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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4. 2023

고성 언저리부터 데친역 방향으로 누운 산책로의 훌륭함

2023년 4월 3일

데친 숙소에서 오전을 보내고 오후 두 시 K하우스 옆에 있는 식당에서 쌀국수(130코루나=8000원 정도) 먹고 나와 동네를 돌았다.

앞으로 숙소를 중심으로 마을을 네 부분으로 나눠 하루 한 부분씩 돌 예정이다.

오늘은 그 첫날로 데친 기차역 뒤 엘베강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한 시간쯤 걸어간 뒤 다리를 건너 도서관이 있는 강너머마을을 돌아보고, 강너머 강변길을 한 시간쯤 걸어갔다가 되돌아서 거기까지 간 길을 되밟아 돌아왔다.

그 길에서 최고 명물은 이름을 아직 모르는 고성. 표지판에 Terrced Garden이라 적혀 있는데 설마 고성 이름이 계단식가든은 아닐 것이고, 고성에 딸린 산책길을 Terrced Garden이라고 하는 듯.

대부분의 고성이 멀리서 봐도 뭔가 아우라가 있는데 Terrced Garden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진 강건너 고성은 긴가민가 하는 겸손함을 보이다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광광한 아우라를 뻗어냈다. 고성 주변을 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천년의 비밀을 차마 터뜨릴 수 없어 웅얼웅얼 괴로워하며 흐르고...(말이 그렇다고)

고성도 고성이지만 '오늘의 발견'은 고성 언저리부터 데친역 방향으로 누운 산책로의 훌륭함이다. 요 몇년새 내가 걸어본 어떤 길보다 산책로다운 산책로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산책로 끝까지(내맘대로 정한 끝) 갔다가 돌아온 시간을 합하면 두 시간 반쯤 되려나. 

기분좋게 피로한 정도에서 살짝 더 몸이 무거운 건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어서인 듯. 운동화를 하나 살까 싶은데 지금 저녁 일곱시니 나가봐야 가게는 다 문 닫았을 것이다. 아니, 신발가게를 찾을 수 있을란가도 의문이고.

내일은 부다페스트로 가는 날. 짐꾸려놓고 저녁먹고 일찍 자야지. 약도 챙겨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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