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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Apr 16. 2021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별 것 아닌데 이상하게도 쓸쓸한 날



사랑한다는 말을 '달이 아름답네요'라고 이야기 한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세상이 정해 준 단어의 의미 말고, 더 깊은 감정을 단어에 담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는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를 시인의 감성으로 새롭게 발견한 말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스미다'라는 말이 참 와닿았어요. 허은실 시인은 '스미다'라는 말을 '서로가 서로에게 번져가는 부드러운 삼투'라고 표현했답니다.



‘스밈’이란 건 마음의 일이기도 해서
가슴에 고독이 스미고, 슬픔이 뼛속 깊이 스며든다고도 하죠.
그리고 당신의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미소 한 모금이
마음속으로 깊고 오래 스미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스미는 일,
그러니까 관계의 삼투만큼 귀하고 즐거운 스밈은 또 없겠지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p.39 중에서




세상에 정해 놓은 의미가 좁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감정에 각자의 이야기가 더해질 때가 그런데요, 사랑에 빠졌을 때, 혹은 슬픈 일이 있을 때. 터질 것 같은 감정이지만, 단어는 감정의 선을 정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무릎은 '사랑을 위해서만 내어주고 싶은 자리', 포옹은 '당신은 내가 지켜내고 싶은 존재입니다'라는 다정한 시인의 시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는 단어가 한 사람의 이야기 앞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아는 의미로 마음이 다 표현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다양한 감정들을 자유롭게 상상해보면 어떨까요. 스민다는 말을 서로에게 번져가는 삼투 같다고 표현 한 시인의 단어처럼요 우리가 가진 모든 감정은 소중하니까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향기 나는 연필로 쓴 일기처럼

숨겨두었던 마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어


- 아이유 『비밀의 화원』


https://www.youtube.com/watch?v=eGXJs7zOHC4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 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

별이 지면 하늘도 슬퍼


-여행스케치 <별이 진다네>


https://youtu.be/5IiE3YtG40U



사랑이 깨지는 건 많은 경우,
두 사람의 마음의 온도가 안 맞을 때입니다.
그때의 기우뚱한 열렬함 혹은 냉담함은
그러니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딱히 연인 관계에서만 그럴까요.
이상하게 자꾸 어긋나다가 끝난 인연들을 떠올려보면
관계의 온도가 맞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부러 연연하고 애쓰지 않아도
마음의 온도가 맞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니까 시월 오후 세 시쯤의 온도,
그 정도의 따뜻함과 산뜻함을 지닌 사람들.
누군가에게 나 역시 그렇게 느껴진다면 좋을 텐데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p.121




살다보면 이 ‘쓸쓸함’에 슬퍼지는 날이 있습니다, 별 것 아닌데 쓸쓸한 날. 그럴 때면 가족과 함께 살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에서는 마중과 배웅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제 그만 들어가요.”
“요 앞까지만요.”
애인은 그러고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버스를 몇 대 보내고서야 돌아갑니다.
배웅은 그런 것이죠.
그가 골목을 돌아 나가 더는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거기 서 있는 것.
골목 끝까지만, 버스정류장까지만…… 그러면서
혼자 갈 길을 조금이라도 더 같이 걸어주는 마음.
우리가 태어날 때 설레며 기다리던 가족들은
나를 마중하고 있던 것.
어느 집 상여가 나갈 때
동네 사람들 모두가 나와서 그 상여를 따르던 건
먼 길을 함께 배웅하던 이별 의식이었죠.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어린 왕자』의 이 구절처럼
네가 오기로 한 그곳에,
네가 오기로 한 시간보다 먼저 나가 기다리는 것.
마중은 기다림의 한 형식이자 환대의 적극적인 표현입니다.
삶은 마중과 배웅 사이의 일.
그 환대와 동행의 형식 때문에
인생이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35p





네가 오기로 한 그곳에,

네가 오기로 한 시간보다 먼저 나가 기다리는 것.


집에 돌아오면 가족이 모두 나와 제 얼굴을 살피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따듯했고 다정했던 기억에 묻은 사랑으로 위안 받는 저녁. 어쩌면 우리는 사랑했던 기억들로 내일을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같은 단어라도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의 언어 처럼요.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쓸쓸한 마음이 드는 분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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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https://bit.ly/3djYJ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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