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nda Oct 21. 2024

성장에 대한 중간 점검

성장 중간 점검 - 빌드업이 필요했다. 


올해 처음 가졌던 마음이 바로 그거였다. 40대에도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 성장하고 싶다. 청춘이 그리웠다. 청춘이라는 단어에 집착했다. 청춘이라는 것이 너무나 찬란하고 빛나게 느껴졌다. '나이 드는 걸 내가 거부하는 걸까', '나는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것에 준비가 안될 걸까' 스스로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40대가 되어서도 아직도 그 청춘이라는 것에 목매여 사는 내 모습이 어느 순간 되려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 마음이 거부가 되지 않았다. '청춘이라는 것은 참 찬란하고 빛나는구나.' 하는 그 마음. 그리고 그 특정 지을 수도 없고 정의되지 않는 그 허공 속에 있는 청춘이라는 것을 부러워하기에 이르렀다. 어떠한 특정 인물을 부러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 마음속에 허무맹랑하리 만큼 내 머릿속 공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 청춘이라는 것을 정의하고 그것을 부러워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내가 정말 그리워하는 건 무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도전이고 성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고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모든 게 정착에만 집중하며 살아왔다. 이 나이에 내가 뭘 이라는, 주책이지 뭐, 체면 차리느냐고, 안정과 정착에만 온 집중을 쏟으며 살다 보니 삶이 지루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리한 도전에는 눈독을 들이지 않았고, 성장이라는 말은 내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고 치부했다. 그런 삶을 1년 2년 3년을 살다 보니 아마도 갑작스럽게 마음의 번아웃이 왔는지도 모르겠다. 뭐 일에만 번아웃이 있으리라는 법이 있을까. 내 마음에도 정착하고 안정적으로 방향을 잡아 살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마음의 번아웃이 왔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 성장하고 도전하는, 그 순수한 열정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덧대어 그 청춘이 너무나도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나이에 뭘, 주책이지'라는 마음을 벗어던지고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그냥 해보는 그리고 아직도 내가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포인트에서든 누군가로부터 건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으로 한 발짝씩 내디뎌 보겠다고. 


말은 매우 거창하지만 그 성장이고 도전이라는 건 나의 아주 사소한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도전 중에 하나가 “혼자여도 잘 살기” 와 “건강한 삶을 살기”이다. 너무나도 흔하디 흔한 평범한 도전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습관을 바꾸기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우선 건강한 삶을 살기 목표는 누구나 늘 그렇게 시작하듯 올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지난 5년간 야금야금 살이 8kg가 쥐도 새도 모르게 쪘던 충격으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4개월간 나름 운동도 하고 식단도 해보았지만 죽어라고 살이 빠지지 않았다. 사실 건강한 삶을 표방한 다이어트 집착기이긴 하지만 단짠단짠을 좋아하는 내게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그 첫걸음이었고, 도쿄에서 개인 피티샵을 다니며 근력 운동과 동시에 꼭 영어로 강습하는 것이 아닌 일본어로 하는 피티샵을 다니는 것 또한 내가 실행한 큰 도전이었다. 지난 4개월간 집에서 혼자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식 및 건강 디저트를 찾아보며 집에서 요리도 해보며 나름 노력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2주 정도 전부터 저탄고지를 시작했다. 여러 유튜브를 찾아보니 저탄고지와 공복 12-16시간을 지키며 공복시간을 늘리는 것이 몸에 좋다고, 물론 살이 빠지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아 나도 한번 시작해 보기로 했다. 탄수화물을 줄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집에서 샐러드에 고기를 넣고 만들어 먹고 계란으로 저탄고지식 김밥을 만들어 먹으며 탄수화물을 줄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배고픔을 크게 느끼지 않았다. 


물론 잘 지키다 지난 주말에는 운동을 하고 나서 체력이 너무 떨어져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서 집에 오자마자 순식간에 정신 나간 사람처럼 먹긴 했지만 정말 지난 2주간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리고 4개월간 안 빠지던 살이 2주간 저탄고지로 바로 빠지게 되었다. 그럼 저탄고지가 효과가 있는 걸까?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근데 과연 저탄고지로만 성공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의 지난 4개월의 노력은 모두 잘못되었던 걸까? 아니다. 빌드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건강한 삶을 살고자 했을 때 바로 그 시작 시점에서 바로 저탄고지를 했다면 나는 하루 만에 실패했을 것이다. 왜냐면 이전에 식습관이 그리 잡혀있지 않기에 갑자기 탄수화물을 바로 줄였으며 나는 하루 만에 배고픔에 폭식을 했으리라 장담한다. 지난 4개월간 조금씩 건강한 식습관으로 바꾸려고 매일 조금씩 노력을 했기에 그리고 시작한 저탄고지를 해도 힘이 들지 않았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난 4개월간 집에서 건강식을 만들어 먹었던 건, 그때 잘못되었던 건 그 건강식을 너무 많이 먹었던 것이었다. 하하. 그래도 그렇게 식습관을 조금씩 바꾸고 저탄고지를 하니 힘이 들지가 않았다. 탄수화물을 예전만큼 먹지 않아도 살아졌다. 지금은 물론 내가 원하던 그 목표치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왜 남들은 한 달이면 금방 10 킬로그램도 빼는데 나는 안 되는 걸까, 에 대한 불평은 쏙 들어갔다. 


빌드업이 필요했다.
한 번에 변하는 건 어쩜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혼자서도 잘 살기 성장 프로젝트도 여전히 실행 중이다. 이건 앞서 이야기한 건강한 삶을 살기와는 다르게 눈에 보이는 수치가 없기에 재단할 수가 없지만, 오롯이 나 스스로의 평가만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진짜로 혼자서도 괜찮아지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물론 외롭고 쓸쓸한 날이 없겠냐만은 정말로 혼자여도 나는 내 삶을 조금씩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빌드업은 여기서도 필요했다.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초조했었다. 괜스레 남들  SNS를 보며 혼자 방에 있는 나를 쓸쓸하게 여겼었다. 그리고 의미 없는 만남들을 이어갔었다. 그러나 점점 온전히 혼자인 주말을 즐기는 내가 되어갔다. 40대가 되고 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들을 주저하기도 했다. 이것도 혼자서도 잘 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게 싫고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는. 그러면서 혼자인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곤 했다. 도전과 성장이라는 거창한 목표하에 내가 필요하면 새로운 모임에 나가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인연이 생기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을 부끄럽지 않고 주도적으로 해보기로 한 것도 다른 변화 중에 하나이다. 최근에 아이돌에 푹 빠져있다. 덕질을 아주 열심히 중이다. 내 선에서 말이다. 좋아하는 걸 마음껏 좋아하는 것조차 주저했던 삶이었다. 왜 그랬을까.. 인생 처음 아이돌 콘서트를 가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성장 중이다. 아직도 남들과 비교하며 외로워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왜 내 다이어트는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하며 좌절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근데 내 성장은 빌드업이 필요했다. 한 번에 변하는 것은 없다는 걸 깨우쳐 가고 있다. 그저 남의 성장이 한 번에 변해 보이는 것 일뿐. 

이전 10화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