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고 꽃이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길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사연을 받아 적으려 무던히 애를 썼던지도 모른다.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이를테면 사랑, 소망, 기쁨, 슬픔, 후회나 반성, 아픔이나 위로,
햇살의 따스함이나 바람의 상냥함, 달빛의 쓸쓸함과 강물의 담담함,
비 내리는 이른 아침, 어린 풀꽃들의 노래와 조약돌의
달그락거리는 마음 같은 것. 그 모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믿음이었으므로.
그것들에 담긴 가뭇없이 흘러가버릴 사연들을 하나씩 받아 적었다.
그리고 그 문장의 끝에는 언제나 당신이 있었다.
나의 문장 속에 머무는 동안 당신이 나를 조금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사라질 것들을 마주하며 실컷 사랑하고, 실컷 아파하고,
실컷 그리워하길 바란다. 여린 마음속에서 슬픔과 기쁨, 아픔과 위로,
절망과 희망이 자리를 바꿀 수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지금 당신이 가진 것들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더 이상 절룩거리지 않고 걸어갈 만한 푸른빛의 오솔길 하나 찾을 수 있기를
감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