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33의 초성
18. 33의 초성
ㄱㅁㅎ
이건 저주일까, 암호일까.
플릭시아의 오른쪽 눈
그날 이후,
카일라의 오른쪽 눈은
계속해서 같은 숫자를 보았다.
33.
시계, 표지판, 창문 틈,
심지어 사람의 얼굴 위에도
숫자 33이 겹쳐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플릭시아의 기록에 적힌
암호구절을 찾는다.
"33은 초성의 문.
단어가 사라진 곳에서
이름은 처음으로 거꾸로 울린다."
카일라는 숫자를 알파벳으로 바꾸려 했지만
그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초성으로 바꾸었다.
ㄱㅁㅎ.
그 세 글자는
잊힌 이름 같기도 하고,
압축된 절규 같기도 했다.
그녀는 떠올릴 수 없는 기억 속에서
이 초성을 본 적이 있었다.
꿈속에서,
플릭시아의 오른쪽 눈 속에서.
그 눈은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다.
이름,
장소,
죽은 자들의 언어까지.
카일라는 플릭시아의 오른쪽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 비친 자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훔쳐 쓴 자였다.
“그 이름, 너에게 속하지 않아.”
플릭시아가 말했다.
“그럼, 나는 누구인가요?”
카일라가 묻자
플릭시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ㄱㅁㅎ…
그건 저주가 아니야.
너의 시작 암호였어.”
카일라는 알 수 있었다.
그 세 글자는
모든 것이 시작된
기억의 서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스스로에게 걸어둔 봉인.
플릭시아의 오른쪽 눈이 열리자,
시간이 뒤틀렸다.
세상은 다시 코딩되었고,
이름을 가진 자와
이름 없는 자들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33의 초성은
대답이 아니었다.
새로운 질문의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