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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Jan 10. 2019

담을 이야기

시니어 반려견들의 북유럽 여행 - 마이 그레이 베이비

삶은 때로 기대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의지와 상관없이. 


만 13살, 만 15살의 두 시니어 반려견들이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계획된 여행도 아니었다.

동물병원의 실수와 무지로 인하여 아이가 죽음 직전까지 갔던 상황에서

무수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청년처럼 건강하던 아이가 한순간에 극한의 고통을 겪게 되었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달려간 대학 병원에서 더 어이없는 일들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동물 진료의 근본적인 문제, 시스템의 오점, 인식의 차이를 강렬하게 경험했다.


무엇보다 

수의사들이 '동물이 호소하는 고통을 읽을 수도, 들을 수도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아픈 아이를 안고 있는 보호자에게 그 사실은 공포 그 자체였다.   


나는 어느 개개인의 잘못이나 실수를 탓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보다 나는 '왜?'라는 질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배경, 원인, 해결책, 변화의 가능성.... 여부.


믿고 싶지도 않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지금까지 수의학은 '동물의 고통을 읽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더더욱 믿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사실 가르치는 사람들이 동물의 고통을 읽는 방법을 몰랐다. 

모두가 그렇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의학이 포커스를 두고 있던 방향이 동물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수의학계 스스로 반성하기 시작한 것이 매우 최근인 것도 사실이다. 

  

나의 반려견 체리코크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러나 그로 인한 장애를 안게 되었고, 다시 또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만약 한번 더 이 상황이 재현된다면, 아이가 다시 이겨내길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지내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이 굳혀졌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가슴에 도려낼 수  없는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떠났다.


우리는 북유럽 7개 국가를 여행했다. 


처음에 <마이 그레이 베이비>라는 타이틀로 글을 정리할 때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과 경험들을 중심으로 잡았었다.


그렇지만 이야기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넓어지고 길어지고 늘어났다.


1. 벤노와 체리코크의 북유럽 여행 이야기 - 에세이 

2. 북유럽에서 반려견과 여행하는 법 - 여행 정보 

3. 북유럽에서 경험한 그들의 반려동물 의료, 반려동물 문화, 반려동물 복지 의식

  - 최고의 의료진 vs. 최악의 의료진

4. 시니어 반려견을 현명하게 케어하는 법

  - 건강하게, 액티브하게, 그리고 오래오래 

5. 죽음 앞에서 살아난 벤노와 체리코크 

  - 아이들을 살려낸 방법

  - 시니어 반려견 의료 정보 

6. 안락사와 자연사 -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들이 잘못된 죽음으로 몰리고 있을지 

7. 펫로스 - 이별 

  - 펫로스와 관련된 어떤 책도, 상담도, 정보도 내 경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더이다. 

    눈물 쏟고 감상에 젖으라고? 그래서 뭐?

    그래서 이별과 마주하고, 사귀고, 떠나보내고, 치유하는 방법을 직접 찾기로 했다.


많은 부분, 이 글들은 

체리코크, 벤노, 내가 함께 삶을 나누는 여정에서 

일기처럼 적어두었던 것들이다.


그 이후 잠시 접어두었다가

얼마 전 체리코크를 떠나보내면서 

나를 치유하기 위하여 다시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뭔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단 1초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매달렸다.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체리코크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감사하고,

느끼고 음미하고,

떠나보내는 

나만의 의식이기도 했다.


결국, 처음 생각했던 한 권의 에세이가 아니라

각 주제별로 각 한 권 분량의 글들이 되어버렸고,

각 챕터마다의 호흡도 길어서, 

글들을 그대로 이 공간에 옮기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공간에는 

가장 짧은 챕터를 요약한 내용을 

각각의 주제별로 1-2개 정도 올리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그다음에 

내가 간단히 할 이야기를 너무 수다스럽게 풀지는 않았는지 

다시 원고를 들여다보며 먼지를 털어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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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의 저자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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