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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4. 2023

마이센 도자기와 라데보일의 베커하르트 와이너리를 찾아서

2023년 4월 2일

한달살이 가운데 열흘간의 전체일정(패키지) 중 두 번째 날!  

아침 8시40분 체코 데친 역에서 U28번(U-Bahn28번) 기차를 차고 독일 작센주에 있는 마이센 도자기회사로 갔다. 가이는 숙소 주인인 K마담. 

나는 맛난 걸 만들어 그릇에 담거나 예쁘게 플레이팅하는 취미가 없어 별 기대 없이 따라갔다. 그래도 예쁜 걸 보는 것도 눈호사려니 하고. 

그런데 눈호사는 도자기 회사가 아닌 기차에서 누렸다. 데친 시내를 흐르는 엘베강의 풍광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엘베강은 폴란드와 체코의 국경지대에 있는 리젠산맥을 수원으로 생성돼 체코의 프라하와 데친, 독일 동부를 통과하여 함부르크 부근에서 북해에 흘러드는 강이라고. 

엘베강 유역의 주된 도시는 드레스덴, 마그데부르크, 함부르크인데, 우리 여행팀 전체일정 열흘을 빼고 나머지 20일간 개인여행으로 나는 엘베강 유역의 도시를 찾아다녀야지,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 여행은 자연스럽게 '기차타고 동유럽 여행'이 되게 생겼네, 생각하니 뭔가 근사한 기분. 

나는 탈 것 가운데서는 기차를 가장 좋아하는데(아부지가 기관사여서 대여섯 살 때부터 기차를 많이 탔다. 그래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멀미를 하지 않는다) 아마 낯선 땅에서 나도 모르게 가장 친숙한 기차여행 쪽으로 계획이 잡히게 생각이 흐른듯. 

아, 부산에서부터 동행한 S샘과 H샘과 같이 셋이서 4일에서 8일까지 4박5일 여행을 하기로 했으니 5일을 빼면 개인여행은 15일이 되는 셈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달려간 마이센 도자기 회사에서 전문도예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쇼케이스로 꾸며 보여주는 걸 관람하고(마케팅에 신경 좀 썼더라는), 접시와 컵, 조각품 등 도자기들을 구경했다. 도자기에 관심은 없었지만 그 자태 자못 아름답구나, 단아하고 우아하구나 싶은 제품을 보니 몇 점 사고 싶은 충동이 일긴 했다.

두 시간 가까이 구경하고 마이센 도자기회사 건물 내 카페로 가서 점심식사 거하게 하고 S1기차를 타고 라데보일이라는 도시로 갔다. 목적지는 베커하르트 와이너리. 와인 제품 구경 좀 하다가 나와서 포도밭 언덕으로 올라가 그 속으로 잠시 몸을 숨겼다. 내가 동유럽 어느 시골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나 힘좋은 농사꾼이 되거나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입담 좋은 가게주인이 된 상상을 하면서.

와이너리에서 나와 라데보일 역에서 바드샨다우역에 하차, 기차환승을 했다. 바드 샨도우 역은 S1-Bhan(S1기차)의 독일 종점이고 체코 쪽으로 가는 시작 역이다. 역 주변은 엘베 강이 흐르는 경치를 자랑하는데, 차로 10여분 가다보면 "작센의 스위스"(Saechsische Schweiz)라고 부르는 쾨니히스텐의 성채가 있다. 차로 달려가야 하는 곳이라 쾨니히스텐 성채는 가보지 못하고 엘베 강가를 따라 걷기만 하다가 숙소 K하우스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다시 고기 굽고 회식이 시작됐는데 나는 고기만 주워먹고 올라와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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