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차로 여행을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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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맞아 반려동물과 여행을 계획하면서 반려동물의 차멀미를 고민하는 반려 가족들이 있어 정리해본다.
반려동물과 함께 차로 장거리 이동 중에 반려동물이 차멀미로 고통스러워하거나 구토를 하는 일이 생기면 걱정스러울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는 반려동물을 보며 마음은 안타까운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난감할 거다.
그래서 보호자 중에는 동물 병원에서 안정제나 수면유도제 등 약물을 처방받아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방법은 반려동물에게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다.
차는 움직이는 물체이고 도로 이동 중에는 다양한 장애물이 나타난다. 급정지가 아니더라도 멈추었다가 다시 이동하고 요철을 지나고 방향을 전환한다.
수면 중이더라도 우리 몸은 신체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몸이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그러나 약물을 복용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약물 투약으로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고가 나거나 차가 급정지를 하는 경우에는 신체를 의지대로 가눌 수 없기 때문에, 목이나 신체에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반려동물의 체온은 사람보다 기본적으로 높고, 사람이 차량 이동 중에 느끼는 온도와 반려동물이 느끼는 온도가 다르다. 반려동물은 헐떡거리는 등의 방법으로 체온을 조절해야 하는데, 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약물 복용 후 이동하던 중에 호흡 곤란, 체온 이상, 심박 이상 등을 겪을 리스크도 증가한다.
용량을 줄여서 몽롱할 정도로만 투약하면 괜찮지 않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분 자신이 그런 상태일 때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몽롱한 데다가 내 의지대로 몸을 가눌 수가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려동물의 공포를 가중시킨다.
항공편으로 반려동물과 이동할 때 반려동물에게 진정제를 처방하라고 수의사가 권했다면, 빨리 다른 수의사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이미 상당하다.
미국 수의사 협회에서는 항공편 이용 시 반려동물에게 진정제를 투약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으며, 항공사 대부분은 진정제를 투약한 반려동물의 탑승 자체를 금하고 있다.
물론 피치 못하게 약물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담당 수의사와 상의하고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결정하기 바란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예방적인 조치와 대처법이 있다.
늘 집에서만 지내던 아이가 차에 탑승하자마자 완벽한 적응력을 보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시각으로 확인되는 정보'와 '몸이 느끼는 정보'가 다르면 뇌에서 구토를 유도하는 물질이 분출되고, 따라서 우리는 구토를 하게 된다.
시각적으로 이동 방향을 확인할 수 없으면 멀미가 심해지는 이유다. 멀미를 많이 하는 사람도 직접 운전할 때나 조수석에 타고 있을 때는 멀미가 줄어든다.
우리는 우리가 가는 방향과 도로 상황을 볼 수 있는 자세로 이동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미하잖아?), 반려동물은 그렇지 않다.
반려동물은 차량 시트 등에 가려서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고, 바닥면을 통해서 느껴지는 진동 방향과 실제 주행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신체가 느끼는 정보'와 '시각적인 정보' 사이에 간극이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 동승자보다 더 멀미를 하기 쉽다.
입양 이후부터 또는 여행을 가기 전부터 반려동물이 차로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질 기회를 자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하는 점 두 가지.
첫인상은 중요하다.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 번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약 차에 처음 타던 날에 차멀미를 심하게 했다면, 차를 타는 것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차를 볼 때마다 차멀미를 하던 때의 그 불쾌함과 고통이 연상될 거다. 그리고 부정적인 연상은 다시 또 차멀미를 가중시킨다.
그래서 첫 차량 탑승 경험은 아주 짧고 긍정적으로 끝내야 한다. (물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마찬가지다.)
30초도 괜찮고 2분도 괜찮다.
반려동물의 반응을 살피면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처음에는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탔다가 내리는 것, 차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부터 시작한다.
차에 타는 행동뿐만 아니라, 차로 이동할 때의 냄새(도로 냄새, 휘발유 냄새, 차량 냄새 등) + 소리 등에도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점차 옆집, 슈퍼마켓, 공원 등으로 거리와 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
이 과정은 반려동물이 차량에 탑승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 자신감을 심어주어라.
"차에 타는 거 괜찮아. 난 잘해. 다 괜찮을 거야."라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또 하나. 차를 타고 가는 곳이 가기 싫은 곳이면, 차를 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억하기 쉽다.
예를 들어 동물 병원이나 미용실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인데, 차만 타면 가는 곳이 동물 병원이라면 차를 타는 것이 정말 싫을 거다. 그리고 심리적인 거부감이 크면, 멀미를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마음과 몸은 같이 다니니까.
"엄마 아빠와 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야"라고 기억하도록 도와주자.
배불리 먹고 차를 타거나 휘발유 냄새를 맡고 역겨움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거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중에는 구토를 하기 쉽다.
여행을 갈 때는 최소 탑승 세 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도록 일정을 준비한다.
멀미가 날 때 시원한 바람을 쏘일 수 있거나 실내 온도가 낮으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더구나 반려동물의 체온은 사람보다 높기 때문에, 보호자가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가 반려동물에게는 덥고 혈압 오르는 환경일 수 있다.
장거리로 이동할 때는 실내 온도를 조금 낮게 잡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겨울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종종 히터를 끄거나 창문을 조금 열어주는 것이 좋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쏘일 수 있게 해 주면 반려동물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온도뿐만 아니라 차량 내부와 외부의 기압 밸런스를 맞춰주기 때문에 한결 편안해진다.
문제는 창문을 열고 이동할 때의 위험 요인들이다.
차에 탄 반려동물이 고개를 밖으로 내밀고 있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건 상당히 위험하다. 평소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자그마한 티끌 하나라도, 그것이 달리는 차에 타고 있는 반려견의 얼굴이나 눈에 부딪힌다면 반려견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반려동물이 차 밖으로 떨어진다거나 구조물에 부딪칠 수도 있는 등 위험 요소가 많다.
이럴 때 윈도우 가드 (Window Guard) 같은 제품이 있다면 도움이 된다.
위험은 줄이면서, 이동 중 반려동물 키높이에 따라 차량 창문을 내려서 바람을 쏘이도록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불편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
쉴 수 있는 곳에서 자주 멈추어서 반려동물이 내려서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걸을 시간을 주도록 하자. 심신을 릴랙스 할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반려동물이
- 입술을 자주 핥는다
- 안절부절못한다
- 침을 많이 흘린다
- 하품을 많이 한다
- 낑낑거린다
- 심하게 (또는 긴 시간) 헐떡거린다
- 경직되어 있다
- 목을 부자연스럽게 늘어뜨리고 있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
등의 스트레스 시그널을 보낸다면 빨리 멈출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아서 정차한 후 5분이라도 나가서 바람을 쏘이며 걸으며 심신을 릴랙스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언제든 신선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주되 억지로 먹이지는 않는다.
'시각으로 확인되는 정보'와 '몸이 느끼는 정보'가 다르면 뇌에서 구토를 유도하는 물질이 분출되고, 따라서 우리는 구토를 하게 된다.
만약 반려동물이 차의 진행 방향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앉는다면 멀미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절대 반려동물을 앞 좌석에 앉히면 안 된다.
한국에서는 규정상 사고가 나더라도 구급차가 반려동물을 이송할 수 없다. 말인즉슨, 차 사고가 나는 경우 반려동물의 생명은 구할 길이 없다. 더구나 앞 좌석은 매우 위험하다.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반려동물이 미사일처럼 앞 창을 뚫고 나가서 사망하는 케이스가 수도 없이 보고되었다.
그뿐 아니다. 에어백은 여러분의 생명은 구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에게는 사망의 원인이 된다.
나의 반려동물만 열외일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반려동물의 체구에 따라 의자 위와 반려동물의 시트 사이에 받침을 넣어서 반려동물의 시야가 확보되도록 해주자. 반려동물이 차의 진행 방향을 보고 앉을 수 있도록 뒷좌석에 안전장치를 하여 앉히면 멀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반려동물이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반드시 반려동물용 안전벨트와 안전장치를 하여 앉혀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시점의 반려동물 안전벨트가 사람의 안전벨트처럼 안전성이 높지는 않다. (참고로 한 자동차 회사에서 진행한 반려동물의 차량 탑승 안전성 테스트 영상이다.)
이나마도 없을 때 얼마나 위험할 터인지 짐작이 가겠지?
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면 멀미도 심해진다.
바디를 안전하게 잡아주는 스포츠 하네스를 착용시키고 안전벨트나 안전장치를 해주면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나 피로가 멀미를 가중시킨다.
여행 준비로 분주하겠지만, 반려견의 산책 시간도 일정에 포함하여 여행 준비 스케줄을 잡자.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반려동물과 산책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좋다.
과격한 운동보다는 조용히 냄새를 맡으며 주변을 30분 정도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 좋다.
여행 전날이나 당일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일은 삼가할 것.
미용을 해야 한다면 여행 일자로부터 며칠 정도의 여유를 두고 미리 하는 것이 좋다.
태어나서부터 성장하는 과정에서 강아지와 고양이의 전정기관의 발달을 위해 브리더가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그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아이들 또는 다른 질병이 있거나 어떤 이유든 피치 못할 이유로 약물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Cerenia (처방약 -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의사 처방 하에 사용) 또는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구토억제제(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임의로 사용하지 말고, 약에 따라 차량 탑승 30분~2시간 전에 먹여야 하므로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충분한 상의 후에 용법과 용량을 처방받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안정을 위한 디퓨저 제품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고양이의 경우 유명한 제품은 Feliway, 강아지의 경우 Adaptil 등이 있는데, '그것이 효과가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해야 할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다.
아무튼 이 제품들을 사용한다면 갑자기 여행 당일에 사용하지 말고, 집에서 몇 차례에 걸쳐서 사용하면서 반려동물이 이 제품들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아이의 반응을 살필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간혹 이 제품들을 반려동물의 몸에 직접 스프레이 하는 보호자들이 있는데, 제품 제조사에서 설명하듯이 반려동물의 몸에 직접 분사하면 안 된다.
Feliway의 경우 제품 설명서에 소개된 대로 설명하면 '고양이가 들어갈 크레이트에 분사한 후 30분이 지나고 나서 고양이가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사람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생강이 멀미 예방과 완화에 도움이 된다. 위장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생강은 혈액, 혈당, 혈압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임신했거나 수유 중인 반려동물, 혈액이나 심장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 수술 전후, 당뇨 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소형견의 경우 얇게 간 생강 1/4 티스푼 정도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적정 복용량이지만, 반려동물마다 다르므로 담당 수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기 바라며, 사용하는 경우 처음에는 최소량부터 시작해서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해가며 양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캐머마일, 페퍼민트, 라벤더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를 증빙할 검증된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좋은 향이 나면 기분 전환이 되고, 신체적인 증상도 감소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차량 운행 중 반려동물이 경험하는 후각적인 정보가 주는 불편함 (휘발유 냄새 등)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차량 탑승 30분 전에 좌석 시트에 천연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두면, 반려동물에게 후각적으로 편안함을 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캐머마일 차를 조금 마시게 하는 것도 좋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야기할 것이다. 결론은 효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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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 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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