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보다 고등어를 더 좋아하게 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배고프다고 투덜대며 항상 하는 말은 바로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예요?”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매일 똑같은 질문을 하던 아이가 어느 날은 묻지도 않고 관심을 보이지 않아 궁금해서 “왜 오늘은 반찬 뭐냐고 물어보지 않아?”라고 되묻자, 고소한 생선구이 냄새를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면서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랬다. 나 역시 어릴 적 요리 솜씨 좋으신 어머니 덕분에 제철에 나오는 생선을 때로는 구이로, 혹은 튀김이나 조림으로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또 생선에 가시를 정성스럽게 발라주시며 고등어, 삼치 등을 먹을 때면 두뇌 발달에 좋은 이런 생선을 많이 먹어야 좋다고 늘 강조하시던 어머니 말씀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두뇌 발달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
생선 중에서도 특히 고등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은 육류 못지않게 고단백 식품이면서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성인에게 심장질환은 물론 암 예방 효과까지 입증되며, 유독 더 사랑받는 생선이다. 또한,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며, 최근 주의력 결핍과 행동 발달장애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 등이 발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한 방송에서 해안지역 근처에 사는 아이들과 서울 근교 초등학교 아이들의 식습관 조사 및 머리카락의 중금속 검사를 시행한 결과, 혈중 수은 농도가 차이가 커 충격을 주었던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서울지역 초등학교 아이들은 문제가 없는 반면, 해안지역 아이들의 혈중 수은 농도 결과가 매우 높게 나왔으며, 심지어 허용된 기준치를 넘는 아이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수은 농도가 높게 나온 아이들에게는 이틀에 한 번 생선을 자주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메틸수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수은은 자연계에서 금속 수은과 무기수은 및 유기수은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중에서 금속 수은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자주 사용하는 온도계, 체온계, 수은전지, 형광등 제조 등에, 무기 수은은 농약과 방부제 등의 재료로 사용되는데 이들 물질에 대한 노출은 대부분 직업적이거나 환경적 원인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유기수은은 메틸수은과 에틸수은 형태로 존재하며, 그중에서도 메틸수은은 수은화합물 중에서 가장 위해성이 큰 화합물로 우리가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물질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육지에서 유입된 무기수은이 미생물과 반응하여 메틸수은이 되고, 이 메틸수은을 섭취한 작은 물고기를 더 큰 물고기가 잡아먹게 되며, 결국 먹이 사슬의 제일 최상의 단계인 사람에게 메틸수은이 많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틸수은의 체내 축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나마타병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이유로 그 지역의 지명으로 붙여진 미나마타병은 손발의 마비와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 외에도 휘청거리며 똑바로 걸을 수 없는 등 신경계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미나마타병 환자에게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발병 원인이 직접적인 생선 섭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태아시기에 엄마의 배 속에서 태반을 통해 전달받은 메틸수은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태반은 여러 유해 물질로부터 태아를 보호한다고 알려졌지만, 메틸수은의 경우 전혀 차단하지 못해 태아의 뇌에 축적되어 산모보다 더 심각한 미나마타병 증세를 나타내게 된다는 사실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임산부들은 어떨까? 한 방송에서 해안지역의 임산부 중 생선을 평소 즐겨 먹는다는 임신 6~7개월 차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평균 이틀에 하루꼴로 생선을 섭취하는 임산부의 혈액과 제대혈 수은 농도 분석을 일본 국립미나마타병 연구소에 의뢰하였다.
그런데 그 결과, 산모 10명 중 5명 이상에서 유럽의 기준치 이상의 수은 농도가 나타났고, 아래의 그림처럼 엄마가 섭취한 생선의 수은보다 오히려 태아가 더 많이 수은을 섭취하게 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안겨주었다.
임산부의 생선 섭취는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또 다른 해외 자료에서도 임산부의 생선 섭취가 태아에 주는 영향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덴마크령의 파로섬에서 1986년부터 20년간 하버드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를 살펴보면, 산모의 고래 고기 섭취가 태아의 신경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파로섬에서는 결혼식 때 먹는 전통 음식으로 고래 고기를 많이 먹는데, 고래 고기의 경우 수은 함유량이 다른 음식에 비해 월등히 높아 더욱 문제가 된다. 특히 태아기 때 어머니의 고래 고기 섭취로 수은에 노출되는 경우, 아이들의 뇌 능력 저하뿐만 아니라 성장하고 난 후 아이들의 인지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로서 그 사실이 증명되었다.
물론, 생선은 앞서 말했듯이 오메가-3 뿐 아니라, 단백질, 불포화 지방산, 무기질 등 영양 측면에서 건강에 좋은 여러 성분이 들어 있는 식품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메틸수은의 축적으로 임산부나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다량의 생선을 섭취할 때 건강에 해로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생선을 무조건 안 먹을 수도 없고,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게 잘 먹을 수 있을까?
< 생선, 건강하게 잘 먹는 Tip >
1. 생선을 먹을 때 과일과 채소를 곁들여라.
국내 연구에 따르면 과일이나 채소에 많은 비타민 C 성분이 체내에 축적된 수은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2. 임산부, 가임여성, 수유 모 및 유아는 참치, 황새치 등 심해성 어류를 주 1회(100g) 이하로 섭취하라.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성 대형어류(다랑어, 황새치, 상어 등)에는 메틸수은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주의하자.
3. 임신 기간에는 일주일에 섭취하는 일반 어류의 총량을 400g 이하로 섭취하라.
심해성 대형어류를 제외한 일반어류(고등어, 명태, 갈치, 참치통조림)는 일반인의 경우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지만, 임산부의 경우에는 주의하도록 하자.
<참고 문헌>
- 장철원, 김상현, 최종덕, 통영지역 임산부의 생선 섭취가 제대혈의 수은 농도에 미치는 영향, Journal of
Food Hygiene and Safety, 2012. pISSN 1229-1153, Vol. 27, No. 1, pp. 74~80.
- EBS 다큐멘터리 《아이의 밥상 제3부, 두뇌 음식 생선의 비밀》, 2010.02.17.
-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신 여성의 생선 안전 섭취 요령》, 20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