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빛이 6월의 거리 위로 반짝이고 있어.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고 나니 여름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건네는 듯 해. 취향도 나이를 타는 건지 어릴 땐 무척이나 싫어하던 여름이 어느새 좋아지더라.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맑고 투명한 바다, 새파란 하늘에 얼음처럼 동동 떠오르는 구름, 길 가다 마주친 아이가 입고 있는 앙증맞은 하늘색 원피스, 찰랑이는 냇가에 살며시 발목을 내어주는 사람들, 몹시 더울 텐데도 서로를 위해 손부채질을 해주는 연인들, 그런 여름의 장면들을 떠올리면 기분이 들뜨곤 해.
오늘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점심을 먹었어. 더운 계절에 맞게 시원한 국수를 먹으면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지. 어느새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갓난아기의 사진을 자랑하듯 보여주는 모습이 새삼스럽게 실감이 나지 않더라. 아직도 해맑고 아이 같은 미소를 짓는 그 친구가 어느새 삶의 다음 페이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구나 생각하니 예전에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더라고.
우리는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만난 회사 동기였어. 서로 알게 되고 친구가 되었을 무렵엔 처음 겪는 회사생활의 힘듦에 치일 때였지. 나는 지금보다도 나 자신을 알지 못했고 강한 척, 밝은 척하던 내 모습을 스스로의 정체성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던 시간이었어. 대신 그땐 지금보다 속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었고,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그 친구에게 난 많은 고민들을 털어놓곤 했어.
사소한 것에도 열정을 쏟던 순수했던 나날들로부터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 이제는 서로 다른 회사를 다니게 되고 밟아가는 삶의 단계도 달라 시시콜콜 모든 일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가끔 만나 웃고 응원하는 관계일 수 있는 게 좋더라. 우정의 색깔과 모양이 달라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 다른 속도로 이어가는 그 친구의 걸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으니까.
삶은 한 권의 책 같아서 마지막 장이 나올 때까지 다음 장을 넘겨야 하는 일이더라. 때때로는 다음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일이 숙제처럼 느껴져서 힘들 때가 있지만, 그렇게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걸음걸음을 함께하고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한 오늘이야. 네게 주어진 그 많은 일들과 변화는 늘 내가 함께 할 테니까, 그리고 네가 아끼는 사람들이 지켜봐 줄 테니까 지레 겁먹지 말고 당차게 너만의 속도로 걸어 나가자.
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는 연휴 전날이야. 푹 쉬고 또 즐겁게 내일을 살아내길.
2024년 6월 초, 널 가장 응원하는 친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