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유리 언어
16. 유리 언어
한 글자만 건드려도
모든 것이 깨진다.
처음 그 단어를 본 것은 꿈속이었다.
검은 배경 위에 떠오르는
투명한 자음들.
그 위를 미세하게 흐르는 빛줄기.
카일라는 손을 뻗었다.
그 순간,
ㅅ이 ㅈ으로 뒤틀렸다.
유리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모든 것이 변형되었다.
그들은 ‘언어’를 단지 의사소통의 도구로 보지 않았다.
렉시코 종족은 글자를 건축물처럼 다뤘다.
단어 하나는 벽이었고,
문장 하나는 탑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유리로 만들어진 구조물.
한 자음이,
한 획이
흔들릴 때마다,
세계는 무너졌다.
“이건 유리 언어야.”
고르노스가 말했다.
“말할수록 위험해져.”
카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플릭시아라는 단어를
소리 내었다.
유리는 그 순간,
울기 시작했다.
“왜 깨지나요?”
카일라가 물었을 때,
렉시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동자 안에서
하나의 단어가 부서졌다.
그 파편 속에
기억, 꿈, 시간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이제 안다.
글자를 말하는 것은
단순한 의미의 전달이 아니라
존재의 위상 이동이다.
"한 글자만 건드려도…"
플릭시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너는
다른 세계에
있게 될 거야."
그리고 카일라는
마침내 입을 닫았다.
침묵만이 남았다.
깨지지 않는
유일한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