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에게는 권한이 없지만 의욕은 있고, 리더에게는 의욕도 있지만 권한이 많죠.
연차가 낮아도 일에 손에 익기 시작하면, 위를 바라보기 마련인데 그 윗 단계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 탑다운으로 내려오다 보니, 답답하고 내가 하면 더 잘 하겠다, 왜 저렇게 밖에 일을 못 시키지 등의 불만이 쌓입니다.
반대로 C레벨은 실무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성과 밖에 없다보니, 내가 성과를 보고 싶을 때 마침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결과물을 가져오면 실제 능력보다 더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실무자의 능력을 면밀히 보기 보단, 눈을 돌렸을 때 보이는 성과로 역량을 가늠하고 보수적으로 업무 수준을 조정합니다.
그럴수록 실무자는 내 영역이 좁아지고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죠. C레벨의 판단이 맞는 경우엔 더 열이 받고요.
이런 상황이 엎치락 뒤치락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나는 장대 양봉을 세우고 싶은데, C레벨이 눈치 없이 공매도를 때리는 셈이죠.
다시 말해, 위 이미지에서 실무, 과제를 넘어 마일스톤, 전략까지 내다보고 성과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거죠.
힘겨루기 박스권에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뿐 아니라, C레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실례로 1달 전 저희 회사에 골드만 삭스 홍콩 대표가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급하게 일정이 추진돼서 VIP가 어떤 일정으로 저희에게 들리는지 단편적인 정보밖에 없었죠.
저에겐 VIP 의전 차량 기사의 전화번호가 있었고, 그 기사님에게 간곡하게 부탁해서 VIP를 맞기 위해 정보가 너무 없다. 미리 준비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 오시는 지 알 수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그 결과 골드만에서 기사님에게 준 일정 페이퍼를 사진으로 입수할 수 있었고,
단순히 한국 방문해서 여러 회사를 들리는 일정이 아니라, 적어도 당일에는 저희 회사만 들렸다가 귀국하는 일정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사진을 대표님들께 보여드렸더니, 매우 놀라셨고 애초에 골드만 일정에 비중이 작을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를 적게 했던 방문의 우선순위가 최상단으로 올라갔습니다.
당일 의전도 제가 컨트롤 타워가 되서, 회사부터 박람회 장소, 귀국까지 VIP 동선 짜고, 각 세션의 담당자들, 이사들에게 실시간으로 상황 공유하고 의전 필요한 역할을 일일히 지정해서 운영했습니다.
다음 날 CSO님이 찾아와 극찬을 해주셨고, 대표님께 잘 말씀해주신 덕분에 연봉협상 때 400만원을 더 올릴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