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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5. 2023

부다페스트를 떠나며

2023년 4월 8일

저기, 

저기 보이는 강이 도나우강이다.

독일에서는 엘베강, 체코 데친(독일과의 접경지대)에서는 엘베 혹은 라베강, 체코 프라하에서는 엘베 혹은 라베 혹은 블타바 강, 헝가리에서는 도나우강, 오스트리아에서는 다뉴브강이 되는 강이다. 그런데 내가 만나는 사람이 대부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기 부르고 싶은 대로 불렀다. 

명칭이야 어쨌든 지금 저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강은 하나의 상징으로, 인격체(인간과 같은 권리를 가진 존재)로 땅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나라와 나라를 이으며 수천 년 세월, 때로 침묵하며 때로 포효하며 흘렀을 강의 시간을 생각하지 내 마음이 덩달아 웅장해지는 기분이었다. 강이 슬며시 일어나 열차 창을 통과해 내 가슴을 밀고 들어온 것은 그 순간이었다.

내가 강의 시간을 만나기 위해 여기에 왔구나.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거대한 강의 시간을 타고 흐르고 있구나. 

깨달음이 나를 찍어누르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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