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dianjina Mar 24. 2017

퇴사와 결혼, 그리고 이민

그 모든 것을 가능케한 '위대한 개츠비'

지난 1월 16일 나는 퇴사를 했다. 근무기간 4년 6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가. 생각해보면 막연한 직감 혹은 예감이 현실이 되는 법이 다수였다. 생활인으로 적응할 법 하니 왠지 그리될 것 같던 서른살 퇴사도 현실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퇴사의 이유는 결혼과 이민이었다.


내게 결혼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20대 동안 남들만큼 적당히 연애를 했고 상대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나 자신 또한 충실히 탐구했다. 가수 유희열은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 사람과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과 결혼하라.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가장 나다운 것이 무엇일까. 10여년동안 적당한 연애를 반복한 끝에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렸다.



그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깊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미소였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보기 드문 미소말이다. 한순간 외부 세계를 대면하고 있는 - 또는 대면하고 있는 듯한 - 미소였고, 또한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였다. -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개츠비의 확신처럼, 나는 온 힘을 다해 내 안의 진심을 지키고자 마음먹었다. 그것은 사랑을 예찬하고 순정을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나의 진심을 더욱 귀히 여기고자 하는 다짐이었다. 개츠비가 바라보는 등대의 빛처럼 나는 내 안의 진심이 가진 귀한 가치를 생각했다. 가벼움은 선천적으로 참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비로소 내 자신을 깎아내며 타인을 위했던 연극도 끝이 났다. 더이상 관계를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지금의 사랑하는 남편을 만났다. 그는 내 안의 귀한 진심을 알아봐준 사람이다. 우리는 서슴없이 사랑을 주었고 계산치 않았으며 치장에 목을 매지도 않았다. 서로가 지닌 본연의 모습으로부터 편히 웃고 울 수 있는 사랑. 그는 내게 있어 결혼의 의미를 증명해준 사람이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자연스레 가정을 이루었다. 비록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남편의 나라로 가기 위해 한국을 떠나게 되었지만, 내 인생에 있어 이보다 더 확신에 찬 선택이 있었을까. 직접 쓴 청첩장 글귀로 오랜만의 일기를 마무리해본다.




사랑이란 자기 안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가는 숭고한 계기이자 자기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끌어가는 용기입니다. -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먼 타국에서 살던 두 사람이 만나 '나'였던 인생의 주어는 자연스레 '우리'로 변하였습니다. 시인 릴케의 말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각자의 삶에 큰 용기를 부여했습니다. 그 용기로 저희는 곧 먼 타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서로를 위하는 지금의 마음을 잘 지키고 가꾸어 먼 곳에서도 주님의 품 아래 행복한 삶을 이루겠습니다. - 2017.1.15 '청첩장'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 死년차 : 냉소와 열정사이 그 어느 즈음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