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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봉황제 ]

by FortelinaAurea Lee레아

- 희생의 서막

천공이 일그러지고, 땅이 흔들리는 순간, 마가레타는 자신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빛줄기를 바라보았다. 그 빛은 단순한 마법이 아니라, 그녀의 생명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리봉왕휘가 그녀의 곁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소, 마가레타. 우리의 인연이 여기서 끝날지도 모르오."

마가레타는 애써 떨리는 손을 감추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겁니다. 천지는 항상 돌고 도니."

켄슈이는 칼자루를 꼭 쥐었다. "하지만 천지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게 우리의 운명이라면…" 그의 목소리는 결연했지만, 눈가에는 흔들림이 있었다.

그 순간,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마가족의 충신 화란과 취휑니가 나섰다. "우리가 주군을 지키겠습니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뭥미킹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별들은 서로를 잇고 있어… 설령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인연은 그렇게 얽히고설켜…"

그들의 발밑에서는 연리지가 서서히 뿌리를 뻗어나가며, 비익조의 그림자가 그 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천지의 이치를 되돌리는 의식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마가레타는 자신이 비익조의 한쪽 날개가 될 운명임을 깨달았다. 반면, 리봉왕휘는 연리지의 한쪽 뿌리가 될 운명이었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 별들 너머, 그리고 그 다음 생에서도…" 마가레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강인했다.

리봉왕휘는 눈을 감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 "네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세계에서도 찾아갈 것이오."

천지의 기운이 일렁이고, 희생의 서막이 열렸다. 이제, 그들의 선택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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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의 균형을 되돌리는 의식


리봉왕휘와 마가레타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바람과 천둥을 맞으며 고요히 서 있었다. 하늘은 깊은 먹구름에 잠기고, 발밑의 땅은 울부짖듯 진동했다. 그 순간, 취휑니와 자이랭, 화란과 뽕슈아, 미카소가 사방에서 결계를 치고 각자의 자리에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천지의 이치를 바로잡고, 비익조와 연리지가 다시금 하나 되기를…”


마가레타는 피어오르는 빛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떨리는 손끝으로 리봉왕휘의 손을 잡았다. 리봉왕휘의 눈동자에는 천 년의 슬픔과 희망이 얽혀 있었고, 둘은 서로의 손을 더 강하게 맞잡았다.


그러나 의식이 진행될수록 마가레타의 몸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녀의 몸에서 빛이 나고, 발밑에서 푸르게 타오르는 불꽃이 일었다.


“마가레타…!”


리봉왕휘가 비통하게 소리쳤다. 이 의식의 성공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다. 천지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애초부터 설계된 운명의 틀 속에서 벗어나려 했던 대가였다.


“리봉왕휘,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날 것을 믿어요. 이번 생이 아니더라도, 다음 생… 아니, 그 다음 생에서도.”


마가레타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사방으로 퍼졌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몸은 순백의 빛으로 변하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비익조가 그 빛을 따라 날아올랐고, 연리지는 가지 끝에서 떨리는 이파리로 대답했다.


결계 안에 서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 천지의 균형은 천천히 바로잡히고 있었으나, 그 과정은 슬픔과 희생을 담고 있었다.


리봉왕휘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마가레타가 사라진 자리에 손을 뻗었다. 그의 눈물 한 방울이 땅에 떨어지자, 연리지의 가지가 조금 더 길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이 천지를 가르며 흘렀다. 천둥은 잦아들었고, 바람은 멎었다.


“천지의 이치가… 돌아왔어.” 취휑니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나 리봉왕휘의 마음속 균형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또 다른 환생을 기다리며 천천히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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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익조와 연리지의 운명


연리지의 꽃잎 하나가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 천지의 숨결이 닿은 듯 미세하게 떨리며 흙 위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비익조의 깃털 한 올도 하늘에서 천천히 나부꼈다. 비익조와 연리지는 서로 닿을 수 없었으나, 그들 사이를 오가는 자연의 섭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았다.

리봉왕휘는 비익조의 깃털을 손에 쥔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연리지여, 그대의 꽃잎은 나의 심장과 같소. 나는 여기서, 하늘을 우러르며 그대를 기다리겠소."


마가레타는 연리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왕휘의 말을 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나뭇가지에 스쳤고, 가지 끝의 꽃잎들이 서서히 빛을 내며 흔들렸다. "비익조여, 나는 당신을 느낍니다. 우리의 시간이 언제쯤 다시 맞닿을까요?"


하늘과 땅의 균형이 점차 어긋나는 것이 느껴졌다. 태양은 저물지 않았고, 달은 떠오르지 않았다. 시간은 천천히 비틀리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뒤섞고 있었다.


그때, 천둥이 우렁차게 울렸다. 취휑니와 뽕슈아가 전장의 끝자락에서 나타났다. "마가레타 공주, 왕휘님, 천지의 이치가 어긋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비익조와 연리지는 서로를 완전히 잃게 될 것입니다."


리봉왕휘는 비익조의 깃털을 하늘로 던지며 외쳤다. "나는 이 균형을 되돌리기 위해, 나의 영혼을 희생하리라!"


마가레타는 눈물을 흘리며 왕휘를 붙잡았다. "안 돼요! 우리는 함께 이겨낼 수 있어요! 당신 혼자만의 희생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아요."


하지만 리봉왕휘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하늘의 번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번개가 그의 손끝에서 춤을 추듯 요동쳤고, 그 빛은 비익조의 깃털과 연리지의 꽃잎을 감쌌다.


하늘과 땅의 균형이 맞춰질지, 그 희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다만, 서로의 마음이 닿아 있다는 믿음 하나만이 그들을 지탱하고 있었다.


차올라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너희가 천지의 균형을 되돌리기 위해 치러야 할 마지막 대가는… 하나의 희생이다.”


마가레타는 비익조의 깃털을 쥔 채 푸른빛을 바라보았다. 깃털은 바람에 흔들리며 미묘한 파동을 일으켰고, 그녀의 손끝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리봉왕휘는 그녀의 곁에서 아무 말 없이 고요히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멀리 보이는 연리지에 닿아 있었다.


“누가 희생해야 한다는 겁니까?” 켄슈이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묻자, 차올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리지가 그 뿌리를 내리고, 비익조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차올라는 잠시 말을 멈췄다. “둘 중 하나는 이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마가레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그런 선택은…”


리봉왕휘는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하겠소.”


“리봉!” 마가레타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안 돼… 내가… 내가 할게.”


켄슈이와 뭥미킹, 그리고 화란과 취휑니 모두 침묵했다. 천지는 숨죽인 듯 고요했고, 바람만이 나뭇잎을 간질였다.


그 순간, 연리지의 뿌리가 조금씩 꿈틀거렸다. 비익조의 깃털이 빛을 뿜으며 두 사람의 손 위에서 춤추듯 흔들렸다.


“이건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오.” 리봉왕휘는 마가레타의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네가 아니면 나도, 나 없이 너도… 이 균형을 바로잡을 수 없소.”


마가레타는 눈물을 삼켰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리봉왕휘는 희미하게 웃었다. “천지가 다시 우리를 엮어줄 것이오.”


그리고 두 사람은 깃털 위로 손을 맞잡고, 하늘을 향해 마지막 맹세를 올렸다.


푸른 빛이 터져 나왔고, 천지의 이치가 서서히 바로잡히기 시작했다. 비익조가 날아오르고, 연리지가 뿌리를 깊게 내리는 순간— 하나의 존재가 이 세계에서 사라졌다.


어둠과 빛이 맞부딪치던 그 순간, 천지의 이치가 한 줄기 섬광처럼 하늘과 땅을 가르며 바로잡혔다. 하늘에서는 비익조의 마지막 깃털이 천천히 떨어지고, 땅에서는 연리지의 잎사귀 하나가 바람에 실려 날아갔다.


리봉왕휘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도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마가레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비익조와 연리지는 결국 하나가 되지 못했으나, 그들의 마음은 천지의 이치 속에 녹아들었어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한, 그 사랑은 사라지지 않아요."


뭥미킹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이 세계의 균형만이 아니었다. 사랑과 희망, 인연과 신뢰… 그것이 천지의 이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었지."


켄슈이는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마지막으로 연리지 나뭇가지가 사라진 자리를 살폈다. "환생의 고리는 끊어졌지만, 이제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 순간, 취휑니가 천천히 다가왔다. "왕휘 폐하, 앞으로의 길은 우리가 함께 열어나가야 합니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리봉왕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새로운 천지의 이치를 세우자. 비익조와 연리지의 뜻을 따라."


그리고 하늘 한편에서 미세하게 반짝이는 별 하나가 떨어졌다. 그것은 사라진 비익조의 마지막 흔적이었고, 연리지의 잎이 따라가듯 흩날리며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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