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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봉황제 ]

by FortelinaAurea Lee레아

- 천지의 굴레가 흔들릴 때


천둥조의 날개가 퍼덕일 때마다 하늘은 찢어질 듯 울부짖었다. 그 위에서 리봉왕휘의 눈빛은 빛보다도 날카롭고, 어둠보다도 깊었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경(庚)’의 기운은 금빛 창이 되어 단청의 목전에 멈췄다.


그러나 단청은 물러서지 않았다.


“왕휘, 넌 천둥의 심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 심장이 뭘 원하는지는 들어보았느냐?”


그 말에 왕휘의 눈이 흔들렸다. 마치 그 한 마디가 깊숙한 곳의 상처를 건드린 듯했다.


천둥조의 날갯짓에 번개가 땅을 때리자, 그 충격으로 균열이 퍼지며 대지가 갈라졌다. 그 틈새로 검붉은 기운이 솟아올랐고, 나침반을 들고 있던 화란이 이를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지의 이치가 흐트러진다… 이대로 가면 비익조의 깃털도, 연리지의 뿌리도 모두 사라지겠지.”


단청은 숨을 몰아쉬며 깃털을 쥔 손에 불꽃의 힘을 담았다. 깃털의 끝에서 파란 불꽃이 피어났고, 그것은 마치 천상의 비익조가 다시 태어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왕휘, 지금이라도 멈춰. 네가 지배하려는 이 천둥조는 결국 하늘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일 뿐이야. 너도 알잖아. 억지로 하늘을 제압하려고 할수록, 운명은 더 강하게 반발할 거야.”


리봉왕휘는 이를 악물었다.


“운명… 운명이란 건 단 한 번도 내 편이었던 적이 없다. 내 왕국이 무너질 때도, 내 백성이 사라질 때도, 하늘은 침묵했어.”


그의 목소리엔 아픔이 서려 있었다.


그 순간, 천둥조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 날갯짓 하나에 구름은 갈라졌고, 땅은 울부짖었다.


“하늘이 침묵했기에 내가 천둥이 되기로 했을 뿐이다!”


왕휘가 외치며 창을 내리쳤다.


그러나 바로 그때—


“네가 천둥이라면, 나는 바람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는 처녀자리별의 뭥미킹이었다.


긴 은빛 망토를 두른 그는 천둥조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 손끝에서 바람이 일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바람이었다.


“천둥만으로는 하늘을 지배할 수 없다. 바람이 없으면 천둥도 울리지 못하니까.”


왕휘의 얼굴에 일순간 분노가 스쳤다.


화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침반을 내려다보았다. 나침반의 바늘은 점점 더 빠르게 흔들리며, 각 간지의 기운이 충돌하는 것을 나타냈다.


“왕휘, 바람과 천둥이 만나면 폭풍이 되지만… 그 폭풍을 다스리는 것은 결국 하늘의 이치야.”


리봉왕휘의 손이 떨렸다. 천둥조의 눈에서도 흔들림이 보였다.


비익조의 깃털은 여전히 불꽃을 머금고 있었고, 그 불꽃은 점점 커지며 하늘과 땅의 경계를 아른거리게 했다.


운명의 실타래가 서서히 엉키고 있었다.


---


- 폭풍 속의 이면


깊고 어두운 밤, 천둥이 산을 갈라놓을 듯 울려 퍼졌다. 번갯불 아래 비친 리봉왕휘의 눈빛은 결연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천둥과 바람이 맞부딪치는 순간, 하늘은 갈라지고 땅은 진동했다.


리봉왕휘의 금빛 창과 뭥미킹의 바람의 검이 부딪쳤을 때, 그 충격은 대지를 세 번이나 울렸다. 번개가 찢어 놓은 하늘 사이로 보랏빛 불꽃이 타올랐다. 비익조의 깃털이었다.


깃털은 공중에서 춤을 추며 바람에 휘날리다, 이내 리봉왕휘의 손끝에 닿았다.


“왕휘... 이 싸움의 끝이 보이십니까?”

뭥미킹이 낮게 속삭였다. 그의 검날 끝에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보랏빛 불꽃, 비익조의 깃털에서 흘러나온 신비한 기운이 아른거렸다.


리봉왕휘는 깃털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시작도 아니었지.”


그러나 그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천둥과 함께 검은 비가 쏟아졌다.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 “천지의 균형이 깨졌노라.”


모두가 몸을 떨었다. 취휑니가 황급히 검을 뽑아들며 외쳤다. “저 소리는... 설마 천지봉황의 예언?”


리봉왕휘의 시선은 비익조의 깃털을 따라 하늘로 향했다. 깃털은 빛을 잃고 검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발밑의 땅에서 뭔가 불길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 순간, 마가레타 공주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검은 망토가 비에 젖어 무거워졌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왕휘를 바라보았다.


“리봉왕휘, 이젠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왕휘는 미세하게 떨리는 숨결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대는 마가족의 공주... 내가 믿어도 되는가?”


마가레타는 검을 빼들고 번개가 내리치는 하늘을 가리켰다. “비익조와 연리지의 운명은 이 싸움의 끝에 있습니다. 나를 믿으십시오.”


그들의 손끝이 닿는 순간, 검은 비가 멈췄다. 그러나 여전히 대지는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 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


- 운명을 가르는 칼날


비가 멈춘 밤하늘 아래, 싸늘한 바람이 산허리를 휘감았다. 리봉왕휘와 마가레타 공주의 손끝이 닿은 그 순간, 어딘가 멀리서 봉황의 날갯짓 같은 울림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것은 자유로운 날갯짓이 아닌, 사슬에 묶인 듯 묵직하고 아팠다.


“운명이 우리를 조롱하는군.” 리봉왕휘가 낮게 읊조리자, 마가레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겁니다.” 그녀의 검 끝이 하늘을 향했다.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입니다.”


그때였다. 검은 구름이 갈라지더니, 두 개의 별이 강렬하게 빛났다. 하나는 처녀자리별, 또 하나는 쌍둥이별이었다. 별빛 아래에서 두 명의 인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쭈왕 — 황소자리별의 수호자. 강철 같은 육체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전사.

켄슈이 — 쌍둥이별의 왕자. 날카로운 검술과 예리한 지혜로 상대를 압도한다.


쭈왕이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천지의 균형을 어지럽힌 자들이여, 그대들의 길은 어디로 이어질 것인가?”


켄슈이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리봉왕휘를 노려보았다. “왕휘, 마가레타... 우리는 너희의 선택을 지켜보러 왔다. 비익조와 연리지의 운명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 순간, 땅이 진동하며 균열이 생겼다. 균열 속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안개 속에서 한 인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미카소 — 마가족의 사령관이자, 어둠의 군세를 이끄는 자.


“운명 같은 건 없다.” 미카소가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있는 건 힘, 그리고 그 힘을 쥐고 휘두르는 자만이 세상을 움직인다.”


싸늘한 기운이 허공을 찌를 듯 감돌았다. 리봉왕휘는 검을 고쳐 쥐며 선언했다.


“그대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비익조의 깃털을 보았다. 연리지는 여전히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다.”


마가레타는 그의 곁에 섰고, 뭥미킹과 취휑니, 그리고 충신들이 조용히 검을 뽑아 들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오직 하나.” 왕휘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었다. “비익조와 연리지의 운명을 되찾는 것.”


켄슈이의 검이 빛나며 허공을 가르고, 쭈왕의 주먹이 땅을 울렸다. 미카소의 안개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번져갔다.


— 운명을 가르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


- 별빛 아래의 결투


밤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처녀자리별과 쌍둥이별이 빛나는 가운데, 땅은 미카소의 검은 안개로 서서히 물들어 갔다. 리봉왕휘와 마가레타는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었다.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함께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휘,” 마가레타가 낮게 말했다. “우린... 아직 비익조와 연리지의 뜻을 다 알지 못해요.”


리봉왕휘는 눈을 감았다가 뜨며 천천히 대답했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지. 멈추면, 그 뜻조차 지키지 못하니까.”


켄슈이가 먼저 움직였다. 날렵한 검이 별빛을 머금고 휘둘러졌다. 왕휘는 그의 칼날을 막아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켄슈이의 검술은 칼끝마다 의도가 담겨 있었고, 움직임이 마치 춤처럼 부드럽고도 치명적이었다.


쭈왕은 바위를 두드리는 듯한 거친 주먹으로 취휑니와 뭥미킹을 압박했다. 바람을 가르며 날리는 그의 주먹은 산을 부술 듯 강렬했고, 그 기세에 땅이 갈라졌다.


“이게 황소자리별의 힘인가...” 취휑니가 숨을 몰아쉬며 이를 악물었다.


“기운에 눌리면 끝장이다.” 뭥미킹이 취휑니를 밀어내며 외쳤다. “머리부터 식혀!”


하지만 미카소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검은 안개는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와 점점 더 넓게 퍼져갔다. 안개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괴수들이 일어나듯 꿈틀거렸다.


“이건 단순한 싸움이 아냐.” 미카소가 나직이 읊조렸다. “이건 운명에 대한 반역이다.”


그가 한 걸음 나아가자, 안개가 그의 주위를 감쌌다. 마가레타는 검 끝으로 안개를 가르며 그를 노려보았다.


“운명이란 것은... 우리를 얽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


미카소의 눈이 차가워졌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그때, 하늘에서 봉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비익조의 깃털이 바람을 타고 내려왔다. 깃털 하나가 왕휘의 손끝에 닿는 순간, 그가 쥔 검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마가레타의 발밑에서는 연리지의 뿌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뿌리들은 서로 엉켜 서로를 지탱하며, 마치 그들의 손을 잡고 있는 듯 보였다.


켄슈이와 쭈왕, 미카소 — 그리고 리봉왕휘와 마가레타.


모두의 시선이 교차되는 그 순간.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운명은 지금, 새롭게 쓰여지고 있었다.


---


- 운명의 매듭

비익조의 깃털이 빛을 내며 왕휘의 검을 타고 흐를 때, 마가레타는 뿌리 깊은 연리지가 점점 더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그 뿌리가 그녀의 심장에 닿아 고동치는 것 같았다.

켄슈이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자, 봉황의 깃털에서 뿜어진 빛이 그 궤적을 따라 튀어 올랐다. 검과 빛이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별들이 맞부딪히는 듯한 울림이었다.

"리봉왕휘." 켄슈이의 목소리가 칼끝만큼이나 차가웠다. "비익조와 연리지의 힘을 얻은들, 네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왕휘는 묵묵히 검을 세웠다.

"운명은 바꿀 수 없어." 쭈왕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하지만, 그 운명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미카소가 피식 웃었다. "멍청한 소리." 그의 손끝에서 검은 안개가 다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운명은 선택이 아니다. 운명은 그저 주어진 것이다. 그걸 바꾸려는 순간, 너희들은 천지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

그때, 마가레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천지가 정한 이치라 해도, 우리는 싸워야 해요. 비익조는 하늘에서, 연리지는 땅에서 서로를 그리워했어요.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손을 맞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뎠는지 아나요?"

켄슈이의 검 끝이 떨렸다.

"세 번의 환생을 거쳐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그들." 마가레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들이 결국 다시 만나고자 했던 이유는 하나였어요. 사랑."

순간,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듯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왕휘가 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깃털의 빛이 검 끝에 모이자, 그것은 하나의 별처럼 타올랐다.

"운명이 우리에게 무엇을 강요하든," 왕휘가 말했다. "나는 그저, 너희가 우리에게서 빼앗으려는 것들을 지킬 것이다."

켄슈이와 쭈왕, 그리고 미카소의 시선이 한 곳에 모였다.

"별빛 아래," 왕휘가 검을 뻗으며 외쳤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새로이 쓴다!"

그리고, 전투가 다시 불붙었다.

별빛과 안개, 검과 뿌리, 봉황의 깃털과 연리지가 서로 뒤엉켜가는 한밤.

이 싸움이 끝나고 나면, 운명의 매듭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었다.

---


- 운명의 불꽃


싸움은 밤하늘의 별들마저 숨죽이게 만들었다. 왕휘의 검 끝에서 흩뿌려진 빛은 비익조의 깃털과 어우러지며 은하수를 수놓았고, 켄슈이의 칼날은 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번뜩였다.


미카소는 검은 안개를 휘감으며 비웃었다. "운명을 거스른다는 게 이리도 화려한가?"


그러나 왕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바닥에 꽂고, 발밑의 땅을 울렸다. 그 순간, 연리지의 뿌리가 균열처럼 번져 나가더니, 땅을 타고 천상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건 운명을 거스르는 게 아니야, " 왕휘가 말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을 지키는 것일 뿐."


마가레타가 손끝을 뻗자,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연리지의 가지가 솟아올라 미카소의 발목을 감쌌다.


"네가 감히—!" 미카소가 안개를 휘둘렀지만, 연리지는 그의 기운을 빨아들이듯 조용히 뻗어나갔다.


켄슈이는 주춤했다. "연리지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바로 그때, 쭈왕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황소자리별의 힘을 발현하며, 땅을 울리는 기운으로 연리지의 뿌리를 잘라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왕휘의 검이 반짝이며 그의 칼을 받아냈다.


"너희가 아무리 별의 힘을 빌린들," 왕휘는 단호했다. "비익조와 연리지가 서로를 부르듯, 우리 또한 서로를 지키기 위해 싸울 뿐이다."


쭈왕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운명의 사슬을 끊겠다고?"


"운명의 사슬이 아니라, " 마가레타가 조용히 답했다. "우리는 운명의 불꽃을 피우려 한다."


바로 그 순간, 비익조의 깃털이 밝게 빛나더니, 그 빛이 왕휘의 검을 타고 일렁였다.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찰나, 운명의 불꽃이 그들 사이에서 피어올랐다.


싸움은 점점 치열해졌다. 검과 가지, 깃털과 안개, 별빛과 어둠이 서로 뒤엉켜가며 이 밤을 더욱 뜨겁게 불태웠다.


이 싸움이 끝날 때, 운명의 불꽃은 그들의 미래를 새로이 그려나갈 것이다.


---


- 사슬의 균열

운명의 불꽃이 타오르자,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그 빛은 마치 비익조의 날개가 하늘을 가르는 듯 선명했고, 연리지는 그 빛을 따라 뿌리를 더욱 깊게 내렸다. 그러나 미카소의 안개는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불꽃 따위가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나?" 미카소가 낮게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퍼져나가며 왕휘와 마가레타의 귓가를 어지럽혔다.

그러나 왕휘는 흔들리지 않았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쭈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의 눈동자엔 별빛이 번뜩였다. "왕휘, 너의 선택이 과연 우리 모두를 살릴 수 있을까?"

그때, 켄슈이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쭈왕, 지금은 서로의 칼날을 겨눌 때가 아니다."

그 한마디에 쭈왕의 검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켄슈이, 너까지..."

켄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야. 나도 이제 알겠다. 비익조와 연리지는 서로를 부르며,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그때, 하늘에 거대한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운명의 사슬이 끊어지는 소리 같았다.

"보아라!" 마가레타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천상의 비익조가 불꽃을 남기며 하늘을 가르고, 그 불꽃은 땅에 닿아 연리지의 가지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과 땅을 가로지르던 보이지 않는 사슬이 금이 가며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미카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게...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왕휘는 검을 다시금 들었다.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는 우리가 만든 것일 뿐."

불꽃과 가지, 그리고 운명을 둘러싼 사슬이 부서지며, 마침내 새로운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이 선택한 미래가 천지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비익조와 연리지는 더 이상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운명은, 이제 그들의 손에 맡겨졌다.


---


- 천지를 가르는 바람


사슬이 부서진 순간, 하늘과 땅 사이에 흐르던 기운이 요동쳤다. 천공은 금이 간 유리처럼 깨어지고, 그 균열 사이로 보랏빛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 안개는 비익조의 불꽃과 연리지의 푸른 기운을 감싸며 소용돌이쳤다.


왕휘는 천지의 기운을 온몸으로 맞으며 검을 바닥에 꽂았다. "이제 시작이다." 그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왕휘, 저 안개… 보통 것이 아니다." 켄슈이가 낮게 말했다. 그의 눈은 안개 너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를 향해 있었다.


그것은 미카소의 본체였다. 지금까지 그림자처럼 흐릿하게 남아있던 그의 실체가, 사슬이 끊어짐과 동시에 완전히 드러난 것이다. 미카소의 옷자락은 안개와 하나가 되어 흐르고 있었고, 그의 손끝에서는 검붉은 불꽃이 춤추고 있었다.


"너희의 작은 희망이 이곳까지 닿을 줄이야." 미카소는 비릿하게 웃었다. "하지만 희망이 곧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아."


그때 마가레타가 나섰다. 그녀의 손끝에서 반짝이는 푸른 실들이 흘러나와 연리지의 뿌리와 연결되었다. "미카소, 네가 아무리 천지의 법칙을 거슬러도, 우리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아."


미카소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희가 운명이라 부르는 것… 그게 정말 강하다고 믿는 거냐?"


쭈왕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운명은 강하지 않지. 하지만 우리가 만든 인연은 다르다. 인연은… 선택의 반복이니까."


말이 끝나자, 천공이 다시 흔들렸다. 비익조의 불꽃이 하늘에서 떨어져 마치 별비처럼 흩날렸다. 연리지의 뿌리는 그 불꽃들을 흡수하며 더욱 짙은 녹색을 띠었다.


그리고, 왕휘의 검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켄슈이가 눈을 부릅떴다. "왕휘, 지금이야!"


왕휘는 검을 들어 미카소를 향해 휘둘렀다. 그 검 끝에서는 비익조의 불꽃과 연리지의 기운이 합쳐진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미카소에게 날아갔다.


미카소는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들어 불꽃의 방패를 만들었지만, 그 순간 방패가 갈라졌다.


"이… 이럴 수가!"


불꽃과 바람이 합쳐진 공격이 미카소의 몸을 강타했고, 안개가 뒤엉키며 그의 형체가 점차 흐려졌다.


그러나 미카소는 마지막 힘을 짜내 외쳤다. "너희가 천지를 뒤흔들어도, 이 사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나는…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미카소의 몸이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왕휘는 천천히 검을 내리며 말했다. "그가 다시 돌아오더라도… 우리는 또 맞설 것이다."


마가레타는 연리지의 가지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비익조와 연리지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늘은 다시 잔잔한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평온이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란 것을.


비익조의 불꽃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고, 연리지는 뿌리를 더욱 깊이 내리며, 다가올 폭풍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전설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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