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 4화
지난 시간 배운 김범수의 ‘보고 싶다’ 인트로를 카피해 오는 게 숙제였다.
피아노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단 몇 초만 들어도 알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하다. 그런데 멜로디를 따야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듣고 또 들어봐도 아리송하다.
B♭M7으로 시작하는 인트로의 첫 코드. 아르페지오로 연주해야 하는 이 코드의 구성음을 나는 ♭시-파-라의 순서로 연주했다. 선생님은 세련된 소리라고 평가하셨다. 그러면서 ♭시-파-♭시의 사운드는 어떤지 물어보셨다. 나는 정직한 소리라고 답변하였고, 선생님은 순수한 느낌이라고 대댓글을 다셨다.
취향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곡의 도입부에선 순수한 느낌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중후반부에는 세련된 사운드가 더 좋을 것 같고요.
음 하나가 자아내는 미묘한 느낌을 구분하고 곡 전반을 고려하는 게 참된 보이싱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찐 최종 완성된 인트로를 시작으로 1절까지 쭉 연주해 보았다. 원곡 템포가 빠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버벅거렸다. 두 발 자전거를 이제 막 배우는 것처럼 좌로 휘청, 우로 휘청거리는 아슬아슬한 곡예 연주라고나 할까? 이것마저도 선생님은 진도에 비해 잘하고 계신 거라고 격려해 주셨다. 그러면서 최근 겪은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셨다.
요새 취미로 배드민턴을 배우는데 리시브가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 저를 보고 코치님께서 "셔틀콕보다 발이 미리 가 있으면 됩니다"라고 하시는데, 몸이 안 따라주던 걸요.
답은 알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았던 그 순간,
레슨하는 학생들의 심정이 이렇겠구나 이해하게 되었죠.
선생님은 미스 터치를 줄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셨다.
첫째, 다음 연주할 마디 세네 개의 코드를 미리 봐두어라
(잠시만요 선생님, 제가 그럴 여유가 없어요)
둘째, 투 – 파이브 – 원으로 이어지는 코드 흐름을 찾아라.
코드가 향하는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투 파이브 원은 2도 코드 → 5도 코드 → 1도 코드로 이어지는 진행을 말한다.
'보고 싶다'를 예로 들면,
1절 중반 [울고 싶다] 부터 [미칠 듯 사랑했던] 까지 코드를 분석해 보면 G코드 기준 2(A) → 5(D) → 1(G)에 연이어 F코드 2(G) → 5(C) → 1(F) 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정리하고 보니 두 가지 방법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투 파이브 원에 익숙해지면 세네 마디의 코드를 미리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12개 조성에 대한 2-5-1 코드를 작성해 보는 과제를 주셨다. C코드를 시작으로 #과 ♭이 추가되는 다양한 상황들에 익숙해지는 것. 그것은 곧 다음 코드가 나오기 전에 손이 미리 가서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투 파이브 원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 알았지만 왜 중요한지 정리가 되었다. 이를 통해 악보 앞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나를 그려본다.
자유로운 피아노 하면 박보검이 빠질 수 없다. 재즈 피아니스트 고희안도 놀란 그의 즉흥 애드리브가 궁금하다면?!
https://www.youtube.com/shorts/IuX_nZc_v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