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배우는 곳. 영상작가 교육원.
한참 에세이에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하는 글을 쓰던 중이었다.
사람들이 점점 글을 많이 읽어줬음에도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 타인에게 삶의 방식에 관해 말을 하는 걸까?
이렇게 사세요! 가 아니라 조금 더 완곡하게 내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은 없는걸까?
고민을 하던 중 나는 소설이 가장 아름답고 부드러운 메시지 전달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한 줄이 내게는 굉장히 예쁘게 느껴졌다.
이야기로 사람을 설득한다니. 로맨스로, 스릴러로, 코미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니 제법 아니 너무 멋진 일이 아닌가?
그렇게 뭔가 글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대학 동기 중 한 친구가 영상작가교육원 사이트를 보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나는 그 곳이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작가’라는 단어에 꽂혀 교육원에 등록을 했다.
그렇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마음으로 등록한 학원에서 나는 처음으로 작가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정말 ‘작가’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워. 정말 멋졌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작가교육원을 갔고 친구는 안왔다.)
“여기가 대체 뭐 하는 데지?”
나는 앞줄에 앉아 의욕에 두근대는 가슴만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있었다. 처음 듣는 스토리에 대한 수업.
나는 그간 궁금했던 게 해소 되는 느낌과 종종 전혀 모르겠다는 느낌을 번갈아 받으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날 뒷풀이에서 누군가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다들 좋아하는 감독이 어떻게 돼요?”
“저는 000이요”
“저는 000 감독님이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에게, 좋아하는 감독이 있나? 나는 시랑 소설만 읽어와서 감독은 잘 모르는데.
그 곳이 영화 수업을 알려주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그로부터도 2번의 수업을 더 한 뒤었지만 아무튼 나는 세상에 어떤 종류의 작가가 있는줄도 모르는 채 ‘작가’라는 한 단어에 꽂혀 6개월간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딩고 스튜디오에서 프리랜서 작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곳에서 나는 능동적인 주인공의 중요성과 장르에 대한 이해를 키우게 되었다. 또 스토리에 플롯포인트와 이야기의 원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헐리웃에서도 헐리웃 플롯을 쓸 만큼 이야기는 완전한 자유 창작의 영역이 아니었다. 정해진 구조에 따라 나의 장면들을 끼워 넣는 일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그 사실이 몹시 갑갑하게 느껴졌지만 구조를 학습하고 나니 오히려 상업적인 틀 내에서 자유도 높게 내 장면과 대사들을 추가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움을 더했다.
그 수업을 마친 뒤에는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딩고사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일을 할 수도 있었다. 내 기준 최고의 선생님이셨는데 나는 여전히 내 부족한 원고를 '웃으며' 읽어주신 선생님의 선생님력이 경이롭고 감사하다.
아무튼 그 교육원을 계기로 나는 글을 쓰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작가로서의 첫 발이었다.
진로는 종종 흘깃댄 친구의 모니터를 통해 결정되는 것 같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결과 나는 조금 더 보드랍게 글로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