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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디제이 Jan 02. 2020

[너굴리뷰] 미스 슬로운, 영화

이렇게 지독하게 탁월하게 살 자신이 있어요? 전 없어요..

*너굴리뷰는 읽는 사람이 리뷰 대상을 보기 전(#볼까말까)과 본 후(#보고왔수)로 구분해 남깁니다.

미스 슬로운


#볼까말까


✓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과 그걸 위해 포기하게 되는 것들 사이에서 고민해 봤다면

✓ 정신없이 몰아치는 대사를 소화하는 데 무리 없다면

✓ 마션, 인터스텔라를 봤고 그 영화에 나왔던 Jessica Chastain의 원탑 연기가 궁금하다면

✓ 검블유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면


시간을 내어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 


각본은 아래 슬로운의 대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고,

주인공인의 연기는 눈 깜빡할 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씁쓸하지만도 통쾌하지만도 않게 이 영화를 봤다면, 당신의 삶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로비의 핵심은 통찰력이에요.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한 후 대책을 강구해야하죠.
승자는 상대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회심의 한 방을 상대보다 먼저 날려야 해요.
상대를 놀라게 만들되 상대에게 놀라선 안 돼요




#보고왔수


한 명의 사람으로 참 외롭게 보여 안타깝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었지만, 그녀를 감히 동정할 수는 없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녀가 결코 넘지 않는 어떤 선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음.. 뭐랄까. 그녀는 소시민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옹졸하게 탐욕스럽지 않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책임진다. 그릇이 크다.

신념을 위해 행한 잘못들을 승화시키려 시도하지 않는다. 비대해진 자아로 인정 싸움을 하지도 않는다. 신념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이기기 위해서는 그저 이 방법뿐이었다는 걸 결과론적으로 설득시켜 버린다.


일그러진 속성도 물론 있다.

참여한 게임에서 이길 때 오는 카타르시스에 중독된 폭주 기관차.

팀을 믿지 못하고, 마음을 누구에게도 내주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컨트롤해야 하는 강박.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남겨지는 상처는 감수해버리는 폭력성.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했다면 지나온 자리에 폐허만 남았을 인생을 건 도박자.


근데 그녀도 그 일그러짐을 안다. 그게 자신을 죽이고 있음도.

그렇게 마지막 큰 승리와 함께 자신의 커리어를 폭파시키고 멈춘다.


영화는 끝났다.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감옥에서는 더 이상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기를. 벌 다 받고 나오면 뭘 해도 할 사람이니 서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 나약해지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그리고 눈을 뜬다.

이렇게 지독하게 탁월하게 살 자신이 있어요? 전 없어요..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결과가 아닌 과정을 살아가는, 적당히 사는 것은 또 싫은 내가 남아 있다.

뭔가 이 영화가 힌트를 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아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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