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vs 자유여행, 당신의 선택은?

by 쌤작가

“내가 만난, 파리. 나에게 파리는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누구나 떠올리는 파리였어요. 하지만, 에어비엔비 호스트 안드레이 집에 머물며 새로운 파리를 만났어요. 동네 사람들만 아는 숨겨진 시장.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공원. 파리지엥들이 모이는 빈티지한 클럽. 이번 여행에서 나만의 파리를 만났습니다. 우리 집이라 부를 수 있는 에어비앤비에서. 지금 에어비앤비에서 나만의 여행을 찾아보세요. 전 세계 100만 개가 넘는 나만의 집을 만나보세요. 어디에서나 우리 집처럼. Airb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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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인터넷 숙박 예약업체 에어비앤비의 광고다. 이 광고를 소개한 이유는 나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서 바쁘게 다니는 패키지형 여행 스타일을 정말 싫어한다. 대신에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딱히 특별한 것을 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여유 있게 골목을 거닐고, 사는 사람들을 보는 그런 여행을 좋아한다. 나와 같은 여행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 에어비앤비는 말한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그야말로 정확하게 나의 욕구를 꽤 뚫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증거로 에어비앤비는 2017년에 이미 그 기업가치가 255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 세계 최고의 호텔 체인인 힐튼을 앞질러 세계 1위의 숙박업체가 되었다. 에어비앤비는 단 하나의 건물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집을 빌려주고 싶은 호스트와 그 집을 빌려 쓰려는 게스트를 연결해 주어 그 사이에 발생하는 숙박료의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2008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현재 전 세계 191개국 100,000여 도시에 600만 개 이상의 숙소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보다는 저렴하지만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워 그 인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혼여행으로 크로아티아에 갔을 때 에어비앤비를 직접 사용해 보았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에 있는 현지인 숙소였다. 호텔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환상적인 전망에 깔끔한 침실과 부엌, 테라스까지 구비된 정말로 아름다운 숙소였다. 일정상 그곳에서는 3일밖에 머물 수 없었지만 그 시간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침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아내와 함께 브런치를 만들어 먹었다. 뜨겁지만 습하지 않은 햇살을 받으며 테라스에 나가 기지개를 켜고 한국에서는 하지도 않던 선탠을 즐겼다. 오후에는 방에 구비되어 있는 파라솔을 들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 아담하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밤이 되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갔다. 조그마한 상점들을 구경하고 거리 악사의 음악도 즐기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겼다.


다른 날은 숙소 근처에 있던 동네 마트에 들러 그 지역의 과일과 채소들을 사다가 방에서 요리를 해서 먹었다. 해가 지고 난 다음 전망대에 올라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아내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딱히 정해진 것도 없었고 재촉하는 이도 없으며 온전히 그 시간, 그 장소를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었다. 신혼여행의 다른 일정도 철저히 나와 아내의 여행 스타일에 맞춰 한 도시에서 최소 3박 이상을 하며 오래, 그리고 여유 있게 머물렀다. 그중에서도 현지인 집에서 생활해 볼 수 있었던 두브로브니크에서의 3박이 가장 인상 깊었다.


사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번의 불만족스러운 여행, 혹은 괜찮았던 여행들이 쌓이면서 여행의 참 맛을 알아갔고 그 속에서 내가 언제 제일 만족하고 행복해하는지 잘 관찰하며 나의 여행 취향을 알아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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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었을 때 방학을 이용하여 약 한 달 정도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어려웠던 집안 사정 때문에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 형, 그리고 나까지 각자의 방법대로 돈을 벌어야 했다. 암흑 같은 3년이 지나고 다행히 일이 잘 풀려 집안 사정이 나아졌다. 나도, 형도 다시 대학교에 복학을 했고 아버지께서는 고마움의 표시로 형과 나에게 겨울 동안 유럽여행을 보내 주시기로 약속하셨다. 겨울방학이 다가오자 형과 나는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의 여행 계획을 들으신 친척 분들이 사촌동생들까지 부탁을 했고 졸지에 사촌동생들까지 포함해 남자 6명이서 2010년 겨울, 유럽여행에 나서게 되었다.


우리의 계획은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에서 차를 렌트 해 한 달간 유럽을 자동차 타고 돌아다니는 여행이었다. 준비한 것은 들어가고 나오는 공항 선택과 비행기표 예약, 그리고 렌터카뿐이었다. 숙박과 여행코스는 구체적으로 짜지 않고 그때그때 흐름에 맡기기로 했다. 형은 주로 운전을 맡았고 그때만 해도 유럽 내비게이션이 흔하지 않았던 때라 나는 조수석에서 노트북에 GPS 모듈을 꽂아 지도를 확인해 가며 길을 직접 안내했다. 사촌 동생들은 뒷자리에서 웃고 떠들며 그저 형과 나를 따라다녔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독일로 넘어가 스위스, 그리고 다시 프랑스 남부로 한 달간을 돌아다녔다. 서울보다 훨씬 심했던 파리의 교통지옥에 식은땀도 흘렸고 쌩쌩 달릴 수 있는 독일의 아우토반도 지났다.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달리기도 했으며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고성을 구경했다. 길옆으로 보이는 꽁꽁 얼어버린 강에 내려가 다 같이 밀고 당기며 썰매를 타기도 했다. 스위스에서는 융프라우에 올라 스키를 탔고, 폭설에 갇혀 숙소에서 눈 구경만 하는 날도 있었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여렴 풋이 봄을 느끼며 환상적인 해안도로를 달렸다. 부유층들의 슈퍼카와 요트로 가득 찬 모나코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너무나 자유롭고 좋은 여행이었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살이 쭉 빠져 있었다. 여행기간 동안 형은 운전과 요리를 담당했고 나는 그 외 내비게이터, 돈 관리, 숙소 예약, 티켓팅 등등 나머지 일을 도맡아 했는데 매일매일 숙소를 찾고 예약을 하고 다니는 것에 지쳐버렸던 것이다. 자유로운 여행은 나에게 잘 맞았지만 매일매일 즉흥적인 것은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이다.


또 한 번은 부모님을 모시고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효도관광이 목적이긴 했지만 나는 완전히 전문 가이드가 되어 버렸다. 빨리빨리 목적지를 찍고 최대한 많이 둘러봐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아버지는 완전히 패키지형 여행자셨고 그런 아버지의 욕구를 만족시켜 드리느라 정작 나는 하나도 즐기지 못하고 완전 녹초가 되어 버렸다.


덕분에 야심 차게 예약했던 고급 호텔의 수영장과 루프탑에 있던 바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체 한국으로 돌아왔다. 결국 부모님 스타일에도 맞지 않고 나의 스타일에도 맞지 않는 어중간한 여행이 되어 버렸다. 만약 다음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게 되면 그땐 차라리 패키지를 예약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부모님의 여행 취향과 나의 취향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친구들과, 혹은 가족과, 또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조금씩 나의 여행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액티비티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맛있을 음식을 찾아 먹으러 다니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다. 환상적인 바다나 산이 있는 자연 속으로 여행 가길 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으리으리한 빌딩이 있고 여러 가지 복합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유명 도심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해 가며 나만의 여행 스타일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런 여행 취향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TV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배틀 트립>이라는 프로그램인데 가수, 배우 같은 연예인이 나와 두 팀을 이뤄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여행 스케줄을 만든다. 여행지 선정부터 이동 방법, 음식, 스케줄까지 직접 계획해 여행을 하며 그 과정을 보여준다. 두 팀의 여행 과정이 모두 소개되면 총 여행경비까지 고려해 방청객들이 어느 팀 여행이 더 끌리는지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투표 결과를 보면 어느 한 곳에 표가 다 몰리지는 않는다. 결국 그 안에 있는 방청객들 사이에서도 여행 취향이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여행을 떠나려고 계획 중이라면 우선은 자신의 여행 취향을 먼저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누구를 따라가거나, 아니면 정해진 스케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소중한 여행이라는 시간을 망쳐 버릴 수도 있다. 특히나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려고 생각 중이라면 나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여행 취향도 파악해야 한다. 만약 취향이 많이 다르다면 차라리 혼자 여행을 가는 편이 백번 낫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여행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 이점을 모두 가져가려면 우선 자신의 여행 취향부터 점검해야 한다. 여행할 때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음식은 어떤 종류를 좋아하는지, 도심이 좋은지 자연이 좋은지, 한 곳에 오래 있는 것과 여러 곳을 단기간에 많이 둘러보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잘 맞는지, 더운 곳이 좋은지 추운 곳을 더 선호하는지 등 하나하나 따져보고 기준을 마련해 놓으면 최소한 실패하는 여행은 없을 것이다. 잘 맞는 옷을 입어야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아름다워 보이듯이 자신에게 잘 맞는 여행을 해야 그 과정 속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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