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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Sep 18. 2023

인스타그램 사용시간 줄이는 3단계

사랑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는 척하지 않기

우리에게는 매일 24시간의 시간이 주어지고, 주어진 시간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그걸 방해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인스타그램이다. 예전에는 상하로 피드를 올리고 내리다가 엄지손가락이 저릴 때쯤 꺼버렸지만, 이제 스토리 기능이 좌우로 손가락 관절을 풀어주니 우리 뇌의 도파민 분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앱을 지워봐도 소용없다. 유튜브야 PC로도 볼 수 있으니 적당히 조절할 수 있다 해도 인스타는 모바일 최적화라서 컴퓨터로 사용하기 영 힘들다. 사용 시간을 줄여보려고 지웠다가도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한다. 왜? 심심하니까! 그나마 인스타로 지인들의 근황을 듣는데, 이것마저 없으면 나는 죽은 사람에 가까워진다.


그렇지만 봐야 쓸모도 없는 인스타 피드 손가락 올리고 있는 시간에 너무 아까웠다. 그러면 앱을 지우지 않고도 사용 시간을 줄일 순 없을까? 



#1 팔로잉 숫자 줄이기


가장 먼저 실행한 방법은 팔로잉을 줄이는 거였다. 대부분의 일반인이 그렇듯, 나 역시 팔로워보다 팔로잉이 많다. 그러니까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보다 내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리스트를 쭈욱 내려보니 배우도 있고, 셀럽도 있고, 운동선수도 있다. 애플 공식 계정부터 나이키, MS 등 해외 기업 계정도 상당히 많다. 거기에 그들 CEO까지도 팔로잉 리스트에 있다. 음악인도 상당히 많다. 아마 그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팔로우를 눌렀을 것이다. 혹은 그들의 소식을 놓치지 않고 접하고 싶었을 게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전혀 아니다. 나는 그저 당시 호감의 표시를 그렇게 한 것뿐이다. 그 뒤로 인스타에서 본 것이라고는, 내가 가지 못할 이벤트들, 알아봐야 '나중에' 쓸 정보들 뿐이었다. '나중에'는 없으니까 결국 사라지고 말 도파민에 불과했다.


그래서 팔로우를 취소하기 시작했다. 매번 앱에 접속할 때마다 하나씩, 두 개씩 팔로우를 취소했다. 기업 계정은 내 생계에 연관되지 않은 이상, 없앴다. 따지고 보니 다 없애도 됐다. 사람 계정은 나를 아는 사람은 뒀다. 사이사이 나를 팔로우하는 분들만 남기도 다 취소했다. 그렇게 해도 그들과 나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2 앱을 나가는 규칙 정하기


설정에 보면 '이용시간'이라는 메뉴가 있다. 내가 앱에 머무는 시간을 알려주는 건데, 잠깐동안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도 평균적으로 1시간이 넘었다. 어느 날은 3시간도 넘기기도 했다. 릴스를 계속 아래로 넘기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그 아래에 '휴식 알림 설정'과 '일일 시간제한 설정'이 있다. 이게 중요하다. 나는 이걸 20분과 1시간으로 지정했다. 적어도 20분은 넘어가지 않았으면 했다. 인스타그램 재밌으니까 해라, 하지만 20분은 넘기지 말라는, 내가 내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물론 잘 지키지 않았다. 경고 알림 창이 뜨는 그냥 닫기 눌러버린다. 하지만 이걸 계속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한번, 두 번 그 메시지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을 줄이겠다는, 시간을 아끼겠다는 나와의 약속이 생각난다. 그리고 떠오른다. 내가 왜 인스타를 하는지? 나는 지인 소식 공유용으로 인스타를 하고 있고, 이미 소식은 다 봤다. 그러니 앱을 종료해도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끄게 된다.





#3 볼 게 없으면 앱 나가기


당연히 한 번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이미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고, 자극을 찾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연다.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니 적당히 만족시켜 주되 조절이 필요하다. 


신기하게도 #1, #2를 실행하면 조절이 된다. 세상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콘텐츠만 계속 올리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피드를 계속 내리다 보면 모든 콘텐츠를 확인하게 되는 시점이 온다. 내려도 계속 있었던 이유는 팔로잉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모든 피드를 확인하면 메시지가 뜬다. "최근 3일 동안 새롭게 올라온 게시물을 모두 확인했습니다"라고.


그 이후 나타나는 피드는 인스타그램의 추천 게시물이다. 다시 말해, 굳이 보고 있을 필요 없다는 거다. 그러니 앱을 닫아도 된다. 


처음에는 '모두 확인했습니다' 메시지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왜냐면 내 팔로잉이 많으니까. 그렇지만 팔로잉을 줄일수록 그 메시지가 나타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한두 번 피드를 올렸는데도 메시지가 뜬다. 그러면 성공이다. 볼 건 다 봤으니까 안심하고 인스타그램을 끄면 된다. 



인스타그램을 줄인다고 해서 온전한 나의 시간이 늘어나진 않는다. 시간은 나의 책임이고 내가 잘 활용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 그래도 분명한 건 도파민 자극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뭔가 꼭 보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생긴달까. 


또 필요 없는 관심이 정리가 된다. 그 순간 깨닫게 된다. 나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 걸 사랑하는 척하는 하고 있었다는 걸. 인스타가 그렇게 만들었다. 거기에 휘둘려 시간을 허비할 필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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