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균형, 피어난 운명
어둠이 가신 자리에 떠오른 빛은 찬란했다. 마가레타의 희생과 리봉왕휘의 결단은 천지의 이치를 뒤흔들었고, 결국 비익조와 연리지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하늘과 땅, 천상의 불새와 땅의 나무는 다시금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졌다.
뭥미킹은 처녀자리별의 황혼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직 풀리지 않은 운명의 매듭이 꿈틀거렸다.
켄슈이는 쌍둥이별의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균형은 다시 맞춰졌지만…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아야 해.” 그의 손끝에서 천둥과 번개의 기운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그는 마가레타와 리봉왕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다.
그 순간, 환생의 빛이 번져갔다.
마가족의 후손들 사이에서는 이상한 꿈을 꾸는 이들이 늘어났다. 꿈속에서 검은 날개를 단 비익조와 뿌리 깊은 연리지가 서로의 존재를 갈구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한 어린 소녀가 꿈에서 깨어나 울음을 터뜨렸다. “불새가 울고 있었어요… 나무가 불렀어요…”
취휑니는 그 소녀의 손을 잡았다. “너는 선택받은 자다. 그들의 뜻을 이을 사명이 있구나.”
그러나, 평화는 길지 않았다.
천둥과 번개가 가른 하늘 아래, 새로운 세력이 고개를 들었다. 자이랭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을 바라보며 칼을 빼들었다. “또 다른 균형의 붕괴가 시작되는 것인가…”
그리고, 그날 밤. 별들이 떨어지는 꿈을 꾸며, 천상의 새와 땅의 나무는 다시금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
- 운명의 바람, 균형의 시작
천지봉황제의 빛나는 깃털이 하늘을 가르자, 천둥과 번개가 또다시 세상을 갈랐다. 그 순간, 비익조의 울음이 하늘 끝에서부터 메아리쳤고, 연리지의 잎사귀가 바람에 흩날리며 검은 구름을 가르듯 빛의 궤적을 그렸다.
리봉왕휘는 흔들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묵묵히 검을 쥐었다. 그의 옆에는 마가레타가 서 있었고, 눈동자에는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운명이 우리에게 던진 이 시련을, 피하지 않겠다." 마가레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슬픔과 애틋함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켄슈이는 처녀자리별의 뭥미킹과 함께 전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두 별의 왕자는 서로 다른 이상을 품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하나가 되어 천지간의 균형을 되찾고자 했다. "연리지와 비익조의 이별이 천지의 균형을 무너뜨렸다면, 이제 그들을 다시 하나로 이어야 해." 뭥미킹이 읊조리자, 켄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들을 방해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천지의 이치를 흐트러뜨리려는 사악한 무리,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자이랭과 미카소였다. 두 충신은 천지간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 각오가 되어 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익조와 연리지는 서로를 찾아 헤맸다. 하늘과 땅, 멀리 떨어진 두 존재가 손을 뻗으려는 순간, 천지봉황제가 마지막 깃털 하나를 떨어뜨리며 운명의 바람을 일으켰다. 깃털은 회오리 바람 속에서 춤추듯 날아가고, 그 깃털이 닿는 곳마다 시간과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리봉왕휘가 외쳤다. "우리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비익조와 연리지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그 말에 마가레타는 자신의 목숨을 바칠 각오를 다졌다. "누군가는 희생해야 해. 천지간의 균형을 위해." 그녀는 천지봉황제의 깃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켄슈이와 뭥미킹이 동시에 움직이며 그녀를 감쌌다.
비익조는 마지막 울음소리를 내질렀고, 연리지의 뿌리가 점점 더 깊게 땅을 갈랐다. 이제 운명의 고리는 다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비극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끝없는 시간 속에서, 운명의 균형은 다시 한번 흔들리고 있었다.
---
- 천지의 균형
새벽녘,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천신산 정상. 비익조의 날갯짓은 더 이상 경쾌하지 않았다. 한쪽 날개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깃털은 피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만큼은 여전히 반짝였다.
"연리지… 조금만 더…"
비익조는 마지막 힘을 다해 하늘을 가르며, 천상의 문을 향해 날아갔다. 그 문은 천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열쇠였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이치가 깨어질 때마다 천지간의 기운이 흐트러졌고, 비익조는 오직 연리지와 재회하기 위해 그 균형을 바로잡으려 했다.
한편, 마가레타는 리봉왕휘와 함께 천신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검은 기운을 막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아닌 핏물이 떨어지고, 땅은 갈라져 울부짖었다.
"이게 바로… 천지가 무너질 징조인가…?"
리봉왕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은 창이 검은 기운과 맞부딪히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그때, 비익조의 마지막 외침이 들렸다.
"연리지! 우리, 다시 만나야 해…"
순간, 하늘과 땅이 일그러졌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흐름이 한순간 멈췄고, 시간마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비익조는 자신의 생명의 불꽃을 스스로 태워 천상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문 안에는…
연리지가 있었다. 뿌리에 묶인 채, 하지만 여전히 초록빛을 품은 연리지.
"비익…조…"
연리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비익조는 점차 사라져 갔다. 자신의 희생으로 문을 열었으나, 그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없었다.
마가레타와 리봉왕휘는 두 존재의 비극적인 재회를 목도하며, 무언가 더 큰 운명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천지의 이치는 아직 완벽히 맞춰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은 안개 속에서 한 인물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이름은… 화란.
"이제, 진짜 균형을 되찾을 때가 왔다."
하늘에서는 다시 천둥이 울렸다. 그리고 새로운 장이 열렸다.
---
- 천지봉황제의 신탁
적막이 흐르는 산등성이 위, 휘날리는 비단 같은 구름 사이에서 천지봉황제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는 인간의 형상이었지만, 두 눈동자 안에는 태초의 별빛이 담겨 있었다.
"천지의 균형을 무너뜨린 자는 곧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천지봉황제의 목소리는 마치 산맥을 넘어 울려 퍼지는 바람 같았다. 비익조의 깃털을 품고 있던 리봉왕휘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대왕이시여, 우리에게 신탁을 내려주십시오. 이 뒤틀린 인연을 되돌릴 길은 무엇입니까?"
천지봉황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흑백의 구름이 서로 얽히며 순환했고, 그 안에서 60 간지의 형상이 나타났다. 갑을병정… 열두 띠가 뒤엉킨 채 천지의 이치를 뒤집고 있었다.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바로잡기 위해선, 비익조와 연리지가 서로의 생명을 나눠야 한다. 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고서는 그 고리를 풀 수 없다."
비익조 카산드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은…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인가요?"
천지봉황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리봉왕휘의 손에 쥐어진 비익조의 깃털이 금빛으로 빛나며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연리지가 뿌리내린 땅에서는 뿌리 하나가 검게 시들어갔다.
"하나의 희생 없이, 하나의 완성도 없느니라."
주위는 침묵에 잠겼고, 그 순간 누군가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천지의 이치를 되돌리기 위한 희생의 서막이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