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선 Aug 31. 2024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

특이한 자동차를 타는 평범한 여자 #06

딱 보기에도 너무 작은 자동차 트위지를 타다 보니까, 길에서 수많은 무례한 질문들을 듣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례하다고 느끼는 것은 ‘질문’ 때문이 아닌, 질문을 하는 ‘태도’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운행 중인 자동차를 툭툭 치면서 “이 차 얼마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었고, 운행 중인 자동차 앞을 막아서고는 창문을 툭툭 치는 덩치 큰 남자도 있었다. 창문을 열어 보라는 제스처에 기겁하고 서둘러 그곳을 벗어난 경험은 살면서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내 차가 굉장히 비싸 보이는 차라면, 과연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할 수가 있었을까. 아무리 저렴해 보이는 차라고 해도 그렇게 무례한 행동을 해야만 했을까?


트위지보다 좀 더 비싸(?) 보이는 스마트 포투를 탈 때는 트위지 만큼의 무례함을 만나지 않아서 좋았으나 여전히 조그마한 차에 가진 편견과 시선은 ‘저렴한 차’ 혹은 ‘별거 아닌 차’였다. 차에는 벤츠 로고가 붙여 있으니, 가끔 가까이 와서 본 사람들의 깜짝 놀라는 시선도 여럿 겪었다. “이 차 벤츠에요?”라며, 또 “차 얼마에요?”를 묻는 사람들.


한 번은 하루에도 여러 번 그런 질문을 받게 되어서 짜증이 나서 “차 안 팔아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마치 중고 거래를 하러 온 것처럼 차를 구석구석 살피고 만져 보면서 가격을 묻는 사람들에게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는 것일까. 차를 파는 것처럼, “이 차는 어떤 점이 장점이고, 어떤 분에게 권하고, 어떤 식으로 이용하면 좋을 것이며, 그래서 가격은 얼마인데 구매 원하시나요?”라고 물었어야 하는 것일까.


생명에도 가치를 따져, 더 비싼 돈으로 살 수 있는 반려동물을 자랑하듯 데리고 다니는 사람 사이에서 “우리 아이는 세상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어요!”를 위치는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의 목소리는 한없이 하찮은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평당 얼마짜리 집이 아무리 낡았어도, 저렴한 땅에 지어진 예쁜 집이 더 가치가 없는 세상이기도 하니, 자동차도 그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내가 애지중지 소중하게 가꾸어 타고 다녀도, 사람들에게 내 차의 가치는 그저 ‘얼마짜리 차’로 비추어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내가 비싼 집과 비싼 차, 그리고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삶은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한 삶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돈’이면 ‘이 선택이 더’ 현명했을 거라고 말하는 것보단,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내 삶의 가치 있는 것들을 선택하며 산다. 딱 필요한 만큼만. 딱 빚내서 사지 않아도 되는 만큼만.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내 취향에 어울리는 것으로만.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좀 더 특별한 것을 사랑한 것일 뿐. 세상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할 뿐이다. 


두 자동차와 함께 힘차게 나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2인승 오픈카 스마트포투 451 카브리올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