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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10. 2022

40대 무자본 창업기 7편

첫 당첨이 되자 고민도 같이 생겼다.

사에서 코피가 는데, 그럴 때면 후이, 나, 닥터 왕이 있는 카톡방에서 올렸다.

나 코피 났다고.ㅠㅠ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건가.

직장인=피로, 스트레스 (출처-픽사베이)

닥터 왕은 어디서 알바를 하고 있는지 바로는 아니지만 뒤늦게라도 답을 주었다.


코피가 나면 고개를 젖히고 지혈을 해. 멈추지 않으면, 빨리 이비인후과로 . 혈관 지혈하는 레이저 시술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의사면허가 없기 때문에 조언을 줄 뿐이지 의료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은 모두 너에게 있다. 

마지막 멘트까지 똑소리 나는 나의 주치의였다.


후이는 공부가 빡세다며 푸념 톡을 자주 올렸다. 베트남 정부에서 주는 유학 장학금을 받고 는데, 지금 학점이 최저 기준 언저리라 조건 공부를 해야 했다.

이제 선착순 래플은 거의 못 간다고 했다.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무실 화장실에 비데가 없어서 불편할 뿐이었다.

다른 화장실 문을 열어봐도 비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화장실 비데들은 모두 어디 갔는가?

블라인드 게시판에 누군가 글을 올렸다.

나와 같이 불편한 사람이 많았는지 금세 인기들이 되었다.


위에서 구독 서비스에 꽂혀서 지금 C사 인수한다고 그런 거잖아요. 거기 비데로 싹 바꾼데요.


마켓 캡(시가총액) 2조 원인 회사를 우리가  인수한다고? 아직 돈이 많은 거였구. 차라리 내 월급 인상 좀 해줘.

댓글들, 기사 링크가 주르륵 달렸다.


연봉 인상 루머가 올라왔는데 15%였다. 원래 10%였는데 5%가 추가된다고 했다. 연봉에 15%를 곱하고÷ 12개월을 하니 한숨이 왔다.


느리다. 느려.

언제 부자가 되는 겁니까요.

정말 딱 살만큼만 주네요.

뒤에 0 하나 더 붙어서 들러온다면

한 달에 월급만큼 한 번 더 들어오는 부업 찾으면 좋을 텐데.


톡톡.

당첨되셨습니다.

컨버스 x피어 오브 갓 에센셜 스키드 그립 하이 275 당첨되셨어요.

어 드디어 첫 래플 당첨이었다.


당시 신발 폴더에 나이키,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브랜드부터 ABC마트, 폴더 같은 채널 어플, 나이키 마니아 카페까지 온라인 래플은 자투리 시간마다 참여했는데, 늘 꽝이었다. 근데 컨버스에 드디어 당첨!

기뻤다.


빨리 퇴근을 하고 와이프를 만나 컨버스 명동점에 도착했다. 의기양양하게 직원에게 당첨문자를 보여주었다.

이리 따라오세요.


1층 매장에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니 큰 박스들이 쌓여있었다.

275 1족이시죠?

네네

직원분이 꺼내 준 큰 박스에는 내가 수령할 컨버스 콜라보 모델이 담겨있었다.


큰 슈박스, 속지를 펼쳐본 순간 전해오는 쏴한 느낌.

(난해하다. 이걸 어떻게 소화하지...)

대학시절 컨버스를 신었지만, 발바닥이 딱딱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오빠, 무실에서 신을 수 있어?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회사 복장은 이미 비즈니스 캐주얼이었지만 과도한 컬러나 로고, 눈에 뜨는 건 금기시하고 있었다.


디자이너 신발이라 그런가 봐.

와이프가 위로를 했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15 5천 원입니다.

네 여기 3개월 할부로 해주세요.

비록 3개월 간 1/3으로 부담을 지웠지만

고민에 빠졌다.


신을 것인가? 줄 것인가? 팔 것인가?

(경쟁률이 낮아서 내가 받은 거구나. 그럼 그렇지.)

커뮤니티에서 혐오하는 소위 리셀러, 되팔이는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신발을 좋아하니까.

첫 당첨 신발!(출처-컨버스×피어오브갓 에센셜 스키드그립 하이)

첫 당첨! 수령 완료!

어쨌든 자랑은 해야겠기에 인증카톡방에 올렸다.

컨버스는 런스타 하이크 말고는...

재미없어요.

형 신을 거 니면 파세요. 빨리.

호이가 카톡을 보냈다.


빨리.

이 끝단어가 눈에 걸렸다.

이게 무슨 말인가? 또 어디서 팔라는 말인가?

내가 자주 가는 나이키 마니아 카페는 사고팔 수 있지만 등급제한이 있어서 권한을 받아야 했다.

다른 카페는 회원수가 적었다.


밤에 누워 검색해보니 역시나 모조리 매물로 올려졌다.

가격 15만 원, 택포(택배비 포함), 쿨 거래시 14만 원도 있었다. 

주식, 코인처럼 내가 사면 하락장이라더니

신발도 로 떨어지는구나.


다음날 일어나 신줏단지 모셔둔 듯 소파 옆에 모셔진 컨버스 신발을 보았다.

아니다. 아니야.

안 신을게 분명해졌다.

그래 그럼 팔아보자!


사무실을 들어가기 전 호이에게 카톡을 날렸.

나 이거 팔건대 어떻게 팔지?

늘 사긴 했지만, 초보 판매자였던 나 (출처-픽사베이)

아이러니였다.

15년간 지금껏 회사에서 서비스를 팔고,  브랜드가 달린 물건을 팔았. 단위가 최소가 백만 원부터 억 단위가 쉽게 넘었다.

그런 내가 당면한 문제는 내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었다.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면 는 아직 아무것도 팔지 못 존재였다니.

그래서 기를 쓰고 회사 안에서 정치, 인맥질을 하며 피 터지게 경쟁한 거였다.


그때 호이가 전화가 왔다.

카톡으로 영어로 쓰다가 그냥 말로 하는 게 빠를 것 같다고 했다.

형, 지금부터 받아 적어!


내 것을 판다.

그게 시작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내 사업의 첫 발을 내딛는 것인가?

월 천만 원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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