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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러톤 호수와 티허니마을

2023년 4월 7일

by 안지숙

부다페스트 여행을 한다고 나서자 데친 숙소에서 숙소주인의 가이드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 벌러톤 호수와 티허니마을을 가보라고 추천했다. 80년대 스페인 유학파 고퀄 여행 가이드라고 자칭타칭하시는 분이 추천한 곳을 안 가볼 수 없지, 하며 나섰다.

인터넷 왈, 벌러톤 호수(발라톤호)는 부다페스트에서 서쪽 약간 위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중앙유럽 최대의 호수란다. 면적이 592km²라고 하는데 이게 어느 정도 크기인지 짐작이 안 된다. 부산 면적이 771.3㎢니까 이건 뭐 거의 바다 아닌가??

기대를 품고 아침 일찍 델리(Deli)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왕복 5050포린트. 우리돈으로는 약 2만 원. 기차가 다들 허접하다고들 하는데 나는 바깥 경치에 넋이 나가 기차가 허접한지 화장실이 어떤지도 몰랐다. 참, 화장실 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잠깐 갇혀서 공포에 젖긴 했어도 살아나왔으니 됐고.

도착역은 Balatonfured(u에 우물라우트) 역. 거기서 다시 버스 7335(로 기억)를 차비 310포린트 주고 타서 15분가량 달려가 라벤다밭으로 유명한 티허니마을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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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가나 예쁘게 단장하고 관광객을 맞아주는 기념품 가게, 카페, 식당, 와인가게가 마을초입에 있었다. 호수로 이어지는 길 하나를 잡아 조금씩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내려가는 동안 양쪽에 자리잡은 멋진 집들은 비슷한 듯 각각이 다른 멋을 풍기면서 눈길을 빼앗아 발을 꼬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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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머리를 밀듯 싸악 정리한 들을 가르고 한참 걸어 들어가자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영혼을 느끼게 하는 호수가 거기 있었다. 남편 오케아노스가 자식을 수없이 낳았어도 더 낳아달라고 졸라서 테티스가 어디론가 도망가버렸다는데 혹시 머나먼 이곳 벌러톤으로...??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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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처럼 누워 “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나야!” 하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한 너를 호수 앞에 서서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태웠다.(작년 8월 끊고 중간에 두 번 한갑을 사서 피웠는데, 여행하면서 다시 피우게 됐다.)

내가 담배 연기를 풀풀 날려 호수의 영혼에게 전한 말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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