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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봉황제

폭풍전야

by 혜성 이봉희 Mar 18. 2025

 폭풍 전야

천무괴가 패배한 직후, 단청은 한동안 그의 붉게 물든 기운이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칼날 같은 살기가 걷히고, 공기는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지만, 단청의 마음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태을진인... 이게 끝이 아니야. 곧 알게 되겠지."

천무괴가 남긴 마지막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패배의 쓰라림보다 더 깊은 섬뜩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아직 남아있다는 듯, 보이지 않는 손길이 뒤를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때, 사천이 앞으로 나섰다.

"천무괴가 쓰러졌다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나? 단청, 넌 곧 더 큰 폭풍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단청은 사천을 노려보며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그의 검은 이미 많은 싸움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찬란하게 빛났다.

"폭풍이라... 이미 그 중심에 서 있는 기분이다."

사천은 씁쓸하게 웃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아니,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의 목적은 단청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를 시험하는 것이었으니까.

"곧 천지봉황제의 초대장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너는 알게 될 거다. 이 모든 싸움이 단순히 무림의 다툼이 아님을."

단청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천지봉황제.

그것은 단순한 무림대회가 아니었다. 천지의 이치를 따르는 자들과 봉황의 길을 걷는 자들, 그리고 숨겨진 자들이 모두 모이는 장대한 축제. 그러나 그 축제의 이면에는 피와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단청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내 검을 준비해야겠군."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낯선 기운.

멀리서 한 사내가 어둠 속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도포를 걸친 그는 이질적인 존재감을 풍기며 단청 앞에 멈춰 섰다.

"태을진인, 드디어 너를 만나는군."

그 순간, 폭풍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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