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정기권, 내 순발력을 시험하다.

by 글솜



앞서 여러번 말하기도 했지만, 막 오송으로 이사 했을땐 SRT정기권이 오픈되지 않은 시점이라 한동안은 좌석예매로 출퇴근을 해야 했는데 아무리 9시까지 사무실에 도착해도 된다지만, 그래도 8시 반 까지는 도착하는게 좋을 듯해 여러 출퇴근 시간 중에 7시 16분 기차를 타기로 하고 일주일 단위로 기차좌석을 예매하고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이 기차좌석을 예매하는것도 어느정도 치열했는데, 선택한 7시 16분 기차는 나처럼 9시 전에 사무실에 도착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의 인기있는 시간 중 하나라 자칫 예매하는걸 잊어버리면, 금새 자리가 동나버리는 참혹함을 뜻하지 않게 선물 받기도 하는데, SRT 예매를 실패했다고 해서 다른 대안이 아에 없는건 아니지만 그 대안 중의 하나인 KTX는 선택 테이블에서 본체만체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일부러 핸드폰 알람을 맞춰놓고 예매하기도 했었다.


종점이 서울 또는 용산역이였던 KTX에 비해 수서역인 SRT가 위치상 사무실과 더 가까워서 SRT를 더 선호했던 부분이기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꺼렸던 이유는 KTX를 타고 사무실로 출근할때 꼭 거쳐야 하는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지옥의 구간 때문이였다. 바로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역인 사당역.


KTX 용산역에 내려 4호선 라인이 다니는 신용산역을 거쳐 방배역으로 가기위해 2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4호선을 타고 사당역에 딱 내리면, 그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많은 인파들이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와 2호선 환승구역까지 마치 하나의 유기체인 마냥 움직이는데 이때, 흘러가는 인파를 거슬러서는 안된다. 음..아니 거스를수도 없다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그 대열을 이탈 하는 순간 2호선 환승구역까지는 발을 딛지도 못할테니까 말이다.


무사히 2호선 환승구역까지 왔다면, 이제는 초초함과 기다림의 미학을 출근길에 온 몸으로 체감해야 한다.

사당역에서 2호선으로, 특히 출근길에 강남역 방면으로 환승하는 분들은 아실꺼다. 초단위로 느껴지는 숨가쁜 출근길을 더 초초하고 가쁘게 만드는 사당역을...그날 SRT와 KTX를 비교해보겠다고, 호기롭게 KTX를 선택해 이 사단을 만든 나를 초단위로 자책 했었다. 이 바보같은 녀석...


오송에 살기 전, 이 2호선을 타고 출퇴근 했기에 2호선의 공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면서 그 짧은 순간에 이 공포의 사당역을 잊어버린 나를 끊임없이 탓했다.


사당역에서 겨우 2호선으로 갈아타고, 잠시만요!를 시전하면서 인파를 헤치고 방배역에 겨우 발딛었을때, 기차 안에서 잠깐 취한 휴식으로 완충되었던 체력이 곧 전원이 꺼질것 같은 방전된 핸드폰 마냥 1/3 도 남아 있지 않았다.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사무실에 도착한 이후로는 절대 KTX를 이용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쾌적한 그 3호선을 타고 다니게 되면서 더더욱..말이다.


KTX를 타고 호기롭게 출근했던 날.

평소보다 좀 늦게 그리고 좀비처럼 사무실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그때 당시 팀장님은 -애가 오늘은 다른 루트로 출근했나보네- 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와... 어떻게 그걸 아시죠...? 팀장님.. 다른 의미로 좀... 무섭네요




이야기가 좀 다른데로 새긴 했지만, 여러모로 SRT를 최대한 타야한다 와 좌석이 없을때 발생하는 불상사를 온 몸으로 체득하고 있을 무렵. SRT정기권 발권예매일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SRT정기권이 발권된지 얼마 안됐을때는 정기권 발권표만 있으면 정해진 출퇴근 시간안에 어느 시간대 차량든 이용이 가능했었다.

즉 , 내가 출근은 7시 20분차로 퇴근은 7시 30분차로 SRT정기권 발권을 하더라도, 7시 16분 출근기차와 9시 퇴근기차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입석이 발권되지 않는 SRT의 특성상 원하는 시간좌석이 없어 못타거나, 아니면 야근으로 인해 발권 시간을 놓치는 다양한 불상사를 이 정기권으로 어느정도 막을 수 있다는 거다.


출근은 일정하지만 퇴근이 일정하지 않았던 그때에는 SRT정기권이 더 빨리 오픈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좌석 예매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에....이래저래 계산해 볼때 여러모로 정기권을 이용하는게 훨씬 나았다.


그렇게 나뿐만이 아니라, SRT를 타고 출퇴근 하던 직장인 모두가 오매불망 기다렸던 SRT정기권 발권예매 오픈날아침이 밝기 시작했다.


평상시처럼 남편 차를 타고 오송역으로 향하는 길. 일찌감치 핸드폰에 깔려있는 SRT 어플을 켜고 초조하게 정기권 발권예매가 가능한 7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미한 기억상 정기권 사용시점이 정해져 있어서 그날은 말 그대로 정기권 발권하는날이지 그날부터 바로 사용 할 수 있는건 아니였는데, 혹여나 내가 원하는 시간대 정기권 예매를 실패 할까봐 수강신청을 앞둔 대학생마냥 초조한마음으로 오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당시 정기권 특성상 출퇴근 시간으로 정해진 그 구역대 선택하면 시간과 차량에 관계없이 탈 수 있었는데, SRT 정기권 발권이 언제부터 가능하다 이야기만 듣고 정기권에 대한 세부 내용은 찾아보지 않은 탓에 시간과 차량에 관계 없이 탈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7시가 되기를 동동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6시 59분.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7시 1분전.

미리 시간과 차량을 셋팅해 놓고 기다린 탓에 혹여나 7시 정각에 오픈시 에러 메세지가 뜰까봐 화면을 이리저리 만지작만지작 거렸다. 평상시에는 의식도 하지 못한 1분이 이때는 얼마나 길던지... 화면을 만지작 거리면서 기다리는 1분은 마치 1시간인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딱 - 아마 아날로그 시계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소리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화면 상단에 위치한 6시 59분이 7시로 숫자가 바뀌고, 행운의 숫자 7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핸드폰을 쥐고 있던 오른손 엄지 손가락은 망설임 없이 발권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날 그렇게 혼자서만 초조하게 기다리던 7시16분 SRT정기권 차량 발권 예매를 가뿐(??) 하게 성공시켰다.


서울에 살때 언제나 실패한 명절날의 기차표 예매의 그 순간순간의 눈물 방울들이 이 SRT정기권 발권 성공을 위한 뜻깊은 초석이지 않았나 이런 망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날의 성공적인 발권예매를 자축 했었는데 나중에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다는걸 알았을땐 나한테 조금.. 아주 조금 실망했지만 그 순간 기분 좋았으니 됐다며 약간의 바보스러움을 흘려 보냈다.


정기권으로 SRT를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좌석예매 했을때와는 달리 객실 안 좌석보다는 객실 밖 통로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졌지만 좌석 유무에 관계 없이 야근을 하더라도 맘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어서 내가 느끼기에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았다.

객실 안 의자보다는 조금은 불편하지만, 통로 의자에 앉으면 기차 출입문에 달려있는 창문을 나름 독식(?) 할 수 있기에 오히려 창 밖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으.. 오늘 실패했어” 실패다. 실패. SRT 앱을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출근길 항상 비어있던 기차 출입문 앞 의자에 어느순간 누군가가 앉아서 온다는걸 눈치채기 시작했을때, 순조로웠던 SRT 정기권 발권이 초를 다투는 다급한 현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침 7시에 열리는 정기권 발권예매가 늦어도 7시 10분까지 넉넉하게 발권이 가능했었는데,어느순간 내가 주로 타고 다니는 차량이 순식간에 매진 되어 발권하기가 점차 힘들어진 것이다. 기차예매 실패는 명절날 이후 겪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SRT는 정기권 발권오픈 할때 부터 발권가능 인원 제한이 있었는데, 점차 SRT를 이용하는 인원이 늘어서인지 정기권 발권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여유로웠던 SRT를 타고 다닐땐 이 좋은 SRT 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다가 막상 이용객이 늘고 내가 이용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하자 같이 누리기 바랬던 마음이 점차 불편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실패했어? 그럼 어떻해?”

“다행히 다른 시간대 차량이 남아 있어서 그거 선택했어.”


매번하는 일이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맘으로 초조하게 발권하는 날 아침에 비장한 자세로 발권을 준비해서 그런지 원하는 시간대는 실패 했지만 그 다음 시간대 발권 예매는 다행히 성공해서 문제 없이 기차를 이용할 수가 있었다.


나름 평화롭게 SRT를 타고 다녔던 시절을 겪어서 그런지, 원하는 시간대 발권이 조금은 어려워 졌다고 업무가 아닌 단순 출근인데도 이런거에도 경쟁을 해야 하는건가라는 생각에 조금은 착찹해졌다.


점차... SRT...타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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