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최소 이사, 최대 C레벨의 무리 안에 '사원'으로서 들어가는 것입니다.
굳이 왜 들어가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의문은 접어두고 어떻게든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파워와 리소스가 몰리는 곳에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임원 입장에서 큰 일을 도모하고, 실행에 옮기고 싶을 때 '어떤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힐까?' 라는 생각부터 합니다.
이 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실무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그 실무자가 바로 내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전제 조건은 일단 일을 꽤 잘하고, 싹수가 보여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모두는 전제 조건을 충족했다고 가정합니다.
저의 경우 입사 후 2년 차 때 투자 실사 TF에 참여해서 법률, 개인정보보호, 행정(등기)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즉, 사원 급이 최소 팀장 이상 참여해야 할 TF에 들어가서 한 파트를 맡았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서, 회사에는 사업 전략을 담당하는 부문 대표님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국내 최상위 증권회사의 상무 출신이었고, 저는 그 분이 트레이더로서, 투자자로서 끝발 날렸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마침 저 역시 투자에 관심이 대단히 높은 시기였고, 우연히 엘리베이터를 단 둘이 같이 타게 되었는데, 그 때 투자에 대해 조언을 구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M2, M3 통화 개념, 기술적 지표 이런 허접한 소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은 친절하게 커피 한 잔을 하자며, 라운지로 데리고 가주셨고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이너서틀에 발을 딛은 순간이었습니다.
친분이 생기고 거의 매일 인사를 드리러 찾아뵀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투자 조언을 구하는 걸 서슴치 않았고, 감사하게도 싹수를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시리즈 C 투자를 앞두고, 대표님이 TF에 참여해볼 생각 있냐고 여쭤보셨고, 저는 무조건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이후로 시리즈 C, 시리즈 C 브릿지, 이번 시리즈까지 TF에 항상 들어갔고, 지금은 회사에 내가 담당했던 파트의 업무를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경험을 주변 동료들이나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줬을 때, 따르는 사람은 단 1명도 없었습니다.
다들 같은 팀원이나 팀장까지만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지, 절대로 이사급 이상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권력과 리소스를 쥔 사람이 회사라는 용의 머리를 잡고 흔들기 때문에, 최소한 뒷 목이라도 올라타야 나아갈 방향과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사원처럼 꼬리에 매달려서 미친듯이 흔들리면, 할 수 있는게 주어진 환경에 대한 불만밖에 없습니다.
임원과 사원의 차이는 거기에서 옵니다. 임원은 필요하면 결정합니다.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일의 순서 따윈 필요에 의해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원은 이해가 도저히 안 되죠. 왜 그런 식으로 밖에 경영하지 못 하냐고요.
안타깝게도 꼬리에 매달린 상태로, 두 눈을 가린 채 끌려다니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떤 임원이 이너서클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 눈에 들기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 합니다.
본인이 불평하며 처우도 개선되지 못 한채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