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디지털노마드 사업가가 되다
20대 후반에 일본에 직접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의 신규사업부에 입사했다. 내가 입사한 직후 신규사업부가 곧 법인을 세워 독립했는데 그리하여 나는 국내 1호 직원이 되었다. 안정적인 회사에 들어가고자 했던 나의 계획과 달리 나는 신생기업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장난 삼아 사장님께 사기당했다고 말하곤 했지만, 진심으로 사기당한 거라고 여기긴 했다. 이런 진심 어린 장난도 받아주던 사장님은 언행이 바르고 느긋한 분이었지만 실행에 있어서는 잠시의 텀도 용인하지 않았고, 나와 일본에 있는 직원 1명이 모든 업무를 신속하게 해내야 했다.
사장님의 추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1개월 기획안을 제출하고 승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3일만 지나면 보고하라고 재촉하셨다. 비현실적인 지시에 반박도 하고 반항도 했지만, 결국은 사장님의 지시를 따랐다. 사실 나도 성격이 급하고 추진력도 있었기 때문에 사장님의 재촉을 즐기며 성과를 내곤 했다. 사장님의 지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샌가 한층 성장해 있는 내가 있었다.
나는 주문관리팀, 주문제작팀, 고객응대팀, 발송팀, 기획팀을 만들고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등 중요한 일에 지속적으로 투입되었고, 2~3년도 되지 않아서 신규사업부장이 되었다. 몇 차례의 신규사업을 추진하면서 나는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솟아났다. 어느 누구도 창립멤버인 나보다 능력 있어 보이지 않았지. 나는 거만 그 자체였다.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은 나에게 창업을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부추겼다.
결혼 후 남편의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생활비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 중학교 이후로 처음이었다. 계속 독립적으로 살아온 내게 누군가와 경제적 의무를 나눈다는 것은 정말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남편의 힘을 등에 업고, 벼르고 벼르던 창업가가 되기로 했다.
“충기씨, 나 창업지원사업에 붙었어. 돈도 좀 주고 사무실도 준대. 창업해도 될까?”
“유후~ 정말? 정말? 멋지다! 쩡이!”
나는 얘기도 없이 창업지원사업에 지원했다. 남편은 내가 얘기를 했던 안 했던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해맑게 반겨주는 그의 얼굴은 창업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창업한다는 말을 하면서 죄짓는 기분이라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그의 해맑은 표정에 움칫했다. 가끔 바보 같은 그가 너무 좋다. 창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자산을 까먹을지 모르는 블랙홀에 빠져 들어가는 일인지를 셈이 어두운 그가 모르는 게 이렇게 기쁠 수가. 나를 믿고 지지해 준걸 너무 비하해서 생각한 건 아닌지.. 잠시 고민했지만, 분명히 아니다.
쩡이, 돈 많이 벌면 나 외제차 타는 거야?
이 터무니없는 소리를 몇 개월을 들었는지.. 돈 벌면 차부터 바꾸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 남편의 말에 매번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사실 자신감이 충만했던 때라 내가 창업하면 차 정도 바꾸는 것쯤이야 금세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뭐든지 해내는 난데. 못할 리가 없다.
‘그래, 남편 차부터 제대로 된 걸로 바꿔주지 뭐. 까짓것!’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의 발판 마련을 위해서도 창업은 필수라고 생각했다. 해외살이를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은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거나 일하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또는 세계여행을 가기 전에 때부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둘 다 월급쟁이로 산다면 세계여행 갈 경제적 여유가 만들어질 방법이 없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신발 끈이 풀리든 갑자기 머리가 아프든 총소리가 나면 그냥 내달려야 하는 것처럼 나는 앞뒤 가릴 필요 없이 도전해야 했다.
“빵!”
내 꿈을 향한 총성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