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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17. 2022

40대 무자본 창업기 10편

단군이래 이렇게 돈 벌기 쉬운 때가 없습니다.

단군이래 이렇게 돈 벌기 쉬운 때가 없습니다!
(유튜버 신사임당)
(출처-픽사베이)

신정네거리역은 10년 만에 와보았다. 신기한 건 전혀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시간여행자가 되어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호이가 준 주소를 찍 네이버 지도를 보며 걸었다. 플라타너스가 오래된 아파트 단지 연식을 알려주었다. 20년이 넘었나, 지금 부모님이 살고 계신 1기 신도시 아파트와 닮았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었는지 주민들이 모여 박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출처-여행스케치)

걸으면서 땀이 날즈음, 지도 화살표가 멈다.

아파트 단지에 연결된 큰 육교그림자로 가려진 곳이었다.

3층 오래된 건물  나는 섰다.

여기인가.

기사식당 1층, 2-3층은 여인숙이었다. 다가가 보니 식당 옆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도착.

카톡을 보냈다.

전화를 할까 민한 찰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익-

슬리퍼에 후드티로 얼굴을 동여맨 호이가 나타났다.


형 여기!

 따라오라는 손짓 보냈다.

모처럼 일찍 퇴근 저녁,

와이프랑 근사한 외식이나 하지 나는 여기까지 왔을까.


자칫  안 넘어질 것 급경사 계단이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불빛 흔들렸다.

샤시이 뻑뻑했다. 

손 힘을 주 격자가 마찰하듯 소리가 났다.

끼익-

호이가 눈앞에 서 있었다.


어때요?

팔짱을 끼고 마치 경제잡지 표지모델처럼 서 있는 베트남 남자.

형이 처음이에요. 여기 초대한 게스트 1호.

XX가방 협동조합 푯말이 은 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전에는 가방공장이었나 보네.


와이프가 싫어하는 신발 고무 냄새가 났다.

박스 선반에 어지러이 쌓여있었다.

한쪽에는 화장품들 보였다.

알루미늄 스탠드가 중앙에 놓여있었다.

스탠드에는 갤럭시로 보이는 핸드폰 두줄로 5개씩 렬되다.


대단하네-

내가 엄지를 세우며 추켜세워주자 호이 미소를 지었다.

직원들은 3명인데 지금  밥 먹으러 갔어요.


신발도 신발인데 화장품에 눈이 갔다.

화장품도 ?

 화장품 쇼핑몰도 한다고 얘기 인했어요? 신발, 화장품,  개가  사업 포트폴리오예요.


근데 쿠팡에서 사는 거야?

선반들 여있는 쿠팡 박스가  물었다.

쿠팡 진짜 최고. 로켓 배송.

주문하면 그날 새벽에 와.

그럼, 포장만 해서 바로 공항 보내

쿠팡 로켓배송 (출처-서울경제신문)

신세계였다.

로켓 배송을 이렇게 이용하다니! 이런 세상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호이가 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핑몰을 보여줬다.

동남아 온라인 쇼핑 1위라는 S사 리지였다. 


K뷰티라고 다 잘되지 않아요.

베트남 여자들이 원하는 것만 인기가 있다고요.

저는 그것만 파는 거예요..


2주 전 문한 면도기와 면도크림이 떠올랐다.

그룹 계열사 쇼핑몰에서 40% 직원 할인으로 샀는데, 아직도 배송 준비 중으로 떠있었다.  

전화 연결이 안 되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잘한다. 잘해.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허름한 정동 지하에서 한국 베트남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즈니스를 하고 있다니.

단군이래 이렇게 돈 벌기 좋은 시대가 없 유튜버떠올랐다.




내가 한정판 신발을 못 사는 이유


치트 엔진 알아요 형?

호이가 물었다.

피파(FIFA) 게임하잖아. 치트 엔진으로 호날두+음바페+메시 조합이 가능하거든, 세계 최강 격진이지.

과거 한 게임했던 나였다.


하하하 , 아니 그거 말고 래플 치팅하는 거요. 

여기 핸드폰들이 그거예요.

머쓱하면서 나는 핸드폰 쪽으로 다가갔다.


노트북 한대핸드폰 거치대에 연결된 들이 연결돼있었다.

호이가 프로그램으로 클릭하니 핸드폰 10대 화면이 화면에 노트북에 떴다.


VPN 설정으로 국 바꿀 수 있고요.

시간 세팅, 초단위로 붙어서 자동으로 결재되는 거예요.

이거로구나.

슈프림 (출처-패션포스트)

슈프림,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인기 옷, 신발  온라인은 전쟁터였다.

사람들은 몇 시간 전부터 PC에 붙어 광클(미친 클릭) 준비를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는지 1분 컷, 5분 컷라고 할 정도로 순식품들이 매진되다.


지금 10대인데, 10대 더 늘릴 거예요.

호이가 설명하고 있을 때

솔직히 나는 신고를 고 싶었다. 데 어디에 할 줄을 몰랐다.

유통과정에서 미리 신발을 빼두는 백도어나, 이렇게 프로그램을 통한 치팅 구매는 불법 아니었다.

되팔이, 리셀러를 욕하는 도덕선을 넘나들 뿐이었다.


베트남 출장 때가 떠올랐다.

장이 현지 사으로 15일이 넘

비자 문제가 걸렸다.

여행비자라 갑자기 노동관 조사라도 나온다면 큰일이었다.


캄보디아 갔다 오세요.

근데 주재원 선배가 너무 대수롭지 않게 밀했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나라 캄보디아로 갔는데 멀지 않았다.

민에서 2시간 정도 차로 이동하자 국경 도착했다.


라온 인사팀 직원이 미국 달러가 있냐고 물었다.

마침 비상금으로 가져간 50달러가 생각서 주니 1시간 만에 베트남 취업비자가 나왔다.

원래 4시간 정도 걸리는데 뇌물을 줘서 빨리 나온 거라고 했다.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걸 보고 놀랐었다.

베트남 호치민 거리 (출처-국민일보)

형, 나한테 프로그램 사서 아요. 

신발이랑 옷을 비싸게 팔 수 있어요.

키 하나에 5백인데 내가 3백에 팔게요.

호이는 신발과 옷, 소프트웨어 판 품목이 늘었다.

싫다고 해야 하는데 잠깐 고민이 되었다.


게임이 아니라 인생에 치트 엔진이 있다는데 뭐가 어때?

근데 가격이 비쌌다. 

돈도 없거니와 와이프가 떠올랐다.

대학에서 윤리 공한 와이프한테 걸리면 이건 도 못 추릴 거였다.

(1시간 취조 감이다. 이건)


슈프림, 팔라스 이번 시즌 운동화, 옷들이 눈에 보였다.

스타로보던 것들이 다 있었.

하나씩 만져보며.  

(정가로 하나만 팔아 -.-) 

입에서 나오는 말을 간신히 참았다.


저녁은 근처 순대국밥이었다.

형이 사는 거지?

...

있는 놈들이 원래 더했다.

그래 가자.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안될 거 같아요.

호이가 뜬금포로 말했다.

유학생을 도와주는 자원봉사 여학생을 짝사랑하고 있단다.

순댓국에 내장을 빼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런.


고백받으면 싫어지고, 고백하면 싫 게 우주 진리.

쇠로 만든 무거운 비행기가 어떻게 나는지 알아?

파트원 B, 미국인 B는 퇴근 후에는 블라인드에 셀소(셀프 소개)를 하며 즉석 만남을 했다.

나는 B가 해준 얘기를 서슴지 않고 내 이야기인양 떠들었다.


비행기가 출발하면 두 가지 힘이 작동해.

로 올리는 양력, 아래로 당기는 중력, 그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백받는 여자는 위로 더 떠나고 싶고, 아래로 당기는 건 마음속 갈등.


비행기가 날기 위해서는 날개가 제일 중요해, 연료가 날개 속에 들어가 있지, 양력을 받기 위해선 중력을 이겨내고 날개를 젖히고 앞으로 나가야지. 그때 필요한 게 모야. 엔진이라고. 강력한 엔진!


그 엔진 그게 무슨 뜻이에요?

깍두기를 집어 든 호이에게 나는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 머니

...

꼰대네요.

싸늘하게 호이가 말했다.

그래 이 궤변이 통할 줄 알았다니 부끄러웠다.

회식 때 고기도 안 굽는다는 MZ세대 연애사 내가 어떻게 알겠나 싶었다. 


힘내!

등을 토닥거려주자. 호이가 내게 더 거리를 두었다.

치트 엔진도 못 팔고, 연애상담도 안되고, 그럴만했다.

(그래  너랑 나라부터 이제라도 거리를 좀 두자)


배차간격이 긴 신정네거리은 썰렁했다.

(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더니)

유체 이탈된 사람처럼 나는 육신 지하철에 집어넣었다.

(영어로 조언한 게 잘 전달이 됐나)


톡톡!

파트 카톡 방이.

파트원 B가 올린 글이었다.

(안 그래도 B가 쓴 영어 표현을 다시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만났다.)

L본부장 부터 감사받고 있데요.

파트장님 조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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