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Sep 03. 2024

각성과 중독

그리고 중심 잡기

둘째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각성이 늘었다.

내 복직과 맞물려서 좀 더 심해진 것 같다.

자꾸만 응애응애 하는 소리를 낸다거나, 특수교육대상자 친구 중 살짝 증상이 심한 아이의 말투와 갑자기 손뼉 치는 행동 등을 시도 때도 없이 따라 한다. 

나는 새로운 학교로 복직한 지 이제 3주 차에 접어들었고, 나는 나름 직장생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퇴근과 동시에 나는 복직 여부와는 전혀 무관하게 다시 자폐 아이와 ADHD 아이를 키우는 엄마 모드로 돌아온다.

내가 복직한 이후, 둘째는 5시까지 유치원에서 지내는데, 아직은 그게 익숙지 않은 모양인지 종종 '엄마 2시에 데리러 와요'라든가, '내일 유치원 안 갈 거야'와 같은 표현을 하곤 한다. 

그것과 동시에 자꾸만 방방 뛰고 응애응애 거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오늘 감각통합 수업에서 각성상태가 눈에 띄게 심하다고, 여러 신체운동을 권하셨다.

등산도 수영도 놀이터 산책도, 1시간은 꼭 하라 하셨다.

또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퇴근 후 센터 다녀와서 놀이터까지 다녀와서 밥도 하고 공부도 봐주고, 그렇게, 또 그렇게 해야 하는구나. 


첫째는 어제 휴대폰이 망가져서 계정이 초기화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브롤스타즈 계정조차 초기화되었다며 난리를 부렸다.

학교에서 수업 중인데도 전화를 몇 통이나 해댔다.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남편에게 까지 전화를 자꾸만 해댔다고 한다.

친구가 계정 복구를 도와준다고 했다며, 학원도 재끼고 친구를 따라갔다고도 한다.


나는 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전화로도 혼이 났지만 학교 마치고 만나서도 신나게 혼이 났다.

나도, 남편도 자기 직전까지 아이를 모질게 혼냈다.

아이는 별 말이 없었다

엄마 아빠가 그렇게 쪼아 댔지만 '네, 네'만 하고 눈물을 몇 방울 흘렸다.

아이는 자기가 생각해도 머릿속에 게임 생각으로 가득 차있고, 자기가 게임 중독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나는 2년 전 휴직하기 전에, 

'내가 일을 해서', '남편이 육아에 비협조적이라' 등의 생각에 휩싸여서, 답도 없는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휴직을 했고, 아이들과 온전히 1년 반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 보니,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벌어진 상황에서 좌절하는 나의 몹쓸 습관 때문에 나를 스스로 괴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복직해서의 문제가 아니다. 남편이 비협조적인 것은 안타깝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문제의 핵심은 또 아니다. 


나는 휴대폰을 좀 더 내려놓고, 반찬을 미리 배달시켜 놓고, 생활을 단순화하면 둘째와 놀이터에 갈 짬이 조금 더 날 지도 모른다.

나는 초등 아이에게 더 예쁘게 말을 하는 법을 연구하고, 오후에 잠깐 함께 보내는 그 시간이라도 충분히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뭐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더 쥐어짜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여전히 고민이지만,

글쎄,

나는 그게 내 마음에 편한 것 같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여전히 성장 중,

여전히 고민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