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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07. 2022

40대 무자본 창업기 4편

일할 때 가장 힘든 건 사람이다.

일요일 출근

해외법인 막내들과 회의를 해서 3-4시간 만에 끝났다.

원래는 1시간이면 됐는데, 갑자기 상담시간으로 바뀌어 2시간을 더했다.

주말의 사무실 (출처-CNBC)

최근 인니법인으로 발령 간 주재원 막내 K의 하소연이었다.

법인장과 미팅 때 자기 생각을 좀 강하게 어필했더니 법인장이 갑자기 로컬 직원들을 내보내고 K에게 소리쳤다고 한다.


주재원들끼리는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 아. 어디 로컬 직원들 앞에서 내 위신을 떨어뜨려. 너 본사에서 온 스파이 아니야!!


그 사건 이후, 법인장, 주재원 선배들과 대화도 없고, 밥도 따로 먹있다고 했다.

K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떠나 시작한 주재원 생활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그게 신입 주재원 길들이기지.

안쓰럽게 내가 말했다.

모두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여러 조언, 경험담을 말했다.

일이 힘든게 아냐,사람이 힘든거지.
(출처-OCN)

보고서를 정리하니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퇴근하려임원실 한 곳에 불이 켜있었다.

국내사업본부장실, L상무가 일하는 곳이었다.

상무보. L은 벌써 비서와 한강뷰 사무실이 있다.

 (출처-핀터레스트)

똑똑

도련님 과외는 잘되시나요?

내가 L상무에게 물었다.

하하하, 미친놈아. 도련님 이름 함부로 올리지 말랬지.

다른 계열사에서 일하회장아들은 한 달 전부터 L상무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상전이 밑에 있으니 숨이 턱턱 막힌다. 아주.

그래도 출근은 잘하고 있어.

쓴웃음을 지으며 L상무가 내게 말했다.

잘 챙겨요. 또 사회면에 안 나오게.

뭐래는 거야, 대표한테 말해서 글로벌로 보내버릴 수 있으니 나한테 잘하라고.


회장 아들은 소문이 많았다. 사내에서 유명세를 타는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뉴스에 나왔다.

유명 가수, 재벌가 3세들 대마 흡입으로 구속.

3달 자숙을 한다고 하더니 어느새 계열사를 옮겨 부장으로 승진해서 일하고 있다.


나는 마주친 적이 2번 정도 있었는데 키가 큰데 마른 체구에 조용한 느낌의 청년이구나 정도 외에는 별 느낌이 없었다.

파트원인 J는 도련님이 어떤 차를 운전하고 왔는지, T는 어떤 슬리퍼를 신고 일한다거나 하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할 때 시큰둥하게 들을 뿐이었다.

그러 라그 레-


회사 과장 모임에서 나는 상무가 되기 전 L과장을 처음 만났다.

아싸(아웃사이더)인 나와 인싸(인사이더)인 L과장의 만남이었다.

우리가 친해진 건 미국 라스베거스 출장 때였다.


국제 행사로 호텔 객실이 없어 2인 1실 묵어야 해서 내가 그의 룸메이트가 된 것이다.

4주 동안 미국에서 동거 동락하다 보니 우리는 친해졌다.

가까이 지내다 보니 그가 의외로 성실한 노력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표 프레젠테이션 전날 그는 나를 깨워 새벽까지 리허설을 했다.


휴대폰을 보니 N 뉴발란스 앱 알람이 와있다.

뉴발란스 327 재발매 선착순!

월요일 강남점 9시부터!

직장인은 어쩌라고.

내가 요즘 빠진 브랜드는 뉴발란스였다.

뉴발란스 327 그레이 (출처-뉴발란스)

뉴잘란스 327 첫 발매일,

나는 와이프와 함께 강남점에 갔었다. 그날도 9시 정각에 임박해 갔는데 입구에 3-5명이 있었다.

비도 오고, 신발도 생소해서 많이들 안 왔구나 싶어 얼른 우산 접고 줄을 서려하니 직원이 제지했다.


지금 줄이 뒤로 이어져있어요. 저 뒤로 가세요.

건물 뒤로 돌아보니 사람 줄이 건물을 뺑돌아  강남역까지 이어져있었던 것이다.

맙소사.

와이프와 경악하고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갑자기 호이 녀석은 월요일 선착순을 갈 것 같아 잘로앱를 켜서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호이 내일 뉴발란스 강남 래플 가냐?

답이 없었다.

바쁜가.

톡톡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사원증을 찍고 나오는데 답이 왔다.


친구들이랑 지금 뉴발란스 강남 앞이에요.

호이는 캠핑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을 내게 보냈다.

지금 시각 일요일 저녁 7시, 월요일 9시 발매인데 지금부터 줄을 서고 있다고!

이거 미쳤네 진짜!


톡톡

데니스, 근데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요?

누군데

내가 묻자 호이는 아까 보낸 사진을 크게 확대 편집해서 다시 보냈다.

중국 아줌마. 그때 후리스. ㅋㅋ

이건 뭐지,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캠핑 의자 앉은 후이 뒤에 진짜 그 아줌마,왕슈잉

왕씨 아줌마의 비주얼이다.

와 이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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