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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13. 2022

40대 무자본 창업기 8편

파는 것이 인간이다.

하나라도 팔아보세요.

호이가 내게 말했다.

어떻게 팔아?

형이 메모할 것있어요. 내가 불러주는 곳에서 물건을 올리고 팔아보세요.


형은 베트남에 팔께 아니니까.

국 리셀 마켓에서 팔아야 해요.

사실 모든 원조는 미국 스탁엑스(StockX)에요.

뒤에 나온 서비스는 모두 스탁엑스 따라한 것들이죠. 

리셀의 원조 스탁엑스 캡쳐(출처-스탁엑스)

한국에는 XXBlue, 프로그, 솔드아웃, 크림이 있어요.

을 다운로드하고, 신발 모델명을 검색해서 형이 원하는 가격에 올려봐요.


그때 1-2년 전만 하더라 리셀 사이트들이 여기저기 생겨 태동기였다.

 KT, 롯데 같은 대기업도 투자를 하면서, 돈이 넘쳐났던 회사들은 택배, 검수비 모두 무료로 풀면서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던 때였다.


일단 몇 번 팔고 나면 감이 올 거예요.

그럼 스마트스토어, 독립 쇼핑몰을 여는 거죠.

저도 3년 전에 그렇게 시작했다고요.

우리 같은 개미들은 플랫폼 올라타야죠!

파도가 오면 서핑하는 것처럼요.


손정의 회장이 처음 창업 한 뒤, 사과 궤짝에 올라 4-5명 직원들을 모아 두고 일본 1등의 회사가 되겠다 선언했다던 이야기가 올랐다.


수화기 너머 영어로 나에게 이렇게 열정을 표출하다니, 호이가 새롭게 였다.

베트남 유학생 한국에 6만 명이 넘어요. 자들은 한국 화장품을 좋아고,

남자들 K-POP 옷, 신발, 어스타일 모두 따라 하거든요.  이거 앞으로 대박 비즈니스예요.


그랬다.

한국에 베트남 유학생은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어찌 알겠나.

나의 베트남 친구가 1-2년 뒤 베트남판 무신사의 대표가 될지도.


갑자기 호이가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않을까라는 심정적인 느낌이 왔다.

(서울 어디에 사는지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

코인 투자도 한다고 했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호이가 알려준 대로 비스별로 회원가입을 하고 신용카드 계좌를 입력했다.

서비스 이것저것 둘러보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신발명을 넣은 뒤 가격을 살펴보았다.


뉴스에서는 신발 하나에 30-40만 원은 기본으로 번다던데 실상은 아니었다.

나이키x디올 콜라보 모델, GD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나이키x피스마이너스원 모델로 기본 백만 원이 넘게 거래되는 발들에 국한되는 것이었다.

가수 GD가 참여한 나이키×피스마이너스원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모델(출처-하입비스트)

내가 가진 신발은 인기 모델이 아니었다.

컨버스×피어오브갓 에센셜은 그저 하나에 인기도, 소장 가치도 없는 보통인 일반 신발에 불과했다. 

수요는 작고, 공급 많았다.


16만 원 클릭!

그래도 손해는 보지 말자 싶다.

정가 15만 5천 원에 5천 원이란 소박한 마진을 붙여 서비스별로 올려두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은 팔 수 있는 것뿐이네. 그런데 웃기는 건 자네가 세일즈맨이면서 그걸 모른다는 거야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중)
책징에 꽂아두었던 책, 다시 읽어보니 통찰이 있었다.(출처-청림출판, 예스24 인용)

눈을 감고 누웠다.

15년간 나름 대기업 회사원으로 일는데 회사 밖 명함을 떼고 나가면  수 있는 게, 돈을 벌 수 있는 게 있을까?


뜬금없이 또 사람인, 알바천국을 들거렸다. 택배는 차가 없만 상하차 체력이 안돼 탈락.

브랜드 매장 알바는 20대 나이 제한 탈락.

경비원은 50대 이상 우대, 탈락!

이 애매한 불쌍한 끼인 세대여...


톡톡.

XXBlue거래가 체결되었습니다. 48시간 내로 상품을 검수센터로 보내주세요.


자다가 핸드폰 울림에 회사 단톡방인가 눈을 비볐는데 거래가 체결되었다.

이야-팔았다!!

5천 원을 번 것이다.


나 팔았다. 

5천 원 벌었네 후후.

이제 이거 치울 수 있네.

아내 집안 자리만 차지하고 있 큰 신발 박스가 이제 치워진다니 미소를 지었다.


그럼 5천 원으로 별다방 커피 사줄 수 있겠네?

오빠 우리 이따 퇴근 후에 별다방에서 만날까?

좋지.


월급 말고 처음으로 돈었더니 아내가 데이트 신청을 했다.

(신난다-)

나는 박스를 들고 집 앞 편의점에

XXblue로 택배를 보냈다.

생애 첫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무언가 팔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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