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겨울의 딸, 봄의 여신(3편)
1장: 겨울의 딸, 봄의 여신 (3편)
페레타와 마가레타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 지하세계의 차가운 공기는 점점 뒤로 밀려났고, 앞에는 따스한 기운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러나 완전한 봄의 온기가 찾아오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마른 채로 서 있는 숲의 경계였다. 눈은 녹기 시작했지만, 땅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이곳이 숲의 여신, 이든의 영역인가?” 페레타가 물었다.
마가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숲을 둘러보았다. “이든은 자연의 모든 생명을 다스리는 신이다. 그녀는 너의 봄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어. 이곳은 숲의 경계일 뿐, 그녀의 깊은 영역은 아직 우리 앞에 있다.”
페레타는 숲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뭇가지에 달린 작은 새싹들을 보며 희망을 느꼈지만, 동시에 숲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이든이 그들을 시험하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우릴 어떻게 맞이할까?” 페레타가 물었다.
“모르지,” 마가레타가 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땅을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자비할 수도 있어. 하지만 너는 그녀와 대화를 시도해야 해. 그녀는 네가 진짜 봄의 여신인지, 아니면 봄을 빼앗으려는 또 다른 침입자인지 알아보려 할 거야.”
그 순간, 숲 안쪽에서 갑작스럽게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들이 마치 무언가에 겁먹은 듯 흔들렸고, 땅에서는 이끼와 풀이 자라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의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단단하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덩굴과 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든이었다.
“내 영역에 들어오는 자는 누구냐?” 그녀의 목소리는 깊고 낮았으며, 나무줄기가 흔들리는 소리와 같았다. 그녀는 페레타와 마가레타를 번갈아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녹색으로 빛났고, 그 안에 숲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페레타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이든의 강렬한 눈빛을 마주하며 말했다. “나는 페레타, 봄의 여신이다. 나의 봄이 다시 돌아가야 할 지상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너를 찾아왔다.”
이든은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따뜻하지 않았다. “봄의 여신이라고? 내가 아는 봄의 여신은 매년 겨울이 끝날 때쯤 지하세계에서 올라와 세상을 꽃으로 뒤덮었지. 하지만 지금 너의 봄은 너무 늦었다. 네가 지상에 오기 전에 나는 이미 나만의 방식으로 이 땅을 새롭게 채우고 있었어.”
페레타는 이든의 말에 놀랐다. “너는 나를 대신하려는 건가? 봄은 나의 역할이야. 그것은 나와 세상 사이의 약속이고, 나의 의무야.”
“네가 없는 동안, 나는 지상에서 인간들의 절망을 보았다,” 이든이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안에 담긴 분노가 느껴졌다. “그들은 자연을 파괴했고, 그 대가로 자신들이 살아갈 땅을 잃어가고 있어. 나는 그들에게 새로운 봄을 줄 거야. 하지만 그건 네가 주던 봄과는 다를 거다. 너의 봄은 희망을 주었지만, 나는 그들에게 경고를 주어야 한다.”
“경고?” 페레타는 물었다.
이든은 손을 뻗어 자신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나뭇가지들이 자라났고, 그 가지들은 공기 중에서 날카로운 가시로 변했다. 그녀의 봄은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자연을 존중하지 않으면 생명이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줄 거야. 그게 나의 봄이야.”
페레타는 그녀의 결의를 느꼈다. 이든의 분노는 정당했지만, 그것은 지상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그녀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이든, 나는 너를 이해해.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 하지만 인간에게 봄은 경고가 아니라 희망이어야 해. 네가 나를 대신해 봄을 만들겠다면, 그것은 세상에 또 다른 겨울을 가져올 뿐이야.”
이든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페레타의 말을 듣고 있는 듯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단단했다. 그때 마가레타가 나섰다.
“이든,” 그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야. 너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뿐이야. 페레타는 세상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녀가 없으면 너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질 수 없을 거야.”
이든은 마가레타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손끝에 자라난 가시들이 천천히 사라졌다. “네가 진짜 봄의 여신인지, 아니면 또 다른 침입자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너에게 기회를 줄게. 하지만 내가 경고하겠다. 만약 네가 실패한다면, 내가 너를 대신해 봄을 지배할 것이다.”
페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 함께 세상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자.”
이든은 결국 그녀의 손을 내밀었다. 페레타는 그 손을 잡으며 새로운 동료를 얻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남은 것은 카세포라와 봉휘를 찾아 이 여정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숲의 어둠이 걷히고, 페레타와 마가레타, 그리고 이든은 새로운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