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
이번 여행의 첫날이자 한달살기 가운데 열흘의 패키지여행 첫날이 밝았다. 참고삼아 말하면 한 달 숙소비는 내 경우에는 900유로, 열흘간의 패키지비용은 일괄 1인당 2000유로였다. 이미 말했듯 항공권은 개별 구입이고.
이날 방문지는 독일 작센주 괴를리츠 지구에 있는 오이빈oybin 성. 대절 버스를 타고 독일로 넘어가서 한 시간쯤 달렸나. 오이빈(소풍마을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았다) 마을이라는 곳으로 들어서니 높직한 이번 여행의 본격적인 첫날이고, 그룹여행(한달살이 숙소 사용 및 열흘간의 패키지여행으로 탁자 산이 있고, 그 산 위에 오이빈 성이 있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라는 그림의 배경이 된 곳이란다. 그림이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하, 이 그림!' 소리가 나왔다. 그림의 제목도 모르고 화가의 이름도 모른 채 본 그림이 내가 동유럽 한달살이 여행의 첫 방문지를 배경으로 그려졌다는 것을 알고 나니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날씨가 맑아 바위산 자락을 뒤덮은 안개도 없었고, 안개를 바라보는 고독한 남자의 뒷모습도 찾을 길 없었지만, 대신 우뚝 선 성채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오이빈 마을 한가운데 솟아오른 오이빈 성은 1256년경 보헤미아와 루사티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탐방로의 초소로 세워졌다고 한다. 수세기를 거치는 동안 주인이 수차례 바뀌었고, 그중 한 명이 샤를 4세였다고 한다. 그는 성을 확장하고 여기에 Celestine 수도원을 짓는 등 증축을 했으나 우리가 만난 건 폐허의 쓸쓸한 장엄뿐이었다.
오이빈성에서 내려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유명한 집이라는 데(슈먼 하우스라고 들었는데 정확하지 않음)를 들렀다. 입장료를 받고, 집에 대한 설명을 들으라며 헤드폰을 하나씩 나눠주는데 잠시 듣다가 벗어던졌다. 영어로 된 설명을 알아들을 실력이면 내가 혼자 배낭여행을 하지, 패키지를 왜 하겠냐고.
무슨 이유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유명한 집이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집을 나와 독일과 폴란더의 접경지역인 즈고젤레츠로 넘어갔다. 나이세강이 독일 괴를리츠와 폴란드 즈고젤리츠를 가르며 흐르는 강변의 한 식당에서 만두요리를 먹었다. 국만두, 찐만두, 군만두, 통만두 시리즈를 시켜서 한두 점 먹고나니 질리더라는.
만두를 배에 가득 담은 채 나이세강 다리를 건너 괴를리츠 마을로 넘어갔다. 마을 길 구경하는 재미는 좋았다. 누구는 소변보러 나이세 강 다리를 건너가 볼일을 보고 오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자랑을 하더라만.
그리고 첫날 단체 열세 명 회식. 게스트는 이홉 명, 스탭은 이 여행을 기획한 고재열 여행감독과 숙소 주인장과 일 도와주러 온 주인장 선배 K선생 등 세 명. 기름기 없는 구운 소고기와 삼겹살 파티. 그리고 엄청난 와인. 나는 잠이 미친 듯이 밀려와서 고기만 집어먹고 위층 내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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