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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별 것 아닌데 이상하게도 쓸쓸한 날

by 그책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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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을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이야기 한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세상이 정해 준 단어의 의미 말고, 더 깊은 감정을 단어에 담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는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를 시인의 감성으로 새롭게 발견한 말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스미다'라는 말이 참 와닿았어요. 허은실 시인은 '스미다'라는 말을 '서로가 서로에게 번져가는 부드러운 삼투'라고 표현했답니다.



‘스밈’이란 건 마음의 일이기도 해서
가슴에 고독이 스미고, 슬픔이 뼛속 깊이 스며든다고도 하죠.
그리고 당신의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미소 한 모금이
마음속으로 깊고 오래 스미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스미는 일,
그러니까 관계의 삼투만큼 귀하고 즐거운 스밈은 또 없겠지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p.3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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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정해 놓은 의미가 좁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감정에 각자의 이야기가 더해질 때가 그런데요, 사랑에 빠졌을 때, 혹은 슬픈 일이 있을 때. 터질 것 같은 감정이지만, 단어는 감정의 선을 정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무릎은 '사랑을 위해서만 내어주고 싶은 자리', 포옹은 '당신은 내가 지켜내고 싶은 존재입니다'라는 다정한 시인의 시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는 단어가 한 사람의 이야기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아는 의미로 마음이 다 표현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다양한 감정들을 자유롭게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스민다는 말을 서로에게 번져가는 삼투 같다고 표현 한 시인의 단어처럼요 우리가 가진 모든 감정은 소중하니까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향기 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 아이유 『비밀의 화원』


https://www.youtube.com/watch?v=eGXJs7zOHC4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 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

별이 지면 하늘도 슬퍼


-여행스케치 <별이 진다네>


https://youtu.be/5IiE3YtG40U



사랑이 깨지는 건 많은 경우,
두 사람의 마음의 온도가 안 맞을 때입니다.
그때의 기우뚱한 열렬함 혹은 냉담함은
그러니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딱히 연인 관계에서만 그럴까요.
이상하게 자꾸 어긋나다가 끝난 인연들을 떠올려보면
관계의 온도가 맞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부러 연연하고 애쓰지 않아도
마음의 온도가 맞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니까 시월 오후 세 시쯤의 온도,
그 정도의 따뜻함과 산뜻함을 지닌 사람들.
누군가에게 나 역시 그렇게 느껴진다면 좋을 텐데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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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 ‘쓸쓸함’에 슬퍼지는 날이 있습니다, 별 것 아닌데 쓸쓸한 날. 그럴 때면 가족과 함께 살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에서는 마중과 배웅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제 그만 들어가요.”
“요 앞까지만요.”
애인은 그러고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버스를 몇 대 보내고서야 돌아갑니다.
배웅은 그런 것이죠.
그가 골목을 돌아 나가 더는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거기 서 있는 것.
골목 끝까지만, 버스정류장까지만…… 그러면서
혼자 갈 길을 조금이라도 더 같이 걸어주는 마음.
우리가 태어날 때 설레며 기다리던 가족들은
나를 마중하고 있던 것.
어느 집 상여가 나갈 때
동네 사람들 모두가 나와서 그 상여를 따르던 건
먼 길을 함께 배웅하던 이별 의식이었죠.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어린 왕자』의 이 구절처럼
네가 오기로 한 그곳에,
네가 오기로 한 시간보다 먼저 나가 기다리는 것.
마중은 기다림의 한 형식이자 환대의 적극적인 표현입니다.
삶은 마중과 배웅 사이의 일.
그 환대와 동행의 형식 때문에
인생이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35p





네가 오기로 한 그곳에,

네가 오기로 한 시간보다 먼저 나가 기다리는 것.


집에 돌아오면 가족이 모두 나와 제 얼굴을 살피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따듯했고 다정했던 기억에 묻은 사랑으로 위안 받는 저녁. 어쩌면 우리는 사랑했던 기억들로 내일을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같은 단어라도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의 언어 처럼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쓸쓸한 마음이 드는 분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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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https://bit.ly/3djYJ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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