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속 숨은 이야기를 알게 된 날
한여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오후, 또는 추운 칼바람에 옷을 꽁꽁 여미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손에 어김없이 들려 있는 것? 계절에 상관없이 나이 불문, 성별 불문, 장소 불문하고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는 우리나라 기호식품 1위는? 바로 한잔의 커피다.
또, 커피는 직장인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는 한 줄기 오아시스가 되기도 하고, 때론 연인들에게 자연스러운 만남의 시간을 나누게 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맛도 가격도 천차만별인 커피를 사람들은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일까?
혹시, 내가 매일 마시는 한잔의 커피 속, 내가 알지 못했던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언젠가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마주한 적이 있다.
커피 생산지로 유명한 히말라야의 커피 농부들은 약초를 천연재료로 사용해 병충해를 막고, 자연 그대로의 농사를 지으며 정성스럽게 커피나무를 돌본다. 산사태가 일어나 커피나무가 다 쓰러져도 그중 살아남은 한 그루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열심히 커피 농사를 짓고 있다.
그들에겐 커피 열매가 생계를 이어가는 단순한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그루의 희망인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성스럽게 가꾸어 수확한 커피 열매가 불공정한 거래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아이들의 강제 노동으로 거래되어 유통되는 커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커피를 선택할 것인가?
앞서 설명하였듯, 우리가 쉽게 마시는 한잔의 커피에는 여러 경로가 존재한다. 기존 무역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불공정한 거래와 불안정한 가격, 어린이 노예노동으로 수확된 커피와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정무역 커피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무역이란 무엇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공정무역’에 관한 인식조사를 시행한 결과, 공정무역에 대해 이름만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57.2%에 그쳤다. 또한, 공정무역제품에 대한 인지 및 구매율 조사에서는 76.2%가 의미는 모르고 공정무역 커피가 있다는 정도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공정무역이란?
공정무역은 가난한 생산자들을 돕기 위한 윤리적 소비와 착한 소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소외된 생산자들과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무역조건을 제공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윤리적 소비와 지속 가능한 소비를 실천할 기회를 제공한다.
시간을 거슬러 공정무역의 역사를 살펴보면, 1946년 미국의 한 시민단체에서 푸에르토리코의 수공예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처음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아름다운 가게’에서 아시아지역에서 수입한 수공예품 판매가 그 시작이었다.
또 공정무역의 의미는 4가지 핵심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는데 가장 먼저 공정한 가격을 이야기할 수 있다. 공정한 가격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기본이 되는 임금과 공정한 이윤을 고려해서 책정되는데, 여기서 공정한 임금이란 노동자가 직접 협상에 참여해 상호 합의하여 결정되는 의미를 나타내며 여기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지역 생활임금이 또 고려된다.
지역 생활임금이란 노동자가 주당 표준근무시간인 48시간 이하로 일할 때 그에 대해 받는 보수를 말하는데,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 즉 의식주를 비롯해 물, 교육, 의료, 교통을 포함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공정무역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키워드인 ‘세계공정무역의 날’이 있다. 세계공정무역의 날 World Fair Trade Day은 세계공정무역기구 WFTO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공정무역을 널리 알리고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로서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을 말하며,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공정무역단체들을 중심으로 세계공정무역의 날 한국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또, 공정무역을 통계적인 수치로 바라보자면 2018년 전 세계에 공정무역단체는 323개나 되며 이 단체들이 세계공정무역기구의 회원인데, 이러한 공정무역단체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로 48개, 2위와 3위는 각각 네덜란드 20개, 케냐 19개로 보고되고 있다.
이 밖에도 난민을 돕는 20개의 공정무역단체가 있으며, 91개 단체가 유기농 재배방식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전 세계의 965,700명의 삶이 이러한 공정무역으로 인해 더 나아졌고 특히 개발도상국 650여 명의 생계에 직접적인 혜택이 주어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는 공정무역제품을 우리는 왜 이용하지 않는 걸까?
공정무역제품 왜 이용하지 않는 걸까?
‘공정무역’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소비자의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 수준은 무척 낮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공정무역 제품을 사보지 않는 이유 중 전체의 72.9%가 어디서 사는지 몰라서라고 대답한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 밖에 다른 이유로는 제품이 있는지 몰라서 사지 않는다는 이유가 37.9%로 조사되어 역시 소비자들에게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무역제품들 어디서, 무엇을 살 수 있을까?
보통 판매되고 있는 공정무역 상품으로는 커피, 바나나, 차, 코코아, 목화, 과일, 수공예제품이 주를 이루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공정무역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매우 낮은 편이고,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보다는 시민단체에서 주로 판매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정무역 판매사이트는 대표적으로 6곳 정도 운영되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매장을 겸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커피, 두레생협과 피스커피, 아이쿱생협, 그루와 울림 등이 있다.
앞서 말했듯,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그 커피 한잔 속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농부들의 땀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빈곤층 여성 및 아이들과 같은 가난한 생산자들을 보호하고, 소비자로서는 친환경적 제품 소비로 환경에 도움이 되며, 어떤 면에선 올바른 소비문화와 나눔 문화에 대한 인식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는 셈이다.
물론,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일이지만,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이러한 공정무역이 품고 있는 윤리적 소비와 착한 소비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는 것이 먼저이어야 하지 않을까?
<참고 문헌>
- EBS 다큐프라임, 《히말라야 커피로드, 1부 커피, 상처를 안아 주다》, 2010.07.05.
- 마크로밀엠브레인, 《공정무역 관련 인식조사》, 트렌드모니터, 2015.
- 서정희, 《공정무역 상품의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연구》, Korean Journal of Human Ecology,
2011, Vol. 20, No 6, 1121-1133.
- KFTO, 《공정무역가이드북, 캠페이너를 위한 안내서》, 사단법인 한국공정무역협의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