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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연구원 Apr 03. 2021

1화 만지는 순간, 내 몸에 훅?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날

 주말마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외출이지만 일주일 치 먹을거리를 사서 집에 돌아오고 나면, 나는 항상 손에 들려 있는 이 뭉치들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또 어쩌다 옷을 사고, 음료도 한 잔 마시며 극장에서 영화를 본 후, 식사까지 마치고 나면 하루 동안 수없이 받기도 하는 이것을 때론 손이 없어 입에 물기도 하는데, 물건을 사고 나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그것의 이름은 바로, 영수증이다.

 물론, 가끔은 물건값이 잘못 계산된 걸 확인하거나 증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길을 걷다 보면 나뒹굴고 있는 영수증을 너무나 쉽게 우리는 마주할 수 있다. 

 또 요즘은 현금 대신 카드 사용이 많아지는 탓에 덩달아 이러한 영수증의 이용이 늘어나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렇게 영수증이라는 이름 뒤 편리함의 대가로 더 많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 자신의 건강 또한 병들게 하고 있다. 

 바로, 세상에 빛을 보는 순간 금세 버려져야 하는 운명을 지닌 영수증, 그 속에 만지면 내 몸에 훅 들어오는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영수증 속 유해 물질?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은행, 극장, 공공장소 등에서 주고받는 영수증, 순번 대기표, 티켓 용지로 사용되는 종이를 감열지 표면을 화학물질로 코팅열이 가해지는 지점에 색이 나타나는 종이로서감열프린터를 통해 인쇄되는 특수용지를 말함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열지 표면의 발색 촉매제로써 쓰이는 비스페놀 A라는 물질은 폴리카보네이트, 에폭시 수지 등 식품 용기 재료의 첨가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잦은 노출에 대해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7개 주 등에서 수거한 영수증 36개 중 16개에서 비스페놀 A가 평균 1.9%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수증 접촉 시 비스페놀 A 이행 여부 시험 결과에서 함량의 평균 2.4%가 묻어나온 것으로 조사 되었다. 또한,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 연구 결과, 비스페놀 A 함유 영수증의 피부접촉 시 일부는 피부층으로 흡수되며, 나머지는 피부층을 완전히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활용품 속 비스페놀 A?     


 국내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꾸준히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이 비스페놀 A는 장난감과 젖병, 통조림 내부 코팅 물질 등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물질이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캐나다 보건부는 유아가 비스페놀 A에 노출되는 것은 대부분 젖병 가열 시 분해된 비스페놀 A가 흘러 들어간 분유를 먹거나, 이유식 캔 뚜껑에 함유된 성분이 흘러 들어간 이유식을 먹은 경우라고 밝혔다. 또, 유아가 이런 이유로 비스페놀 A에 장기간 노출되면 향후 신경 및 행동 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비스페놀 A가 함유된 젖병의 판매 금지안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질병 관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93%가 소변에서 소량의 비스페놀 A가 검출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3세 이하가 사용하는 젖병이나 물병 등의 제품에서 비스페놀 A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사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겠지만, 모유를 짜서 담아 놓거나 분유를 타서 먹일 때도 주로 젖병을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젖병을 뜨거운 물에 삶는 것은 어쩌면 위생을 위해 당연시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플라스틱 젖병 소재일 때 흠집이 나거나 뜨거운 물에 삶으면 비스페놀 A라는 녀석이 녹아 나온다는 점에 있다. 특히, 비스페놀A는 남자아이들의 경우 정자 수 감소와 신경발달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기에 소량이라도 치명적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사용을 금지하였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젖병과 식품 용기 등에 ‘BPA 프리’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새겨 광고하는 제품들이 많아졌는데,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 NIEHS가 발간하는 학술지에서는 이러한 BPA 프리 제품에서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여성환경연대와 환경정의,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 행동의 안심 마트 캠페인, 영수증 편의 2016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형상점과 백화점 6곳에서 수거한 총 19장의 영수증 중 일부 영수증에서 비스페놀 A가 검출되었는데, 2014년부터 비스페놀 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영수증에서만 해당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앞서 설명하였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비스페놀 A는 우리 몸에 들어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처럼 작용하면서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비만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특히, 영수증의 경우 아직 비스페놀 A가 사용되고 있는 만큼, 영수증을 만질 때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있으며 지갑에 영수증과 지폐를 함께 넣어 두면 지폐마저도 오염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영수증뿐 아니라 캔 통조림, 플라스틱 등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경로를 통해 비스페놀 계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만큼, 꼼꼼히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이러한 제품의 사용을 줄여 노출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영수증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장갑 미착용 비율이 5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비스페놀 A 물질의 노출을 줄일 수 있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 방법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사실, 나는 물건을 살 때면 불어나는 영수증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탓에, 또 버리는 일도 귀찮아 자주 이용하는 집 앞 대형상점에서 장을 볼 때면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선택해 이용한 지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전자영수증을 선택해 물건값에 대한 영수증은 출력되어 나오지 않더라도, 홍보나 이벤트 관련 등에 대한 용지가 매번 자동으로 나와 결국엔 이러한 용지를 만지고 또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요즘 많은 곳에서 종이 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으로 대체하는 추세이며 영수증 사용을 줄이는 움직임 또 한 많이 일고 있지만, 앞서 말했던 나의 경험처럼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문제들에 대한 높은 관심과 영수증 사용을 줄이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노력 또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아이의 건강을 위해 제품에 표시된 비스페놀 A프리 제품이라는 문구가 있는지 한 번 더 찾아보고, 불필요한 영수증 발급을 줄여나가는 행동들이 보태어져 우리 가족의 건강과 나아가 환경까지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비스페놀A 노출 줄이는 Tip >     


1. 되도록 불필요한 영수증 발급 줄이기     

2. 영수증 받더라도 물거나 구기는 행동 하지 않기

     

3. 영수증을 장시간 지갑에 보관하지 않고, 만졌을 경우 손 씻기     


4. 비스페놀A Free 영수증도 좋지만, 되도록 전자영수증 발급으로 영수증 사용을 줄이기     

5. 마트나 은행 등 영수증을 자주 접하는 사람의 경우 장갑을 반드시 착용할 것 


<참고 문헌>

- 한국소비자원, 《생활 주변 내분비교란물질 모니터링, 영수증의 비스페놀A를 중심으로》, 2011.06.

- 허정림, 《집이 우리를 죽인다》, 기린원, 2013.

- 임종한,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 ㈜위즈덤하우스, 2013.

- 여성환경연대, 《안심 마트 캠페인, 영수증 편, 백화점, 대형상점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 검출?》, 

   201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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