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차별은 존재?
참 웃겼던 건 올해 성장하고자 하면서 설정한 값 중 하나가 바로 눈에 보이는 수치를 만들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집을 사고자 해보려 했더니 대출을 받아야 했고 대출을 받으려 하다 보니 영주권이 필요했다. 올해의 목표 설정값인, "집사기"로 마음의 결정을 둔 순간 뭔가 이걸 이루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집을 사기 위해서 해야 하는 영주권 취득이 잘되지 않으면서 집 사기는 올해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는 물론 올해는 아니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일이 되었다.
이 일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도 같이 느꼈다. 이렇게 목표를 하나 정하니 마치 올해 내가 집을 사지 못하면 올해는 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기간을 정해 놓고 이뤄야 할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만약 올해 내가 집을 사지 못하면 나는 올해가 마치 하나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이 되었고 또한 그 목표치라는 것을 올해 한정을 두어버려 이를 다시 실행하지 않게 되어 버리는 오류도 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것들을 느끼고 마음을 추리고 우선 집사기라는 큰 그림은 조금 보류를 해두기로 했다. 대신 집을 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더 공간이 필요함을 느꼈고 환경을 조금 바꿔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좀 더 넓은 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지금 사는 곳도 나만의 공간이었지만 5년 전 당시 집을 구하고 집에 가구들을 사들일 때, 물론 여러 고민을 거쳤지만, 빨리 가구들을 사고 최소한의 살아갈 길을 만들다 보니 급하게 사들인 것들이 꽤나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월세집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일본에는 summo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월세와 부동산 매물들이 올라오는 사이트이다. 거의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을 집을 구할 때 먼저 이 사이트를 보고 집을 구하지 않나 싶다. 한국에서처럼 무작정 부동산에 찾아가서 “전세금 이만큼이 있고 월세는 이 정도 낼 수 있는데 이 동네에 부동산을 보고 싶어요."하고 찾아가면 아무도 집을 알아봐 주지 않는다.
먼저 웹사이트를 통해서 보고 싶은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고 예를 들면 summo 사이트에 가서 내가 원하는 동네, 원하는 부동산 조건들을 모두 선택 후에 결괏값으로 나온 목록들을 살펴보고 이 중 내가 직접 보고 싶은 부동산이 있으면 해당 부동산을 summo 사이트에 업로드한 중개업체에게 연락해서 약속을 잡는다. 그러면 부동산 중개인을 찾아가서 만날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집 방문 가능 한 일정을 확인하고 집을 가서 볼 수 있다. 보통 이런 절차로 집을 보게 된다.
외국인이면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으면 일본 집주인들이 그다지 월세를 주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제는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차별이라고 놀라는 친구들이 많다. 뭐 그런데 어찌하리. 그런다던데. 만약 집과 관련해서 분쟁이 있거나 논의할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본어가 유창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외국인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가끔 외국인들 중에서 아무런 연락도 미리 주지 않고 그냥 어느 날 자기 나라로 가버리는 경우가 꽤나 있기에 그렇단다.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일본인 부동산 중개업자를 아무런 지인의 도움 없이 혼자 찾아갔다. 사실 한국말로도 부동산 용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거기다 일본어로 소통하려니 걱정이 앞서긴 했다. 다행히도 구글 번역기가 잘 역할을 해주었다. 만나서 원하는 지역을 이야기하고, 한 달에 낼 수 있는 월세금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같이 나와있는 부동산 목록들을 보며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집을 확인해 주는 방식으로 부동산에 한 2시간 가략 있었다. 안타깝겠도 한 8개 정도의 집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중 2곳은 이미 나간 상태였고, 한 곳은 1층이었고, 5개 집 중에서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은 외국인을 받아 들어줄 곳은 딱 한 곳뿐이었다. 그런데 그 한 곳조차도 집을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는데, 그 보는 것조차도 집을 보기 전에 내 연봉, 재직 증명서, 현재 집주소, 현재 월세 등등을 모두 기입해서 제출하고 그것을 통과해야 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당시 부동산 중개소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집에 돌아와 웹사이트 주소를 주며 거기다 기입하고 제출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고서야 지금 내가 집 한번 보자고 이러는 게 맞나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곳은 흔치 않다고. 이게 뭐 차별인지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집을 그냥 보러 가는데도 심사가 필요하다니. 참. 그러고 우선은 제출했는데 내 재직증명서가 작년에 발급된 거라고 최신 증명서로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한번 더 받고, 나는 그 집을 가는 것을 포기했다. 집을 보는 것 자체가 이리도 힘들다니.
그러다 집 근처를 산책하다 외국인들을 위한 부동산 중개소를 발견했고 해당 중개소를 통해서 소개받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 이미 여러 집을 보았다. 지금은 집을 구하는 단계이다.
말이 통하는 게 얼마나 행복하던지 동시에 이렇게 일본어를 아직까지 못하는 내가 참 한심하기도 했다. 뭐 어찌하리, 이미 이런 걸. 어찌 되었던 이 계기로 일본어공부에 대한 의지도 생겼고, 영어 가능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 한시름 놓은 채로 집을 확인하고 있다. 이번에는 꼭 내 구미에 맞는 집을 찾으리라. 내가 만난 중개인의 이름은 마크였다. 일본계 미국인이었고 하와이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올해 집을 사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단다. 지난 5년간 집 값이 야금야금 올라 올해 집값이 유례없이 도쿄에서 제일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결말을 들으면 정말 신이 존재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집을 사지 못한 게 신이 정말 조종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멀고 먼 길을 돌아 결국 나는 월세(일본은 전세가 없다) 살이를 다시 하기로 했지만, 다행히도 좋은 중개인을 만나 아직 이사할 집을 찾는 중이며, 집을 사고자 했지만 올해는 집을 사는 것이 안 좋은 해임을 알게 되었다.
집을 사고 또 영주권을 따보고자 하는 건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새로 이사를 생각하고 있고, 물론 혼자서 이사를 하는 것 자체도 내게 큰 도전이다. 한 달 두 달 후에 나는 어떤 곳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까.
그리고 3년 5년 후에 나는 어떤 곳에 서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