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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May 23. 2020

인생의 원동력인 커피

커피라면 뭐든 다 좋아

나도 그랬는데 3년 후에 너 거의 커피 중독자 된다 ㅋㅋㅋ


<한달자기발견> 중 10년 전 나와의 대화 중 하나이다. 커피를 좋아한 지 거의 7년이 되었다. 믹스 커피부터 드립 커피까지 크게 종류를 가리지 않고 거의 다 좋아한다. 처음으로 커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군대에서였다.



믹스커피 2개 + 우유 200ml = 버틸 수 있는 힘


소대장으로 전입하자마자 작전 진지에 올라가서 실제 작전을 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기본 근무였고 작전, 군수, 급양, 시설, 탄약, 보안 등 작전 진지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책임졌다. 게다가 중대장의 엄청난 갈굼과 새벽 4시에도 생기는 실제 작전 상황 등 거의 모든 게 힘든 시기였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식판에 밥 2인분과 컵라면을 함께 매 끼 먹었는데도 한 달에 2kg씩 살이 빠졌다.


그때 나에게 희망을 주었던 것은 휴가와 커피였다. 우유 200ml를 컵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뜨끈하게 돌린 다음 믹스커피 2개를 모두 넣았다. 그러면 궁극의 단맛이 완성이 된다. 영하 10도 정도의 추운 날씨에 따뜻하고 달디 단 커피를 한잔 딱 마시면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으면 스트레스가 쫙 풀렸다. 커피로 하루의 고단함을 이겨내고 휴가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카라멜 마끼아또와 아메리카노 = 겨울과 여름의 대표 음료


전역을 한 후에는 기나긴 취업준비의 기간이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사회에 들어가려니 누구도 날 받아주지 않았다. 게다가 2년간 짝사랑했던 첫사랑과도 헤어지면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멘탈이 완전히 나가서 몇 달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만 하다 밤에 공원 산책을 하는 생활을 했었다. 그때는 카라멜 마끼아또가 나에게 힘을 주었다.


카라멜 마끼아또의 매력은 달달함이다. 군대에서 먹었던 커피는 달다는 느낌의 최고봉이었다면 카라멜 마끼아또는 부드러움과 달달함을 주었다. 2015년 2월이었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날이라 동생이 약속 때문에 나간다고 할 때 같이 따라나가서 15분 걸어 카페에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샀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홀짝홀짝 거리며 신세 한탄과 자아비판과 반성을 했었다.


하지만 여름이 되니 따뜻한 커피는 못 먹었다. 근데 또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는 따뜻할 때의 느낌이 안 났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봤는데 커피의 씁쓸함과 얼음의 차가움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이렇게 겨울에는 카라멜 마끼아또,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다.



핸드 드립 커피 = 고요한 휴식 시간


세 번째인 핸드 드립 커피는 빅보카 스터디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연한 계기로 스터디 장소가 강남역 카페에서 서초동의 한 사무실로 옮겼는데 그 사무실에 계신 사장님이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내려 주셨다. 그리고는 신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 나는 커피를 맛으로 마셨다. 달달함이나 씁쓸함이 각각의 매력이 있었고, 당연히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맛을 느꼈다. 하지만 그날 마신 핸드 드립 커피는 향이 정말 좋았다. 커피 원두를 갈 때부터 코로 들어온 고소함은 추출을 해서 내입에 들어올 때 폭발했다. 마치 코와 입 전체에서 커피 향이 가득 찬 기분이었다.


그 후로는 집에 드립 커피 도구를 사서 집에서 내려 마시고 있다.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간에 잠시 쉬면서 휴식을 해야 한다. 커피를 손수 갈고 물을 끓이고 필터를 통해 한 방울씩 추출할 때는 오로지 커피 내리는데 집중하게 된다. 골치 아픈 문제나 지끈거리는 상황이 있어도 커피를 내릴 때는 잠시 떨어질 수 있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기다릴 줄 알고 고요함을 느끼는 시간을 핸드 드립 커피가 주고 있다.



커피는 나에게 버티는 힘을 준다.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위해 커피에 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넣은 방탄 커피를 일어나서 마시고 있다. 다이어트도 되고 몸에도 좋은 것을 알게 되어 잠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하루에 한 잔 마시고 있다. 게다가 운동 전에는 부스터 역할을 해주고 좋은 커피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는 폴리페놀도 많이 들어있다고 하니 함께할 수밖에 없다. 아내와 집에 있을 때는 밥을 먹고 커피를 내려서 함께 마신다. 그러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티비를 본다.


커피와 함께라면 정말 힘이 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해소시켜주고 힘이 들 때는 힘을 주고 쉬고 싶을 때는 휴식을 준다. 그리고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해서 관계를 좋게 해 준다. 이렇게 좋은 커피를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 마시지 말라는 의사의 권유가 있지 않으면 평생 함께하고 싶은 대상이다. 커피를 마실 때의 소소한 행복감은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준다. 커피는 나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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