜻의 베트남 건배사입니다. 내가 닥터왕에게 말하자 닥터왕도 외쳤다.

못 하이 바! 요!

그렇게 우리 셋은 친구가 되었다.


나는 부러웠다. 외국가면 미가 같거나 말이 잘 통하거나 하면, 친구가 다. 나이도 국적도 문제가 크게 되지 않았다.

그런 친구가 이제 겼다.

새로웠다.


유학생이지만 공부보다는 장사가 재밌어 보이는 호이, 의사였지만 지금은 그만두고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닥터 왕

회사원이지만 월 천만 원 사업가를 꿈꾸고 있는 나지.


처음 호찌민에 가서 횡단보도 길을 못 건너서 30분이나 동동 구르고 있었다니까.

맙소사.

사실 나는 그날, 월 천만 원 비즈니스를 배워볼까 하소 갔으나 어느새 웃고 떠들고 있었다. 

베트남 출장 때 들었다.  사람들이 즐겨 쓰는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사람만큼 향기로운 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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