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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5. 2023

어둠속에 잠긴 부다페스트가 다가오고

2023년 4월 4일

자유로이 주어진 일정을 그냥 흘려보내긴 뭣하니 진하게 뭔가를 해보자고 우리 일행(나, H, S)은 뜻을 모았다. 의견을 나눈 결과 '부다페스트에 가보자!'로 뜻이 모였다. 

체코에서 부다페스트 가는 건 어렵지 않단 말에 나와 S, H는 차편을 검색했는데, 아이구 이게 쉽지 않았다. 배낭여행을 해본 경험이 셋 다 없으니 차편 알아보는 것이 어렵네 그랴. 그러면서 숙소 주인에게 물으니 자기가 마침 부다페스트 갈 일 있다면서 같이 가잔다. 돈 백만원 정도 모아주면 그걸로 차편과 숙소 자기가 끊어준대서 돈을 모아서 건넸다. 

그리하여 4일 아침, 부다페스트로 떠나게 되었나니...

부다페스트 가는 아침발 차비는 비싸서 좀 늦은 시간으로 끊은 탓에 오전 내내 마음이 들떠 우왕좌왕 하는 일 없이 보냈다.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운동화 하얀 것으로 하나 사 신었다.(처음에는 싸구려라 발이 아픈가 했는데 나중에 귀국해서 이것만 신고다녔음)

데친 역에서 13시 25분 R685편을 탔다.

엘베강을 끼고 두 시간쯤 달려 프라하 중앙역 도착했는데, 숙소주인인 가이드가 차표 발권하는 기계를 잘 못 다뤄 환승시간이 반은 지나갔다.  

내린 시간이 15시 12분, 환승 여유시간 12분 중에 6분을 날렸으니 클났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5번 플랫폼으로 미친개처럼 달려가 15시 24분에 EC281편을 겨우 탔다. 숨이 차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고 허리는 무너져내리듯 아팠지만 어쨌거나 탔으니 됐다. 

무려 일등석. 우리가 낸 한달살이 패키지 비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차표도 숙소도 중간중간 갈아탈 버스와 택시, 먹거리 일체 우리가 따로 돈을 내어 가는 자유여행이었다.  

타고 나서 한숨 돌리고 나서야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동네마켓에서 사온 맥주 한 캔 꺼내놓고 기분도 내어 본다. 

널따란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 좋고, 옆자리 앉은 체코 청년 인물 좋고~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 보니 20대 후반이고 회사에 다는데 기차로 출퇴근한단다. 

또 다른 승객이 옆자리에 앉고 나는 몸을 뒤로 젖혀 편하게 기댔다.

내가 우짜다가 이렇게 상팔자가 됐노 싶다. 느긋하게 풍경 감상하다 살짝 배가 고파와 굴라시랑 케밥까지 주문했다.

물론 그것만 먹었느냐. 그럴리가요. 무려 열차안에서 열 시간을 보내는데 잠만 잘 순 없잖아. 체코 맥주 들이켜며 수다 떨다보니 어둠에 젖은 부다페스트가 다가오더구만. 

어둠속에 부다페스트 중앙역에 내려 트램을 타고 가서 내린 데가 부다페스트에서 제일 복잡한 곳이었는데 도로 이름을 모르겠다. 엄청나게 유명한 뉴욕카페가 있는 곳 근처였다. 숙소는 기억난다. '네티즌센터'라는 게스트하우스였다. 

숙소는 좀 답답했는데, 지하1층 게스트 카페(?)가 널찍하고 분위기가 좋았다. 카페 옆 주방이용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에 부다페스트 가면 아마 여기 묵게 될 거 같다. 가격은 게하 치고는 되게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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