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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5. 2023

에게르에서 보낸 멋진 하루

2023.04.05


부다페스트의 첫날은 '에게르'로 가서 보냈다. 케레티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는데 가는 길이 너무나 예뻤다. 그냥 기차만 타고 갔다와도 후회 없을 만큼 예뻤다.

에게르는 와인으로 유명한 마을로 헝가리의 대표 와인인 '황소의 피'(에게르의 비카베르라 불린다고)를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는 곳이다. 전통적인 와이너리도 많고 가게도 많았다. 

와인을 메인으로 파는 가게가 산발치에 다다닥 붙어있는 곳을 갔는데, 그곳을 ‘미녀들의 계곡’으로 부른다고 했다. 황소의 피를 마시면 모든 여자가 다 미녀로 보인다고 해서 미녀의계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가, 중얼거렸더니 동행 S와 H가 그럴리가 하는 표정이다.

산발치에 붙어있는 열댓 개 가게들은 땅 아래, 자기 가게 건물 지하에 산쪽으로 동굴 같은 것을 파서 만든 와인창고를 갖고 있다. 300리터쯤 되는 배럴에 1년 남짓 숙성시키고 또 병에 담아서 1년 숙성시킨다고 한다. 

이런 설명 듣고 안 사가면 바보인 거 같아 안 살 수가 없을 거 같겠는데 나는 안 샀다. 굳이 마시고 싶으면 한국 가서 다섯 배 되는 돈 주고 사 먹지 그 무거운 거 들고 끌고… 됐다그래.

자기 볼 일 보러 왔다가 같이 돌아다니면서 와인도 사고 설명도 해주면서 오전 내내 같이 다닌 우리 세 명의 가이드가 미녀의계곡에서 택시로 10분쯤 되는 거리에 소금언덕(소돔언덕?)이라는 온천이 있다고 했다. 

비싼 택시 타고 출발!

온천 한번 해볼까 하고 갔다가 김이 올라오는 석회암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훤히 내려다보이는 야외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 다 할배들이었다. 젊은 남자들만 있었으면 눈호사하러 내려가서 입장했을지도… 큼큼 

온천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내려와 대기해둔 택시를 타고 에게르역으로 갔다. 가이드는 거기서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자기 볼일 보러 떠나고 우리는 미나렛 마을로 달렸다. 

소품가게와 카페와 와인바와 레스토랑이 각자 개성적인 멋과 예쁨을 내세우고 골목의 풍경을 완성한 곳, 미나렛 마을에 우리를 데려다 준 택시기사님에게 복 있을진저!

H는 에게르에서 너무나 예쁜 찻잔과 접시 한 상자를 샀는데 가격이 무려 15유로.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였다. 왜 그렇게 팔았는지는 두고두고 우리에게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카페 구경에 지칠 즈음 마음에 드는 카페로 들어갔다. 구수하고 찐한 굴라시와 조리된 쌀밥과 하우스와인을 먹고 마셨다. 한국인 입맛에 딱맞는 맛이 아마 굴라시인 듯.

식당에서 나와 4월의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를 걸었다. 아주 높은 언덕에 무슨 호국영령이 잠든 곳인지, 기념하는 곳 같은 데를 갔는데 이름은 기억 안 난다. 

다시 안 가본 카페 거리를 걷다가 햇살이 예쁘게 떨어지는 어느 카페의 야외테이블에서 차를 마셨다. 햇살과 창과 아기자기 소품가게와 카페와 무엇보다 지나다니는 젊은 헝가리언들의 밝은 미소가 기억나는 에게르의 하루는 이번 여행이 준 선물 같았다. 

에에에엔드~~

에게르에서 부다페스트 시내로 돌아와 도나우강 유람선 타고 야경을 보기로 했다. 나는 7, 8년 전쯤 배 타고 본 야경의 추억이 너무나 좋아 피로에 쩐 상태였어도 강행키로 했다. 가는 길에 일식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에게르 굴라시의 70프로 만족도에 가격은 네 배였다. 

유람선 타는 데까지 도보로 15분이면 갈 곳을 50분쯤 걸려 도착.

보트탑승권 판매소에서 인당 카드환전비 포함 19,700원짜리 배를 타고 졸면서 도나우강변의 야경을 즐기고 택시 타고 귀가했다. 몇년전에 본 야경은 어마무시 아름답고 멋졌는데 이번엔 그냥 soso.... 와중에 기사님의 똔뜰러를 못알아들어 3분쯤 쇼를 하고~~ 3인조 마우스 역할을 떠맡은 자로서 부끄러웠음. 이노무히어링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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